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이와 할미, 보고 싶다

by 에우름

태명 봄, 이름 주원.

말이 서툰 아기가 어느 날,

낯선 호칭으로 나를 불렀다.

“할미.”




데이케어를 다녀온 주원이와

알록달록 종이컵을 쌓고

레고 박스로 찻길을 만들고

작은 텐트 안에 비집고 들어갔다.

주원이의 'apple' 소리에

할미는 오물거리는 그 입 모양을 따라 했다.


바삭한 낙엽 위를 걷고

토끼풀 시계를 채워 주었으며

쌓인 눈 위에서는 스노우 엔젤을 만들었다.

달리다 잠드는 토끼 주원이와

엉금엉금 걷는 거북이 할미가 되어

이곳저곳을 달렸다.

우리에게 모든 것은 놀이였다.


비가 흩뿌리던 날,

아가 주원이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할미, 비가 날아와.”


이제 아기는 어린이가 되었다.

할머니의 어느 한때를

환하게 해 준

가장 사랑스러운 선물,

주원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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