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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의글 Jul 08. 2022

그럼에도 살아가는 우리의 빛나는 일상을 위해, ‘소울’

‘소울’이 제시하는 인생을 돌아보는 시선

끝이 도사리는 삶 속에서 뒤를 돌아보게 하는 눈부신 순간들


간혹 그런 영화들이 있다. '라라랜드'는 영화 속 황홀한 감정이 일상 속으로 이어지고 그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아직도 특정 시즌마다 재개봉을 반복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결말부 타인의 시선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또 다른 시선으로부터의 폭력의 형태를 깨닫게 하여 충격을 가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처럼 일부 영화들은 단순히 화면에서 끝나지 않고 일상 속에서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게 깊은 감정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나의 경우에는 앞의 두 영화를 포함한 소울이 그렇게 다가왔다. 영화관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으면 건물을 나온 뒤의 날씨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마침 소울을 보고 나왔을 때 햇빛이 강해서 더욱 그랬었다.


소울이 관객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차갑고 순식간에 끝이 나는 삶을 살면서 우리는 무엇을 돌아볼 것인가?’ 모두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꽤나 대단하거나 거대한 목적을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런 순간들만을 남길 수 없다. 모두가 꿈을 이룰 수는 없고 이 사실을 모두가 자각하고 슬퍼한다. 이들에게 픽사가 그동안 선사했던 위로는 일상적인 순간에서 찾는 행복이다. 토이스토리에서는 앤디가 장난감들과 작별했고 우디 또한 버즈와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것을 결정했다. 업에서는 프레드릭슨이 자신의 아내와 같다고 생각했던 집을 놓아주었다. 이처럼 픽사의 작품들은 언제나 이야기에 끝이 기다리고 이를 피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끝을 또 다른 시작으로 내다보고 이를 눈부신 순간으로 표현한다. 앤디는 장난감과 작별하면서 대학생으로서 한걸음 성장했고 프레드릭슨은 집을 떠나보내면서 아내의 죽음으로 갖고 있었던 짐을 덜어냈다. 소울은 픽사가 걸어온 길을 명시적으로 표현했다. 조 가드너는 22와의 여정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듯한 모든 일상에 새로움을 느끼는 순수함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냐는 것이 아닌 공연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자신을 끊임없이 끌어올려준 그동안의 눈부셨던 순간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조 가드너는 끝을 택했고 이는 22의 새로운 생명의 시작, 그리고 조 가드너에게도 새로운 시선으로 이어졌다.


픽사의 소울은 화면에서 벗어났을 때 관객의 시선을 바꾸는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 영화였다. "픽사의 영화들 중 가장 앞에 내세워도 된다."라는 평이 절대 틀린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소울’은 지금까지 픽사가 찾아왔던 모든 인생에 대한 가치의 집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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