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혼자 웃었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죽을때 까지도

by 고독

빌 비앙코는 호주에 살았다 그곳에서 그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어릴 적 술에 취한 아버지가 그의 머리에 민간요법이라는 이유로 술병을 내리칠때도 그는 웃고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상이 두려워도 미소지으며 살거라''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전 그에게 해주었던

유언때문이었다


빌은 언제나 웃었다 아버지가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아 낡고 허름한 교복을 입고 등교할때도


그 때문에 친구들에게도 놀림받을때도


심지어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선생님에게 이유 없는 핀잔과 모진 몰매를 당할 때조차도


그는 언제나 웃고있었다


그때문이었을까 친구들은 그를 '머저리,바보,광대' 라 놀리며 비웃었고 그들은 더이상 그를 신뢰하거나

일을 맡기지 않았다


이는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빌은 생각했다


''하나님 제발 저의 기도를 듣고 있다면 모두가 웃을수 있게 도와주세요'' 매일 기도했다


저들이 미소 짓지 않는 건 어려운 일이 있어 미소짓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빌의 아버지가 사망했다


술에 취해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그자리에서 즉사한 것이었다


빌은 이제 혼자 남았다 돈도,가족도,친구도


전부 없어진 것이다


그는 그래도 웃었다


그나마나 남아있는 친족 들에게는 아이가 미친것 같다며 자신의 가정으로 그를 맞이하기엔 거북해보였다


허나 이제 친족들의 관심은 빌을 떠나였다


그저 그의 아버지가 남긴 약간의 목돈을 어떻게

배분할지만 관심이 있던 것이었다


물론 그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때 어느 남자가 빌에게 다가왔다 어느 소녀를 대리고



''안녕 빌? 나는 빌 찰슨 이란다''


그의 다정한 말투는 빌을 안심시켰다 빌이 그에게 눈을 마주치려던 순간 옆에 있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빌,그와 눈 마주치지 마. 그리고 더이상 웃지마

사람들이 널 싫어할꺼야''


빌은 더욱 웃어보였다


단순한 객기나 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 짧은 말 한마디가 빌의 내면 깊숙한 부분을 찔렀기에

빌의 자기보호가 더욱이 환한 미소로 응수한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빌은 혼자 사는 것의 익숙해졌다


스스로 빵과 주스를 먹고 청소를 하며 그는 점차

어른이 되었다


그의 나이는 고작 17살 조금 안되었지만 그 지혜와

성숙함은 어지간한 100살 노인보다도 견주어 볼 가치가 있었다


그의 생활속 소녀는 매일 찾아왔다

그 양복입은 남자는 한달의 한번씩 찾아왔다


소녀는 빌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며 점차 조숙한 처녀가 되가고 있었다


''빌.. 너무 웃지마 그 얼굴이 언젠간 너를 짓누를 거야''


소녀는 늘 똑같이 말했다 빌은 그때마다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존중하여 미소를 조금

떨어뜨렸다


''오, 빌 너는 날이 갈수록 키가 커지는 구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늘 빌을 칭찬해줬고

다독여주었다 그는 늘 빌에게 밝게 웃고 사람들이 너를 욕보여도 늘 웃음을 잃지 말라며


그에게 속삭였다.


소녀는 달랐다 그녀는 늘 흰색 원피스에 흰색 양산을 들고 다니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었다


그녀는 빌의 표정,시선처리 등등을 이유로 그를 꾸짓었으며 빌은 그 귀엽고 예쁜 외모보다

자신을 신경써주는 그 마음을 더 높이 사


언제나 그녀를 반갑게 마주보며 이야기 했다



빌이 노숙자 에게 한쪽 눈을 잃기 전까지 말이다.



때는 화창한 일요일


빌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때 어느 노숙자가 빌의 그 웃음이 마음에 안든다며

더러운 술병으로 빌의 얼굴을 강하게 내리쳤다


빌은 생각이상으로 강한 청년이었다


그 술병은 산산조각 났지만 빌의 미소를 막진 못하였다

빌은 웃으며 조용히 노숙자 에게 25호주달러를 건네었다


노숙자는 여전히 빌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하였다


''어이 형씨, 난 당신 미소가 마음에 안들어''


그러고는 빌의 얼굴에 침을 뱉고는 다른 술병을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빌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때 그 소녀가 나타나

빌을 대신하여 술병에 맞았다


검은양복의 사나이는 빌을 대신하여 그 노숙자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소녀의 몸은 술병속 내용물과 뛰다가 몇번 넘어졌는지

희고 무딘 그녀의 옷은 찢기고 깊고 백옥같은 그녀의 살은 검고 붉은 무언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녀는 울면서 빌에게 말했다


''빌..그 머저리같은 미소좀 어떻게 해봐''


검은 양복의 사나이는 이미 피떡이 된 노숙자를

조용히 치워놓고는 빌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오..빌 정말 멋진 미소였어''


그후 빌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의 집은 도심에 있었지만 그곳은 소음이 적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소녀와 검은양복은 언제나 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빌이 마침내 나왔을때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없어진 후였다


빌의 얼굴은 삭막하고 좀처럼 다가가기 힘든 얼굴이었다


소녀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의 미소는 너만을 위한거야 빌, 너무 나누려 들 필요는 없어''


검은 양복의 사나이는 빌을 조롱했다


''넌 가족도 친구도 이제는 미소도 잃었구나 빌''


그뒤로 검은양복의 사나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소녀만이 그를 지켜주었다


그보다도 빌은 더이상 참지 않았다


누군가 그를 험담한다면 그녀석들을 쫓아가 응징해주었다


빌은 종종 노숙자들을 지나쳤다 굳이 무언가를 해주기 싫었던 것이다


그후 빌의 인생이 조금 달라졌다


그에게는 다양한 성격의 친구가 생겼고


사람들은 더이상 빌에게 막대하지 않았다


그의 일 역시 바뀌었다 돈이 있으며 저축하고

조금은 나누었다 물론 친구들에게


시간이 지나며 빌의 머리에서는 흰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빌은 종종 짜증나는 일이 있을때


그 흰 소녀를 기다리기도 했다


빌은 비록 가족도 연인도 없었지만 그 소녀만큼은 결코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 라는것의 감사했다


빌의 나이가 어느덧 80이 되던 해


빌은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였다

그는 집에혼자 누워 있었으며 가끔씩 지인들이 찾아와 그의 상태를 걱정해주기만 하였다


그때 흰 소녀가 그를 찾아왔다

빌이 아프기 전 까지 소녀는 빌을 거의 찾아오지 않았었다


''빌..괜찮아?''


빌은 그녀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그녀와 그 양복을 만났던 날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친족조차 자신을 버리던 날


빌의 손은 무거운 것을 억지로 들며 소녀에게로 향했다


소녀는 하나도 늙지 않았다 그저 키가조금 커지고 더 성숙해졌을뿐 빌의 눈에는 그 어떤 여인보다도 아름다운 그녀가 있었다


''빌...이제 작별의 시간이야''


소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빌은 정말 오랜만에 과거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서 여우비가 잠깐 내렸었지만 금세 그치고 평온을 되찾았다


''그대는 나의 빛이었소 난 이제 그대 앞에서 이리 당당하게 웃을수 있소..''


그후 빌의 눈이 감겼다


그때 검은 양복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뮈야..간만에 웃어서 찾아왔더만, 죽었잖아''


검은 양복의 사나이는 툴툴거리며 흰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말했다


''내가 이겼다 검은 존재여..인간의 미소는 절대 바뀌지 않아..''


그후 둘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빌 비앙코는 호주에 살았다 그는 언제나 웃고 있었으며

그는 자신이 죽을때조차 아름다운 천사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