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서 다시 서다 (4/4)

4. 용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by 에우름


전사들의 하루는 고된 말타기 훈련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푸르공 안에서 우리는 아이들처럼 웃었고 초원에 퍼진 양 떼와 말들의 평화로운 모습은 날 서 있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불쑥 나타난 무지개에 미소 지었고 짙붉은 노을 아래에서는 이유 모를 울컥함이 밀려왔다. 하얀 모래 언덕에 누워 촘촘히 새겨진 별들을 올려다보던 선선한 밤, 곁에 있는 이들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을 내려놓았다. 어른도, 청년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채 매 순간의 주인공으로 ‘나’를 온전히 드러내며 자유를 누렸다. 어쩌면 그 시간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기백을 깨웠는지도 모르겠다.

그 여행이 끝난 지 8개월 뒤, 나는 일본 대학 연구원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흐르는 구름을 보며 내가 내린 선택이 두려웠지만, 한 발 내딛고 싶다는 열정이 그 불안을 밀어냈다. 그 도전 이후 내 걸음은 주저함 없이 더 낯선 곳으로 향했다. 내 선택에 당당해졌고, 그 결과에도 의연하게 책임을 다했다.


삶은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확장되고 있었다. 인생에는 의미 있는 지점들이 있다. 그 거친 몽골의 경험은 내 삶의 방향을 바꿔 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