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엄마가 음악을 가르치는 이유

by 피아니스트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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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을 가르치세요?]




너무도 신기한 게 아이들이 어릴 때는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엄마들이 예체능 교육을 열심히 시킨다. 태교 음악을 들려주는 것부터 아이에게 그림도 많이 보여 주고, 클래식 음악 동화나 명화가 그려진 미술책 등도 많이 읽어준다. 음악놀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미술, 체육 등의 융합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경험시킨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조금 크면 악기를 하나씩 가르친다. 일찍 시작한 아이들은 유치원을 다니는 5세경부터 배우고, 평균적으론 8살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이면 의무적이라고 할 만큼 악기를 꼭 배운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여러 경험을 하다가, 악기를 시작한 지 2~3년이 되면 슬슬 그만둔다. 정작 아이들이 이제야 정식 연주회도 갈 만하고, 미술 감상도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멈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악기를 그만두는 연령이 5학년 정도였는데, 금세 연령이 낮아졌다. 4학년만 해도 악기를 계속 배우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이유는 다른 공부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악기를 그만둠과 동시에 클래식을 접할 일도 대부분 없어진다. 그나마 태교 음악부터 3학년까지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예술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부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고학년 아이들은 특별히 수행평가가 있거나 꼭 제출해야 할 보고서가 있지 않고서는 기회가 없다. 숙제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음악을 필요에 의해서 듣고 배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에게 음악은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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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런 일련의 사태가 참 안타깝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지만 부모들의 생각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음악이나 미술, 체육 등의 활동은 인간의 전반적인 생에 걸쳐 경험하고 배워야 할 일이다. 음미체 교육이 영, 수 과목에 밀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만날 해봤자 정작 아이를 키우는 부모 당사가가 그런 철학이나 가치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면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직접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돼보니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의 모습이 전적으로 드러나는 일이었다. 아이 스스로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 아이들에 관한 대부분의 결정은 부모 손에 달려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마저도 부모들이 자신의 기준대로 결정을 해버리니 그전의 일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부모가 중요하다면 중요한 일이 되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릴 때는 꼭 음악을 가르치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은연중에 알고 있다. 예술을 느끼며 사는 것은 굉장히 아름답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다만 그것의 효용성면에서 특별히 결과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그만둔다. 대체 어떤 결과가 나와야 완벽하게 성공한 음악 교육이란 인정을 받을까? 그것이 나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 선생님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음악을 가르치려 했는데, 아이가 너무 싫어하면 억지로 강요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음악을 너무 싫어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엄마가 억지로 욕심 내서 반복연습을 하는 경우에나 그런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고 그런 경험을 완전히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스며들게 다가가자는 말이다.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부모가 기다려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아이를 바라보면 된다. 많은 일에서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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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아이에게 음악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오랫동안 망설였다. 그리고 그 고민은 앞으로도 반복될 거다.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분야고, 내 아이이기에 더 사랑한다는 명목 아래 자칫 과도한 욕심이 앞설까 봐 조심스러웠다.




아이에게 음악 교육을 시작했지만, 막상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아들과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표 음악 교실을 할 뿐이다. 아이의 반응을 더욱 유심히 관찰하는 시간, 그리고 아이의 변화를 공감해주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하는 음악 교실이 기다려지고 설레고 궁금해진다는 말을 하는 수업이라면 정말 대성공이다. 더불어 날마다 수업이 성공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아무리 인기 있는 텔레비전 드라마도 어느 회는 재미없는 경우가 있다. 전체적인 흐름이 가장 중요할 뿐이다.




음악을 한 시간 배웠다고 해서, 연주회나 전시회에 한 번 다녀왔다고 해서 아이의 정서가 바뀐다거나, 아이의 관심이 높아질 거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꾸준히 접하게 해줘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한참 뒤에야 나온다. 어느 경우엔 평생 부모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음악적 경험이 풍부하다는 건 악기 연주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하거나 해서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면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면의 다름이다. 여기서 오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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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배우고 느껴야 하는 이유는 첫 번째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다. 우리는 어릴 때 무섭거나 잠이 안 오면 엄마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엄마의 목소리로 차분한 노래를 들으면 겁도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온다. 그러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거다.




두 번째는 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뇌의 역할이 상당하다. 뇌는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주름이 많이 생기는데, 오죽하면 과학자의 뇌보다 음악가의 뇌가 훨씬 주름이 많다고 했을까. 그만큼 음악을 배울 때 뇌가 많이 사용된다. 대부분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음악도 좋아하고,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이 영리하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물리학의 거장인 아인슈타인이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과학자가 되지 않았으면 음악가가 됐을 거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고, 그것을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자기표현능력이 생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이다. 요즘 현대 사회에서 문제되는 자기조절능력의 저하는 심각할 수준이다. 음악을 통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다면 내 삶의 수준과 질은 형언할 수 없이 달라진다.




음악을 꼭 가르쳐야 하는 이유를 단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음악이 없는 인생은 공기 없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음악은 인간이 행복해지려 하는 자연적인 본성을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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