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반 병

by 에우름

꽁꽁 언 날,
아버지는 뜨거운 불속으로 떠났다.
너무 추울까 봐,
너무 뜨거울까 봐
나는 울었다.


이별의 하루를 보내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에는
요양원에 가기 전 드시던
참이슬 반 병이 남아 있었다.
그 남은 소주 앞에서
참고 있던 것이 터졌다.


그렇게 빨리 떠나실 줄은 몰랐다고
나는 아직도 변명을 찾는다.


아흔의 무게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
울지도 못했다.


이제 초록색 병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가게 진열대에서도
식당 옆 테이블에서도.


요양원에 가시기 전날,
소주 한 병에
맛있는 음식을 놓고
아버지의 손을
한 번 더 잡을 걸.


추운 날이 오면

마음이 먼저 시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