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날
강원도 양양으로
‘영광 합창단’
서울내기 다마내기(양파), 깍쟁이 같은 외모로 피아노 반주를 맡았던 미모의 서 선배님.
예천 시골에서 태어나 인서울 하여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앞둔 신 선배님은 묵직한 베이스 파트였고
대구 토박이로 자라 신 선배와 마찬가지로 인서울 하여 대학병원 사회복지사로 몇 개월 전 퇴직한 양 선배님은 지휘자였다.
그리고 영광합창단 동아리에서 인연을 맺은 우리 부부가 함께 강원도 여행길에 올랐다. 남편은 양선배 뒤를 이어 2년간 지휘를 하고 군 제대를 하고 나서도 일 년을 더 했으니 독재자가 따로 없었다.
이번 한국 방문의 마지막 여행이자 클라이맥스!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남편과 나란히 ktx를 기다리며, 마음은 벌써 여행길에 함께 할 선배님들을 만날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늘 혼자 이동하다가 남편과 같이하니 서울역에 닿는 시간도 금세였다. 서울역에는 서선배와 양선배가 먼저 나와 있었다. 활짝 반기는 얼굴을 보니 캐나다와 한국의 멀었던 거리도 금세 한 뼘처럼 좁혀졌다. 근처 마트에서 조촐하게 장을 보고, 회의 때문에 늦게 합류할 신 선배를 기다리며 돈가스와 우동으로 점심을 나눴다.
드디어 완전체가 된 멤버들, 차는 양양을 향해 달렸다. 오래 묵혀온 인연만큼이나 대화는 깊었고,
풋풋하고 뽀송뽀송하던 대학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나이 육십을 코 앞에 두고도 멤버 중 가장 어린 나는 여전히 사랑받는 수혜자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그 시절의 마음.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있음에 모두가 감사하고 감격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동해의 파도가 먼저 반겨왔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위로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들.
“이번엔 정말 바다를 실컷 보는구나.”
통영, 거제, 부산에 이은 양양의 바다가 이번 한국방문의 끝자락에서 또 한 번 마음을 적신다.
다른 바다 다른 느낌!
세 바다가 서로 다른 얼굴로 다가왔지만,
그 물결이 건넨 위로는 같았다.
멀리 떠나 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긴 이민의 세월을 조용히 어루만졌고, 옛 추억들을 소환하며 따뜻하게 마음을 덥혀 주었다.
숙소에서 50여 분 떨어진 주문진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깔끔하고 푸짐하게 차려진 해산물 밥상,
바다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숙소로 돌아와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강원도 양양의 밤이 깊어갔다.
거실 창밖으로 출렁이는 밤바다와 함께,
우리의 이야기와 삶이
오랜 친구처럼 문을 두드렸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이 떠올랐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구절처럼,
우리의 인생이 파도처럼 서로에게 밀려왔다 밀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