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

셋째 날

by 도린


밴쿠버를 떠난 지 나흘 만에, 드디어 우주의 중심이자 나의 고향 땅에 닿았다.

미래 안사돈과 점심을 함께한 뒤, 늦은 밤 구미 조카 집에 도착했을 때는 물 한 잔만 겨우 넘기고 실신하듯 쓰러졌다. 그 이튿날 아침, 조카 차 안에서 모닝사과 하나를 베어 문 게 전부였으니, 큰언니 집에 닿자마자 뱃속 먹깨비들이 아우성을 쳤다.


추석 대목이라 방앗간 일로 분주한 언니에게는 눈인사만 건네고, 곧장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쌈장, 구운 김, 명이나물 장아찌, 묵은지를 꺼내 놓고 토란국을 데워 고봉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니, 그제야 눈이 번쩍 뜨이고 살 것 같았다.


처제 올 날만 기다리며 형부가 가꾼 몇 그루 사과나무에는, 유난히 더웠던 여름 탓에 쪼그라든 사과 몇 개가 달려 있었고, 첫 조카의 애마 ‘강자’는 히잉― 잇몸을 드러내며 반겨 주었다.


열무, 상추, 대파, 가지, 호박 같은 푸성기에 된장만 곁들이면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고향 밥상. 방앗간에서 갓 짜낸 참기름 한 방울에 무친 열무와 된장찌개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제야 밀려드는 여독에 소파에 꼬부라져 두어 시간 단잠을 잤다. 집밥과 모처럼의 단잠 덕분에 비로소 의성 아줌마의 기백이 되살아났다. 이민의 세월 속에 굳어 있던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리며 무장 해제되는 곳― 영원한 나의 고향!


엄마 대신 큰언니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철없는 막내다.


막내처재 주려다 아끼똥이 되어버린 사과

아끼똥: 아끼다 똥 된다는 뚜기 작가님을 통해 알게 된 .


처음 만난 진이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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