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서 다시 서다 (3/4)

3. 고삐는 나의 주체성이었다

by 에우름

다가오는 말의 거친 콧김과 근육질 몸집은 순식간에 나를 압도했다. 간신히 올라타니 몸이 돌처럼 굳어 갔다.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인데도 금세라도 내던져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을 주어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실제로는 말 위에서 내 몸만 흔들릴 뿐이었다.


내 젊은 말은 고삐를 잡아도 말을 듣지 않았다. 옆의 말이 달리면 따라 달렸고 옆길로 튀어가기도 했다. 고삐를 쥐는 힘과 의지를 읽어낸 말에게 느슨하게 쥔 고삐는 그저 폼나는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초원의 작은 구멍 하나도 말의 발목을 비틀리게 할 것만 같았다. 두려움이 스칠 때마다 고삐를 세게 당겨 속도를 줄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말의 기세에 휘둘리고 있었다. 내게는 더 큰 용맹이 필요했다.



젊은 전사들은 더 빠른 바람이 되어 돌산 사이와 초원을 내달렸다. 나도 조금씩 말에 익숙해졌다. 고삐를 단단히 쥐고 ‘이랏!’, ‘워!’를 외치며 속도를 조절했다. 말 잔등을 가볍게 토닥일 여유도 생겼다.다리로 말의 몸통을 힘껏 차며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니, 비로소 몽골 초원의 바람이 내 것이 되었다. 바람은 마음에 남은 무게들을 하나하나 쓸어갔. 비워진 마음에 새로운 시선이 열렸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불안하게 매달려 있던 내 모습이, 어쩌면 지금까지의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던 두려움과 완벽해 보이려 했던 나의 허영심. 그것이 내가 살아온 삶이었다. 돌아보니, 내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으로 살고 있었다.

‘만약 이렇게 무기력한 인생을 계속 살아야 한다면…’

‘이대로라면….’

그 생각은 검은 늪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삶은 바람결을 따라 달리는 길이었다. 나는 고삐를 움켜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고삐는 내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주체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