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만난 이름, 먼나무

올레 6코스, 올레 7-1코스

by 에우름


제주 올레 6코스의 해변 옆 길에는 매끈한 하얀 수피의 가로수들이 가지런히 도열해 있었다. 붉은 열매와 우산 모양의 수관은 담백한 기품이 느껴졌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감탕나무속 먼나무. 그 열매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열매가 달린 겨울에 가지 않았다면, 걷지 않고 차를 타고 지나쳤다면, 앞서가는 친구의 발걸음만 쫓아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풍경이었다.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본 그 나무는 다음 날 다른 동네 가로수로, 마을 공원에서, 어느 집 담장 안에서 불쑥 내 앞에 나타났다. 이제 나와 통성명한 사이가 되었다.


다음 올레길에서는 속도를 조금 늦춰 걷고 싶다.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는 노시인의 말처럼, 막 피기 시작한 동백꽃도, 해변가의 자그마한 몽돌도 가까이에서. 스쳐 지나가지 않도록.


그런데 그 나무, 먼나무였지. 아, 먼나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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