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산후우울증인건가?

시험관으로 어렵게 가진 나의 아이, 지금은 너무 밉다.

by 다소니Rino

시험관으로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낳고보니 후회가 돼.

시험관 2번만에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내 나이 서른하고 아홉.

늦은 나이 결혼을 한 탓도 있었겠고, 늦은 나이 만큼 자연임신은 어렵겠단 산전검사 결과를 듣고
남편과 나는 부랴부랴 시험관을 진행했다.

첫번째 시험관은 아쉽게도 화확적 유산.
1달을 쉬고 재충전하는 시간 및 난자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음식들로만 고루 섭취하며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2번째 시험관.
8개배아 성공 후 이식 당일 3일배양 3개의 배아를 이식하면서 운 좋게도 나는 그렇게 엄마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아이를 가졌고 4개월 동안 심한 입덧탓에 도통 먹지를 못하는 고통과
10달을 품은 내내 갈비뼈 통증을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 어느 초 겨울, 나는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작디 작은 내 아이를 만나는 순간 왈칵 눈물부터 쏟아져 내렸다.
허우적 거리는 작디작은 손과 발이 나를 찾는 것만 같았고,
우렁차게 울어대는 목소리는 마치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엄마 안녕? 나 여기있어요'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운 순간이었다.
천사같은 아이가 드디어 내 품에 안기는 순간이었다.

그랬던 나의 아기였는데,
그렇게 이쁘고 감동스러운 나의 천사였는데.

생후 29일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 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나는 천사같은 내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날이 많아졌고
나를 찾아 허우적 거리는 손과 발이 이젠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안아달아 밥달라 재워달라 찡찡 거리는 녀석의 울음소리도 더이상 이쁜 가락처럼 들리지 않았다.
임신 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고 싶었고 집 밖을 나가고 싶었다.
지금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을 다 부정하고 싶었다. 그저, 임신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산후우울증인가?

그렇다. 나는 지금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게 분명했다.
나는 모성애가 강한 엄마일꺼라 생각했다.
수년간 피워왔던 담배도 한번에 끊어벼렸고, 아이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서라면 엄마아빠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열심히 책도 읽으며 아이의 대해 공부를 하고 또 해왔다.
10달을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었고 그렇게 바라던 아이였건만.
아이의 울음소리, 행동, 눈빛을 읽어내려 공부를 열심히 하던 아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했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날들이 많아졌고 흐르는 눈물이 많아졌으며
아이만 낳으면 하고 싶었던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일은 물론
나를 돌보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는 그렇게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거다.
남편에게 조차 털어 놓을 수 없고 숨기고 싶은 나의 진심.

남편은 이런 나를 알게되면 무척 실망하겠지?

나는 친정도 없다.

엄마는 15년전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빠는 불과 4개월전 식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땐 임신 6개월차 상태였고 아기때문에 목놓아 마음껏 울어보지도 못했다.
행여 아이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까 싶어.

이럴때 엄마라도 있었으면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엄마한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면서라도
내 이 검고 돌덩이같이 딱딱한 마음을 조금은 말캉거릴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아이를 낳고 부쩍 돌아가신 엄마가 더 보고싶어졌다.
그래서 더 울게되었다.

'내 엄마도 나를 이렇게 밤새 껴안고 달래고 있었겠구나. '

산후우울증은 모든 엄마들에게 다 온다고 한다.
그 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며 가까이 있는 남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내 끼니를 걱정하던 내 남편은 이제 없다.
내 잠을 걱정하던 내 남편도, 내 건강을 걱정하던 남편도,
나를 무척 아끼고 말랑거리는 목소리로 사랑해주던 남편도 더는 없다.

아이가 집에 온 2주간 둘이서 지지고 볶으며 아이를 케어하는 순간부터
그도 나도, 둘다 지쳐버렸다.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말이 없어졌다.
우리가 하는 말이라곤 '먼저자' '나갔다올게' '좀 잘게' 등 뿐, 그 이상의 대화는 없다.

우리가 나약하기 때문일까.
보통의 부모들이 다 우리 같을까.
아님 유독 우리만 이렇게 별난걸까.

내 건강보다, 남편의 사랑보다 꼭 바라는 한가지가 있다.

내 아기가 나의 마음을 읽지 않았으면.
아기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데, 꼭 그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