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도망치고 싶던 마음
어둑해진 몽골의 초원에 도착했다. 앞으로 베이스캠프가 될 그곳에는 크고 작은 게르가 모여 있었다. 쭈뼛거리며 게르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전등만으로 어두웠고 익숙하지 않은 냄새로 가득했다. 발밑의 모래가 서걱거렸다. 벽을 따라 놓인 목조 침대 중 하나에 조심스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 낯선 공기. 그 한가운데 내가 있었다.
‘나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 걸까?’
그 당시 나는 늦깎이 연구원으로 연구와 강의, 그리고 두 딸의 엄마로 온종일 시간에 쫓기며 일에 끌려 다녔다. 동갑내기 지도교수는 내가 연구에 더 열정을 쏟기를 바랐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아기 새처럼 기다리는 딸들에게 달려가야 하는 나를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날카로운 태도는 종 매정하게 느껴졌다. 나의 하루는 숨이 막혔지만 그 누구에게도 소리칠 수 없었다.
교수와의 갈등을 더는 버틸 수 없을 때,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그동안 망설였던 ‘몽골의 말타기’ 프로그램에 바로 신청했다. 책임과 압박감에서 벗어나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마침내 2003년 7월, 깊은 적막이 내려앉은 초원의 밤에 낯선 이들과 어색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고도원 선생이 기획한 ‘14박 15일, 몽골의 말타기’였다. 칭기즈 칸의 기백을 체험한다는 기획 아래, 이름 대신 ‘전사’라는 부름을 받고 100명이 모였다. 물론 전사가 되고 싶은 각자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의 이유는 도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