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의글 Jul 12. 2022

리드미컬한 호러를 원한다면?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밝은 빛에 가려진 도시의 어두운 이면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회 현상에는 언제나 따르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이득을 취하는 자들은 더더욱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원래 다 그런 거야, 여기서는 어쩔 수 없어”.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사회상의 시선으로 학대받은 여성의 상흔에 대한 이야기다.


밝은 도시와 짙은 그림자

빛이 너무나 밝으면 이면의 그림자는 그만큼 어둡다. 샌디는 과거 가수의 꿈을 갖고 런던을 찾아왔다. 런던의 화려한 빛을 마주한 샌디는 곧 눈이 멀어 신사라는 겉치레를 걸친 이들의 그림자에 끌려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영화의 밝고 명료한 색감의 초반부와 어두운 색감의 후반부를 비교했을 때 명과 암의 대비가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밝은 핑크색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던 샌디가 점차 어두운 색감의 의상을 입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

거울은 그 자체로 자화상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묘사하는 시간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도시의 빛에 대한 터너의 소망과 그로 인한 결말을 샌디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다. 거울을 통해서 터너는 샌디가 겪었던 도시의 공포와 고통을 함께 느낀다. 결국, 자신이 느끼게 될 고통이었던 것이다.


에드가 라이트의 리듬

영화의 테크니컬한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리듬과 촬영이었다. 터너가 처음 샌디의 기억을 볼 때 중요했던 것은 터너가 기억 속에서 샌디가 되어 자신이 꿈꿨던 도시의 모습을 경험하는 것이다. 밝은 빛 사이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모습, 에드가 라이트의 색이 짙은 리드미컬한 편집과 카메라 워킹이 초반부의 빠르고 재치 있는 리듬을 가능하게 한다. 반대로 이는 공포적인 이야기에도 잘 들어맞을 것으로 생각하는 지점은 영화의 후반부이다. 빠른 리듬과 편집을 생동감이 아니라 혼란으로 치환하여 터너가 겪는 심리적 고통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다.


상흔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포영화에서 주로 다뤄지는 소재는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된 한, 또는 상흔이다. 이는 현재에도 남아 주인공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 샌디의 상처가 터너에게 나타난 이유는 바뀌지 않은 런던의 모습이다. 터너가 런던에서 처음 만나고 대화를 나눴던 택시 기사는 터너에 대한 성희롱을 일삼고 이는 술집에서 만나게 되는 남성들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룸메이트들은 터너가 촌스럽다고 여기며 따돌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시선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샌디가 살았던 런던과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어쩌면 터너의 공포가 샌디의 이야기를 불러들인 것일 수도 있겠다.


결말부, 샌디가 살아있다는 반전은 상흔을 더욱 짙게 했다. 살아있는 샌디, 집에 깃든 기억, 환각 등이 런던의 공포에 생동감을 더한다. 시간의 흐름이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샌디가 현재 살아있다는 설정은 흉터가 남아있음을 상징했다.


총평

에드가 라이트의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독특한 리듬을 가진 호러 영화였다. 영화의 결말 부에서 비극을 드러내는 연출은 메시지에서 알맞게 상응했다고 생각하나, 여러 지점에서 이야기와 결합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설정들이 떠도는 듯해 아쉬웠다. 다만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리듬이 호러 장르와 결합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에도 살아가는 우리의 빛나는 일상을 위해, ‘소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