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초원에 모이다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풋내기 전사들은 주춤거리며 어색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잠시 뒤, 카키색 조끼를 입은 이들과 노란 조끼의 선생은 어느새 ‘고도원과 아이들’처럼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그 순간은 그대로 사진 한 장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이도 직업도 저마다 다른 이들과 함께 14박 15일 동안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하며 '전사'로서 새로운 도전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고 있었다.
해발 1,500m 고원에서 시작해 초원과 고비 사막으로 펼쳐지는 몽골은 건조하고 변화 많은 날씨 속에서도 유목민의 삶이 이어지는 곳이다. 도착한 첫날, 수도 울란바토르을 스치듯 지나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해가 기운 초원에 들어섰다.
도시에서 맡을 수 없었던 야생의 바람과 풀 냄새 속에서 굳어 있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어둠 속에 자리한 게르의 이국적인 풍경은 그 느슨해진 틈으로 서서히 설렘을 불어넣었다.
우리는 10개의 조로 나뉘었고, 각자에게 집중하기 위해 일행끼리는 다른 조로 배정되었다. 4조 팀원들은 둥근 원을 이루어 앉아 서로의 닉네임을 정했다. ‘봉선화’, ‘사랑니’, ‘직녀’... 엉뚱한 닉네임 때문에 금세 가까워졌다.
그리고 다음 날, 본격적인 말타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지휘 본부에서는 난감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말 100마리는 어렵지 않게 모았지만, 그 고삐를 잡아 줄 몽골인 100명을 한 번에 불러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날 아침, 남녀노소의 몽골인들이 말고삐를 잡아 주었다. 무작위로 배정된 내 말의 고삐를 잡은 이는 체구는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그 거칠고 투박한 손은 믿음직했다.
수백 마리의 말과 사람들이 초원에 모여들었다. 푸른 하늘과 드넓은 초원이 배경이 되며 거대한 스크린이 펼쳐졌다.
몽골인들이 먼저 시범을 보이며 말을 몰았다. “이랴!” 하는 날카로운 고함에 땅을 쿵쿵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뿌연 흙먼지가 폭풍처럼 일었다. 그 광경은 비현실적일 만큼 강렬했다. 내 세계 밖의 풍경 앞에서 나는 눈만 크게 뜬 채 그저 “와!”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그 장면은 곧 두려움이 되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