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 '짠!`하고 기숙사 입주 공고를 냈다.
처음엔 배우자나 자녀 있는 직원만 된다길래 '아쉽지만 난 해당사항이 없구나'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는지, 얼마 뒤 독신 직원도 신청할 수 있도록 재공고가 떴다.
나는 아침형 인간 끝판왕이라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데,
지금 집에서 회사까지 멀어서 출퇴근길에 진이 다 빠져버린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게다가 서울은 즐길 거리가 천지인데, 지금 사는 곳에선 뭐 하나 구경하려면 최소 한 시간은 잡아야 하니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다.
근데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그것도 회사 코앞에 기숙사라니!
하지만 뽑는 인원은 딱 1명뿐이었다.
그러나 희박한 가능성 속에서도 나는 작은 빛을 발견했다.
기숙사 입주 선정 점수 기준이 내게 유리해보였기 때문이다
무주택기간, 직장 재직기간, 고향거리, 직장과 집 거리 등 모든 항목이 내게 유리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내게 내민 손길 같았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무조건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청 전에 기숙사 내부를 볼 수 있게 해줘서 구경을 갔는데,
음... 지금 아파트보다는 아주아주 살짝 작고, 좀 오래된 빌라였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들을 날려버릴 회복 불능의 장점들이 있었으니
바로 직장과의 거리, 꿈에 그리던 서울 라이프, 그리고 주변의 풍부한 인프라,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했다.
실제로 보고 나니 기숙사에 입주하고 싶은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서류를 제출했지만, 발표일까지 남은 3일은 유난히 길었다.
그런데 서류를 내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재직기간 점수 기준을 반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들은 월급을 많이 받으니, 신입들한테 기회를 준다는 취지인데...합리적인 말이었다.
결국 나의 재직기간 점수는 최하점이었다.
단 한 명을 뽑는 자리에서 내가 뽑힐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그래서 발표 하루 전, 기다리는 것도 지쳐 하루 연가를 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기숙사 발표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날!
포기했다면서도 출근길에 가슴 한구석에선 지워지지 않는 희망이 남아있었다.
출근해서 업무 메일을 확인하던 나는 또다시 낙담했다
무주택 기간 점수 마저 내가 생각했던 기준보다 낮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총 점수는 100점만점에 69점
단 한 명만 뽑는 자리에서 70점도 채 안 되는 점수로는 가망이 없어 보였다.
이성적으로는 '아, 역시 안 되는구나!' 했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래도 혹시...?' 하고 기대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살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만약 떨어지면 실망감도 엄청 클 것 같았다.
발표 전에 마음을 놓는 연습을 해봤지만, 이런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업무 중에 모니터 화면으로 합격 공지가 떴는지 안 떴는지 수시로 확인하다가 출장을 나갔다.
출장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팀 직원에게서 카톡 알림이 왔다.
" 축하해요! 기숙사 입주자로 최종 선정됐어요!"
그 순간, 입사 합격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와 맞먹는 기쁨이 몰려왔다.
나는 마치 신이 내 삶에 작은 선물을 내려준 것처럼 느꼈다.
난 여행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꾸려왔다.
새로 들어갈 기숙사는 내게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그 블로그에 날개를 달아줄 공간이었다.
서울의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기기 쉬워진 덕분에 내 블로그의 소재들이 무궁무진해졌다.
지금은 쾌적한 아파트 단지에 살지만, 새 기숙사는 3층짜리 오래된 빌라이다.
하지만 기숙사 근처에는 두 개의 아름다운 대학교가 있고, 이쁜 감성카페들과 강변 산책로, 운동 코스까지 잘 갖추어져 있다.
주변 환경과 인프라가 주는 가치는 지금 동네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다.
결국, 집 내부의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집이 품고 있는 삶의 가능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만약 입주를 포기하면 들어올 1, 2순위 후보자들이 다 재직 기간이 짧은 신입 직원들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뽑혔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또 한 번 감사할 따름이다.
그분들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기숙사 포기할 거란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처음에 아무도 지원 안 해서 독신자도 가능하도록 조건이 풀리고,
우여곡절 끝에 내가 최종 입주자로 선정되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신이 내 노력을 지켜보다 선물을 주신건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점수 산정 기준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내겐 축복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기준을 제대로 알았다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정말 열심히 살다 보면, 세상이 알아서 그 사람을 도와주는 때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런 순간이었다
2년동안만 거주할 수 있지만 이제 그동안 출퇴근 시간에서 매일 1시간 이상을 벌었으니, 그 소중한 시간으로 블로그도 더 열심히 하고 서울 인프라도 마음껏 즐겨야겠다. 이 귀한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
그리고 이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도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