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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Jun 16. 2023

2022. 5. 7. 토요일. 육아일기.

전지적 작가 시점

  최근 들어 도담(첫째)이와 봄봄(둘째)이가 놀 때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행동할 때가 많다. 두 녀석이 노는 과정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옆에서 지켜보면 대부분 도담이가 봄봄이를 괴롭히듯이 논다. 도담이와 봄봄이가 함께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두 아이가 서로 웃으며 상호작용 하기 때문에 즐겁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마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말이다.


  두 아이의 노는 모습을 글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오빠는 쫒는 역할을 하고 동생은 도망가는 역할을 맡아 잡기 놀이를 하며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고 있지만 봄봄이는 오빠가 따라오는 행동이 귀찮기도 하고 때로는 무섭다. 무섭고 귀찮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봄봄이가 오빠의 행동 때문에 웃기 때문에 서로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랄까? 다툼과 놀이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느낌이 든다. 글로 풀어쓴 이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면 누구라도 어떤 상황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겠지만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 쉽지 않다. 그래서 두 아이가 노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두 아이가 위에서 언급한 상황처럼 놀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아빠로서 딜레마에 빠진다. 정말 즐거워 보이고 둘이 잘 놀고 있으니 개입하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노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개입해 두 녀석을 떨어뜨려 놓아야 하나? 만약 개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두 녀석이 직접 싸우고 있는 상황이 아닌데 어떻게 도담이와 봄봄이에게 내가 개입한 이유를 설명할 것인가? 등등 다양한 질문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아유 머리 아파…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이유도 있다. 두 녀석이 잘 놀고 있다고 나를 속이며 쉬고 싶기 때문이다. 도담이와 봄봄이가 서로에게 집중해 놀고 있을 때면 적어도 나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않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반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도담이 행동을 제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도담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무엇이 옳지 않은 행동인지 스스로 명확하게 기준을 세울 수 없다. 따라서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옳은 행동과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때 도담이의 기분이 괜찮을지, 아빠가 동생 편만 든다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닐지와 같은 걱정이 들어 선뜻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갈팡질팡 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나는 적극 개입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나는 내 자녀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올바른 기준을 알고 그 기준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다만 그 올바른 기준을 도담, 봄봄이에게 가르칠 때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무서운 표정을 지은채 아이들에게 다그치지 않고 아이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단호하게 이야기를 한다. 무서운 분위기를 조장하지 않아도 아빠의 분위기가 바뀌면 아이들도 다 알아들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무수히 많은 생각과 선택지 중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했다. 오늘 했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우리 도담, 봄봄이에게 잘 전달되어 멋진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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