아이의 생태감수성
지난해부터 익산 왕궁유적지에서 열리는 백제야행을 방문하고 있다. 다양한 만들기 체험과 꽤나 널찍한 왕궁을 산책하면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에 알맞은 먹을거리도 준비가 되어 있어서 추천할만한 축제이다.
이번 야행은 막내아이와 둘이서만 함께한 산책. 타칭 곤충박사인 우리 막내는 출발 전부터 곤충이 있을까. 를 먼저 궁금해한다. 쌀쌀한 날씨는 아니기에 조금은 기대를 해보자는 이야기로 들뜬 야행길이 시작되었다.
그렇게나 고대하던 곤충을 못 보면 이번 야행길에 실망하게 될까 봐 살짝 염려한 엄마의 마음이 무색하게도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애반딧불이를 발견했다.
아직은 너무 작아서 보통 사람은 지나쳐버릴 그 생물을 아이의 눈으로는 어찌 그리 쉽게 포착이 되는 것일까. 더군다나 반딧불이 생김새는 어찌 알고 있는지도 신기하다. 곤충에는 무식한 엄마라도 작년에 막내아이와 책놀이를 같이하면서 배워둔 얕은 지식이 있어서 신나서 설명을 해주던 아이의 언어를 얼마쯤은 알아듣는 척할 수 있었고 막둥이의 곤충도감에 또 하나의 경험이 추가된 것을 기쁘게 축하도 해주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을 살짝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생물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지구의 핵심적 생물군은 인간만이 아닌데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다른 존재들에게 무관심하다. 나부터도 불량한 사람이었다. 걷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전에는 말이다.
아이와 함께 왕궁을 걷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풍경들과 존재들. 생명을 듣는 방법은 느린 삶을 살아가야만 배울 수 있다. 잊혔다고 생각한 어른의 생태 감수성을 아이의 눈을 통해서나마 깨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왕궁을 걸으며 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