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

열다섯 번째 날

by 도린

부산여행 2


둘째 날 아침,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던 친구는 아침식사 대신 침대에 머물길 원했다.


무릇 여행은 입이 즐거워야 하고, 눈이 즐거워야 하고, 귀가 즐거워야 되는 법.

우리는 “한 끼라도 굶으면 안 된다”는 여행 철학의 첫 번째 덕목을 부여잡고,

빗속을 뚫고 시골 된장찌개집으로 향했다.

뜨끈한 국물 한 숟갈에 몸이 사르르 풀리고, 허기까지 금세 달래졌다.


식당을 나서며 따뜻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숙소로 돌아왔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둘째 날 일정을 잠시 스탠바이하며 비가 멎기를 기대했다.

비오는 아침 된장찌개와 커피와 스낵

다행히 비가 그치고 우리는 달맞이 고개를 지나 송정 바닷가로 향했다.

고요한 송정 백사장을 산책하고, 해안 열차를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풍광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달맞이 고개, 송정 바닷가
바다뷰를 따라 운행되는 Sky Capsule
멀리 오륙도가 보이는 바다뷰

LCT 전망대에서는 발끝 아래 펼쳐진 도시와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었다.

유리 바닥 아래 아찔하게 펼쳐진 풍경 속으로 순간순간을 특별한 기억으로 남겼다.


LCT 전망대

도착 첫날인 어제 오륙도와 해운대에 이어 오늘 송정 바닷가를 안내해 준 택시기사 아저씨들 덕분에 부산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좋아졌다. 포인트마다 적절한 설명을 곁들여 주시고 조곤조곤 들려주시는 덕담에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실력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친절한 사절단이 따로 없는 듯했다.

하지만 광안리 숙소로 향한 다음 택시에서는 악명 높다는 부산 택시 운전을 몸소 체험하며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선을 물고 달리는 건 기본이었고 한 번에 서너 개의 차선을 단숨에 넘나들며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들을 지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곡예에 가까운 택시를 타고 둘째 밤을 보낼 숙소에 도착했다. 앗 이게 무슨 냄새지? 객실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프런트데스크에 연락해 가져온 공기청정기를 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브런치 작가님이 운영하는 온실 북카페를 방문했다.


사고 싶었던 책을 한 권씩 고르고 커피를 주문하면서 우리 소개를 드렸다.

작가님은 반갑게 맞아 주시고, 아기자기한 구디백까지 챙겨주셨다.

글에서 느껴지던 따스함이 실제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져 낯설지 않고 편안했다.


초면에 저녁 식사까지 하자는 말을 차마 못 한 채,

방문 기념으로 사진 한 컷만 남겼다.

유난히 마르신 작가님 곁에서

좌떡대·우팔뚝의 밴쿠버댁이 떠억 버티고 선 모습이 가관이었다.

마치 밀린 일수돈 받으러 온 조폭 같아 빵 터지고 말았다.


브런치 이은호 작가님 운영 하시는 책방온실, 구디백


저녁 식사 후 우리는 어제 해운대 밤바다에 이어 이번엔 광안리의 밤바다를 감상했다.

해운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활기찬 듯 보였지만, 곳곳에 남은 상흔이
원래 풍경을 절반으로 줄인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마이크로 안내되는 공중 방송 소리가 어찌나 부산스럽고 시끄럽게 들려오는지, 한국말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중국어에 이어 일본어까지, 친절과 배려가 투머치여서 오히려 눈살을 찌푸려졌다. 조용하고 차분한 운치를 깨버리는 옥의 티가 되었다. 참 아쉬운 대목이었다.


광안리 야경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하려 했지만

공기청정기가 무용할 만큼 매캐한 냄새가 계속되었다. 기관지가 약한 친구는 연신 재채기와 기침을 해댔다. 꼼꼼히 방구석구석을 살펴보니 벽지와 천정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결국 다른 방으로 옮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만 호텔 측에서 사과의 의이로 준 조식뷔페 무료 이용권과 새 방에서 펼쳐진 바다뷰의 황홀함에 모든 것이 용서되는 순간이었다.


둘째 날의 부산 여행은
아름다운 풍광과 설렘,
팬심의 만남과 유쾌한 웃음,
그리고 예기치 못한 소동이 뒤섞인
특별한 하루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