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고의 교사 Jun 15. 2023

2022. 5. 6. 금요일. 육아일기.

아들, 딸과 데이트

  오늘은 평일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오늘 '재량휴업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아내는 학교에 출근한다. 아내는 재량휴업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는 문을 나서며 나에게 부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인사를 했다. 그렇다면 재량휴업일은 과연 무엇일까? 재량휴업일이란 말 그대로 학교장의 재량으로 수업을 하지 않고 하루 쉬는 날을 일컫는다. 재량휴업일은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결정이 되는 사항이므로 학교마다 휴업일이 천차만별이다.


  나는 고민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꿀 같은 휴식'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아이들과 추억'을 하나 더 쌓을 것인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마치 90년대의 TV프로그램인 'TV인생극장'처럼 말이다(너무 나이 많은 티를 내나??). '그래! 결심했어!' 결국 나는 도담이와 봄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나는 도담이와 봄봄이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도담, 봄봄아! 아빠가 너희에게 할 말이 있는데"

  "네~"

  "오늘 유치원 가지 말고 아빠랑 놀까??"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네! 아빠!"

  '(잘 한 선택이겠지...??)'


4.19 혁명기념탑 가는 방법 : 우이신설 4.19 민주묘지역에서 하차 후 15분 정도 걸으면 된다.(출처 : 네이버 지도 캡처)

  유치원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으니 아이들과 무얼 하며 놀지 고민해야 했다. 우선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4.19 학생혁명기념탑'에 가서 시간을 보낸 후에 점심시간에 맞추어 아내 학교 근처에 가서 아내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내 학교 근처에 들깨칼국수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이 있어서 아내와 결혼하기 전 데이트 할 때 종종 갔었다.


  외출준비를 모두 끝내고 우리는 4.19 학생혁명기념탑으로 출발했다. 5월의 따뜻한 기운을 한껏 머금고 있는 4.19 학생혁명기념탑은 매우 좋았다. 주변이 녹음으로 둘러 쌓여 있는 넓은 공간에 연못과 물고기도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했다. 우리는 탑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한참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되어 우리는 아내와 만나기로 약속한 들깨칼국수 식당으로 향했다.


  학교로 출근한 아내를 점심시간에 만나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니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도 학교로 출근한 엄마와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신나고 즐거워 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맛있는 점심식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식사가 끝나자 아내는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차를 타기 위해 아이들과 걷는데 그냥 가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담이와 봄봄이에게 물었다.


  "도담, 봄봄아. 우리 창포원 갈까??"

  "네!! 좋아요!!"


  결국 집으로 가는 대신 창포원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5월의 창포원은 봄 그 자체였다. 화창한 날씨와 곳곳에 피어있는 꽃, 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행복해 보이는 얼굴들. 그 속에 우리도 함께였다. 어린 도담, 봄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빠. 우리는 도착해서 공원 곳곳을 둘러보고 평상에 누워 있기도 했다. 도담이와 봄봄이는 놀다가 평상에 앉아 간식으로 빵을 먹기도 했다. 우리는 창포원과 다락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창포원과 인접한 다락원에서 도담, 봄봄
창포원과 인접한 다락원 평상에서 쉬는 도담이와 봄봄이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날이 생기면 아이들을 유치원에 등원시키지 않고 종종 아이들과 함께 놀러 나와 오늘처럼 시간을 보내야겠다. 근사한 곳에 놀러 가지 않아도, 비싸고 맛있는 식당에 가지 않아도 오늘처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일상이 곧 행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너희들 덕분에 재밌었다! 고맙고 사랑한다! 도담! 봄봄!

매거진의 이전글 2022. 5. 5. 목요일. 육아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