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경계

뭉크의 키스

by 에우름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에는 어린 시절 잃어버린 가족의 그림자가 배어 있다. 불안과 상실을 그려내던 그는 베를린 전시에서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그 기회로 이름이 알려졌다. 노년의 그는 시골 스튜디오에서 모델도 없이 거울 속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냈다.


그의 작품은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드러낸다. 키스(Kiss)는 반복되는 외로움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파란 커튼 뒤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구분되는 선이 없다. 두 세계가 잠시 하나가 되는 순간, 두 내면의 경계는 지워지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겹쳐진다. 그러나 단 한순간, ‘내가 그가 되고, 그가 내가 되는 순간’ 그 외로움은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짧은 환희가 지나면 다시 경계가 생기고 두 사람은 각자의 고독 속으로 돌아간다.


외로움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이 짧은 해방의 순간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찾는다. 그 단 한 번의 황홀을 찾아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들에게 사랑은 반복되는 고독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도구이자 유혹이다.


또 다른 이들은 외로움 자체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일시적인 환희 뒤에 찾아오는 공허가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때때로 어둠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기도 하고, 또 때때로 한 호흡의 틈을 얻게도 되지만, 외로움은 존재의 기본값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이 그림이 좋다. 하나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외로움과 외로움마저 담담히 받아들이려는 두 마음의 차이를 가늠하게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가만 바라보고 있으면 나의 외로움도 한동안은 잠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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