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버지' 를 원했던 딸의 이야기 (5)

아버지의 49제

by 다소니Rino

딸하나 아들하나를 둔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두달이 되어간다.

49제를 지내기위해 이틀전부터 장도보고 음식도 만들어본다.

임신 8개월이 되어가다보니 서서 음식을 하는게 여간 고통스러운게 아니었다.


'아빠 내가 해준 음식 하나도 남김없이 다 드셔야해.

나 진짜 힘들게 만들고 있는거 보이제? '


제사 음식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아빠가 생전에 말씀하셨던게 생각났다.


'무나물 만들때 무채는 더 얇게 썰어야된다.'

'살짝 간간하게 만들어도 된다. 너무 싱겁다'


엄마 제사음식을 준비할때 내 곁에서 하시던 말씀들이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이 너무 생생히 보이고 들려서 순간 울컥했다.


'이제 내가 아빠 제사음식을 준비하다니.

세상 참 얄굿다. 맞제 아빠? '


음식을 하는 순간순간,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내 나이가 이렇게 젊은데 부모를 모두 여의다니.


손주 재롱 좀 보고 가면 어디가 덧나나.

뭐가 그리 급하다고 다들 그렇게 빨리 가버렸나.

27살엔 엄마를, 39살엔 아빠를.

남들은 그 연세쯤 되면 자식들 효도하는 것도 누리고 즐기며 남은 여생을 편히 지내시는데,

내 부모는 복도 복도 이리도 없나.

아니 나한테 복이 없는 건가.


음식 만들면서 몇번을 울컥하고 또 울컥했는지.

불쌍한 내 부모가 안쓰러워,

불쌍한 내가 안쓰러워 그저 화가났다.




49제 당일,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내게 미안해서 우시나.

아님 일찍 가신게 억울해서 우시나.


자식은 부모를 여의고 나면 철이 든다고 한다.

나는 그토록 증오하고 싫어했던 아버지를 여의고 나니

'당신인생도 참 고달팠겠소' 라며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다.

성실한 가장인 아버지를 원했다.

가족을 잘 돌보시며 책임감 강한 아버지를 원했다.

늦은 퇴근길이면 통닭한마리 사오시며 우리의 하늘이 되는 아버지를 원했다.

그런 전형적인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던 딸은

평범하지 않았던 아버지를 원망하고 증오하는 걸 그만 두기로 했다.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미워하면 무얼하고 증오하면 무얼하나.

내 마음만 고달프고 이리도 괴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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