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열 아홉째 날

by 도린

자녀 없는 상견례



예비사돈 내외와 함께 한복집으로 향했다.

결혼식 때 한 번 입고 말 텐데, 굳이 한복을 맞추는 일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소중하고 특별한 날을 위한 배려라 생각하고,

눈 질끈 감고 그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사돈 되실 분이 권하는 대로 화사한 색감의 한복을 고르고,

치수를 재고, 몇 벌을 입어보았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낯설기도, 새삼 설레기도 했다.


점심상에는 봄빛처럼 부드러운 대화가 피어났다.

서로의 삶을 조금씩 풀어놓으며, 웃음과 정이 밥숟가락 사이로 오갔다.

멀리 밴쿠버에 있는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니 식탁 위엔 또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상견례를 마치고 대구행 KTX에 올랐다.

한복 치맛자락처럼 긴장도 살짝 풀렸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마음도 몸도 녹아내리듯 피곤이 몰려왔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끝까지 바라보지도 못한 채,

그만 깊은 수마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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