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하며 살아간다는 것

by 에우름

어렵게 써 내려간 초고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출발선에 서는 일에 가깝다. 그 글이 자기 호흡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을지는, 언제나 퇴고에 달려 있었다.


다시 들쳐보는 글에는 어김없이 아쉬움이 남는다. 단어 하나가 마음에 걸리고 문장의 순서가 어긋나 보이며 마무리의 여운이 부족하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불을 끄고 누운 침대 위에서 아쉬웠던 문장들이 유영한다.


퇴고는 표현의 글자만이 아니다. 글에 내보일 마음과 생각 역시 반복해서 퇴고하게 된다. 삶의 퇴고는 물길의 시원을 따라가듯 되짚어 가는 일이다. 세월의 길이만큼 되돌아볼 것도 많다. 과거를 반추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인 것과 반대편에 놓이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써온 길의 울퉁불퉁한 돌을 하나씩 골라내는 일이다. 어느 때는 그 들쑤심이 통증이 되어 남는다.


정리되지 못하고 떠돌던 생각의 편린들을 글로 옮겨 나의 목소리로 읽어 본다. 보태고 싶은 것은 절제해 보고 덜고 싶은 것은 용기 내어 적어 본다. 어지럽고 뿌연 머리와 마음에 그만큼의 여백이 생긴다. 그 사이로 바람이 드나든다. 소란스러움은 잦아들고 점차 평온해진다.


글쓰기가 단정해질수록 나의 삶도 그러해진다고, 믿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