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째 날
큰언니가 몸져누웠다.
추석 대목부터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니
안 아픈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집안일만으로도 벅찰 텐데
방앗간 일까지 도맡으니
무쇠 같은 몸이 결국 멈춰버렸다.
삽자루를 들고
포클레인이 할 만큼의 일을
묵묵히 해내던 언니,
누워 있는 둥그런 등을 보니
내 마음이 저릿하게 내려앉는다.
다행히 둘째 조카가 와서 일을 돕고 있지만,
누워서도 일 생각, 손님 걱정, 집안일 염려가
끊이지 않는 언니의 속이 훤히 비친다.
밴쿠버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자꾸만 가까워 온다.
내일 서울로 올라가면
다시 의성으로 내려올 시간도 없을 것이다.
배춧국을 끓이고,
오징어채와 멸치로 밑반찬을 만들었다.
텃밭의 끝물 가지를 따 반찬을 무치며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통에 꾹꾹 눌러 담았다.
일주일만 더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밥도 해주고, 말벗도 되어줄 텐데.
속절없이 흘러가는 애꿎은 시간만 탓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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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기운 차리고 벌떡 일어나소.
그 한마디
마음속에 삼키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