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힐링담론 : 도전
“허업”, “으... 읍”.
오전 10시 30분, gx룸에 신음 소리가 울린다. 목구멍을 뚫고 나오는 것을 이 악물고 삼키었더니 오히려 괴상해진다. 몸이 하는 진심 어린 고백이다.
나는 코로나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시작한 운동이 있다. 바로 요가이다. 외부활동도 할 겸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를 줄 것 같아 호기심이 났다. 요가는 아파트 문화센터에서 주 2회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수강 한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 나의 몸으로 말하자면 절대 꺾이지 않는 대나무요, 휘지 않는 나무젓가락이요, 제대로 풀 먹인 빳빳한 삼베 저고리였다.
첫 수업 날, 나는 일어서서 허리를 ㄱ자로 구부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작은 몸뚱이는 탄력이라고는 하나 없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다리가 지르르 저리고 떨렸다. ‘낑낑, 끙끙’.
내가 몸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다리가 컴퍼스인 마냥 거침없이 벌어지고 나비처럼 흐르듯 다양한 동작을 소화하는 회원이 몇 있었다. 필시 무용가나 곡예단으로 여겨졌다. 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신기한지 넋을 놓고 구경했다. 그뿐 인가! 가느다란 팔뚝과 납작한 배는 물론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형형색색의 요가복을 차려입은 회원 옆에 있으면 기가 팍 죽었다.
그래도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고 했던가. 그런 날이 쌓이고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내 근육들도 조금은 유연해진 것이다. 잘 안되었던 동작이 어설프나마 따라간다. 하나의 자세가 성공하면 또 새로운 동작이 숙제처럼 기다리고 있지만, 성취감과 안도감이 든다.
요즘 내가 꽂힌 동작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바카아사나이다. 바카아사나는 먹이를 향해가는 새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동작으로 ‘까마귀 자세’ 혹은 ‘두루미 자세’를 말한다. 먼저, 발을 모아서 매트에 엉덩이를 대고 쪼그려 앉는다. 무릎을 벌리고 양 무릎을 두 겨드랑이 사이에 지지하듯 대고 서서히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그러고 나서 몸통을 앞으로 기울인다. 팔꿈치를 구부리고 바닥에서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다. 이때 시야는 정면을 향한다. 이제 서서히 매트에서 발가락을 뗀다. 이 자세로 2, 30초를 버티면 된다.
바카아사나는 숙련된 요가 수련자들도 어렵다는 동작이다. 몸의 감각에 초 집중해야 한다. 일단 근력이 너무나 부족한 나는 기본자세부터 흔들린다. 연신 바닥으로 이마 키스를 해대는 내 모습은 필시 병들거나 어딘가 모자란 두루미다. 차마 날아오르지 못해 파닥거리는, 방정맞은 발길 짓은, 보기 짠하다. 이런 내 모습을 아이들과 남편도 애처롭게 쳐다본다. 그저 이러쿵저러쿵 훈수할 뿐 별 도움은 못 된다. 그러면 나는 '이 나이에 무리하다 다치면 고생이지’ 혹은 '역시 난 안돼' 하고 자책하거나 합리화시키기 급급하다. 나는 어쩌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요가로 스트레스를 더 받는지 모르겠다.
과연 바카아사나를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우선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성공의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도전이라는 건 언제나 멋진 일 아닌가.
인생의 난관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깊은 생각을 하고 직접 부딪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 스르륵 해결될 때가 있지 않은가. 요가도 한 동작 한 동작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 아닐까.
오늘도 힘차게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 업독! 다운독!
마흔 살, 유연함에 기름칠해 본다. 그러니 ‘나! 사십 대여!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도 힘 빼고 말랑말랑하게 나마스떼.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 업독, 다운독 :요가 동작의 하나
*나마스떼: 요가의 시작과 끝에 하는 인사말(당신을 존중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