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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Nov 20. 2023

2022. 7. 26. 화요일. 육아일기.

사교육 진입(?), 깨물다

  오늘 아내와 함께 도담(첫째)이가 다닐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 집 인근에 위치해 있는 미술 학원 세 곳과 태권도 학원에 상담을 다녀왔다. 나와 아내는 도담, 봄봄(둘째)이가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두 아이가 지금 보다 더 성장한 후에 학원에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도담이가 우리에게 먼저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알아보러 갔다.


  도담이가 미술과 태권도를 배우겠다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와 아내도 도담이의 의견에 동의했고 집근처에 있는 학원 중에 미술학원과 태권도 학원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태권도 학원은 집 바로 앞 상가에 한 곳이 있다. 도담이가 다니는 유치원 친구들이 꽤 많이 다니는 곳이라 등록 상담을 하고 곧바로 등록했다.


  미술 학원은 아내가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세 곳을 알아 놓았다. 미술 학원 세 곳 모두 상담한 결과 한 부분이 마음에 들면 반드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등록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우리가 상담을 다녀온 곳 중에 아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미술 학원이 한 곳 있었다. 소수로 반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미술 학원인데 이미 모든 반에 정원이 꽉 찬 상태였기 때문에 등록 대기를 하고 무한정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대기를 해야 하는 곳을 제외한 남은 두 미술 학원 중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미술 학원에 바로 등록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마음에 드는 미술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언제 자리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무한정 기다릴 것인지 판단을 해야했다.


  아내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답을 내렸다. 우선 태권도 학원은 이번주 부터 바로 시작하고, 미술 학원에는 등록 대기를 해 두었다. 그 대신 도담이와 아내가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서 미술 활동을 해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미술 학원에 자리가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다리기에는 지태에게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교 일로 바쁘지만 아내가 도담이를 위해 미술활동 준비를 해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도담이는 7살 여름.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학업에, 학원에 전전긍긍 하면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본인이 공부를 원한다면 내 경제적인 능력이 지원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먼저 앞장서서 도담이와 봄봄이를 공부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싶지 않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본인이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나에게 요청했으며 공부가 아닌 움직일 수 있는 학원이라는 점이다.


  봄봄이(둘째)는 오늘 유치원에서 친구를 깨물었다. 우리 아이들은 친구를 깨무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도담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친구에게 깨물려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느꼈던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를 깨물어서 그 아이의 부모에게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봄봄이가 친구를 깨물었던 상황으로 되돌아 가보자. 유치원 여름 방학을 앞 둔 오늘 유치원 앞 공터에서 물놀이 시간이 계획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물총 놀이도 하고 보트를 타기도 했다. 친구들과 물을 가지고 한낮의 뜨거운 더위를 식혀서 그런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봄봄이는 보트 놀이를 하고 싶어 했다. 친구가 먼저 타고 있던 보트에 봄봄이가 함께 타기 위해 다가갔다. 비어있던 보트의 뒷자리에 봄봄이가 타려고 보트로 이동하자, 앉아 있던 친구가 혼자 타겠다며 봄봄이를 밀었다. 당하고는 못 사는(?) 나의 딸 봄봄이는 그대로 친구에게 달려들어 그 친구의 팔을 깨물어 버렸다.


  봄봄이 하원 시간에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낮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나와 아내는 그 부모가 겪을 마음의 아픔을 생각하여 깨물린 아이의 부모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과를 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우리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다. 엄밀히 따져보면 봄봄이를 밀친 행동을 한 사람은 봄봄이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사과를 먼저 하지 말까?'


  우리 봄봄이를 먼저 밀친 사람은 그 아이였으니 사과를 먼저 하고 싶지 않았다(아내는 사과를 먼저 하자고 했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 봄봄이 보다 그 친구가 더 많이 다쳤기 때문에 결국에는 사과하기로 마음 먹었다.


  봄봄이와 놀이터에 가보니 깨물린 아이와 엄마가 있었다. 아내는 그 아이 엄마에게 먼저 다가가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고 아이의 엄마에게 사과했다. 그 아이 엄마도 깨물려서 속상했는데 이렇게 먼저 사과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내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아이들이 서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서로 다투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100% 잘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체로 다툼의 당사자 간 서로 어느정도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100%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따지다 보면 다툼 당사자의 부모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도담, 봄봄이가 크면서 오늘 겪은 일보다 더 많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갈텐데 이때 내가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딸이 배우는 점들이 많을 것이다. 두 아이의 인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혜로운 아빠가 되는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항상 현명한 아빠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야 판단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훌륭한 인격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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