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처음인 아들에게

- 쇼팽 피아노 연습곡 op.10-3 '이별의 곡'

by 피아니스트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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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처음인 아들에게]




마냥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소년이 된 뒤로 많은 것이 변했다. 나의 직장 때문에 주말 부부를 했던 우리는 다시 서울로 이사를 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아빠를 너무 그리워해서다. 어느 순간부터 아빠를 무척이나 찾았다. 행여 남편이 주말에 일이 많아 오지 못하는 날엔 아이는 매우 슬퍼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서울에서 내려온 것만큼이나 큰 고민을 하다가 다시 이사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언제나 일을 하는 엄마들에게 육아와 직장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어려운 고민이다. 3년 동안 나를 위해 희생을 해줬으니 이젠 내 차례겠지? 아이와 남편을 위해서라도 이쯤에선 내가 양보해야 할 것 같았다. 정말 머리가 복잡했다.




아쉽지만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이사 날짜를 잡았다. 대학의 학기가 끝나는 12월 초쯤으로 날짜를 잡고 아이에겐 그저 서울로 간다고만 말을 했다. 아직 어리니 특별히 설명을 많이 할 필요도 없고 그냥 데리고 가면 되겠거니 했다. 그런 내 생각이 큰 실수였다는 걸 난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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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 사는 살림이었지만 이삿짐을 싸 보니 짐이 엄청났다. 그날따라 남편도 급한 일이 생겨 도와주질 못해서 이사를 하는 일은 온통 나와 친정부모님 몫이었다. 이래저래 처리한다고 했어도 당일에 해결할 일이 꽤 많았다. 혼자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정말 뜬금없는 상황이었다. 어디 다친 줄 알고 달려갔더니,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한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처음엔 왜 우느냐고 친절하게 물어봤다. 아무리 물어도 답을 하질 않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유를 말하든지, 울지를 말든지 둘 중 하나만 해 주라 아들아!!! 네가 아니어도 지금 이 엄마는 머리도 마음도 복잡하단다. 순간 그동안 내 안에 쌓여있던 불만과 힘듦이 모두 튀어나왔다.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엄마한테 말을 해주면 좋겠어. 우는 이유가 뭐야?”




아들이 눈물 콧물을 다 흘려가면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친구들하고 헤어지는 게 슬프잖아. 엄마는 왜 인사할 시간을 안 줘요! 난 민규랑 준성이랑 창우랑 계속 만나고 싶은데, 이제 우리 서울 가면 못 보는 거잖아요. 흑흑흑”




정말 뜻밖이었다. 아차 싶었다. 아이에겐 언제나 어느 상황에서나 충분히 이해할 만큼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아이에겐 이별이 처음이었다.




아이가 아빠를 그리워해서 난 아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사를 결정한 건데, 아이는 이곳의 친구들과 헤어지는 슬픔도 아빠를 만나는 기쁨만큼이나 컸다.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게 부모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니 아들이 유별나다고 할 수도 없었다. 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아들의 그 마음을 공감해줬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천운이가 서울 가면 기뻐할 줄만 알았지. 우리 천운이가 친구들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어. 친구들 더 이상 못 봐서 슬픈 거야? 그래도 서울 가서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좋은 친구들 만날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가며 아이를 간신히 달랬다. 아이의 감정을 잘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건 아이도 어른도 모두 슬픈 건데, 난 왜 아이가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했을까?




아이는 울다 지쳤는지 옆에서 잠이 들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계속 생각을 정리하면서 음악을 들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프레드릭 쇼팽의 ‘이별의 곡’이 고즈넉하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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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지구 반대편 음악가 쇼팽도 이렇게 이별이 슬펐다. 그는 1810년 클래식의 변방인 동유럽 폴란드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폴란드 귀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고 섬세했던 쇼팽은 자신 안에 있는 미묘한 감정들을 피아노에 쏟아부었다. 그래서 그는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릴 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을 많이 만들었다. 음악적인 능력이 출중했던 쇼팽은 폴란드의 최고 음악교육기관인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공부를 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 20세 되던 해 폴란드는 강대국 러시아의 침입을 받아 모든 것이 불안했다. 그때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이 엄청 유명해지면서 그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서유럽인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연주를 하게 된다. 쇼팽의 슬픔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연주 여행을 모두 마치고 고국인 폴란드로 돌아오려던 차에 시민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자신의 음악적 성공을 위해서는 예술의 메카인 파리에 있어야 하고, 조국을 아끼는 마음에서라면 폴란드로 돌아가야 했다. 결국 쇼팽은 조국을 등지고 프랑스에 남았다.




이런 슬픈 상황을 겪었던 쇼팽은 조국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곳을 떠나야 하는 괴로운 마음을 연습곡 ‘이별의 곡’에 옮겨 놨다. 사랑하는 조국과 그곳의 친구들을 떠나는 게 그에게도 엄청난 슬픔이었다. 오늘 이 곳을 떠나는 우리 아이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쇼팽을 대변하는 음악 장르인 ‘연습곡(Etude 에튀드)’은 원래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뽐내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쇼팽에 이르러 연습곡의 의미가 달라진다. 기교뿐만 아니라 서정미도 대단히 중요한 곡이 된 거다. 쇼팽은 작품번호 10과 25의 총 24곡에 사후에 발견된 3곡까지 포함하면 모두 27곡의 연습곡을 작곡했다. 처음 작곡한 작품번호 10의 12곡은 1829년부터 1832년 사이에 작곡되었는데, ‘건반 위의 파가니니’라 불리는 피아노 천재 프란츠 리스트에게 헌정되었다. 대부분의 곡은 빠르기가 굉장히 빠른데, 이별의 곡은 유난히 느리고 서정적이다. ‘이별의 곡’이라는 제목은 쇼팽이 직접 붙인 건 아니지만, 이 곡은 누가 들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는 쇼팽의 마음이다. 쇼팽 스스로가 “나는 여태껏 이만큼 아름다운 멜로디를 써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극찬을 했다. 이 곡을 들으면서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이별이 처음인 아들에게 참 미안했다.




이별은 모두 슬프다.




유튜브 검색어 - 쇼팽 피아노 연습곡 10-3


https://youtu.be/EINXgKuZe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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