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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육아학교
첫 번째 엄마표 음악교실
<음악을 어떻게 가르치세요?>
엄마가 피아니스트라고 하니 주변에서 자주 묻는다.
“엄마가 음악을 하면 아들도 음악 좋아하나요? 아들은 피아노 가르치세요? 몇 살부터 시작하나요? 피아노 말고 다른 악기는 어떤가요?”
내가 영어를 전공한 엄마에게 묻고 싶은 질문만큼이나 그들도 나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나답게 육아를 하겠다고 작정하고는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거였다. 사실 음악을 가르친다는 표현은 내가 좋아하는 문장은 아니다. 솔직하게는 음악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무튼 엄마표 음악교실이 시작됐다. 피아니스트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니까.
아들이 음악을 좋아하지 않고 싫어했다면 더 지켜봐야겠지만, 4살이 된 아들은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일도 좋아했다. 아직 손가락이 가늘고 힘이 없어서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일은 어려웠다. 집에 유아용 피아노가 있었다면 가능했겠지만, 내가 연습하는 연주용 피아노는 아이에게 너무도 컸다. 적합한 악기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발에 맞지 않는 큰 신발을 신고 걸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전에는 모든 피아노 사이즈가 거의 동일했지만 요즘은 유아용으로 5옥타브 피아노를 따로 제작하기도 한다. 피아노는 전체 88개의 건반으로 모두 7옥타브 1/4의 길이다. 쉽게 말하면 도부터 높은 도까지를 한 옥타브라고 하는데, 그 옥타브가 7개가 있고 나머지는 피아노 가장 왼쪽 저음부에 두 음이 더 있다. 반면 바이올린이나 첼로는 아이의 신체 크기에 따라 1/32부터 1/16, 1/8, 1/4, 1/2, 3/4, 4/4 등 다양한 사이즈가 있다. 분모의 숫자가 작아질수록 사이즈가 크다. 보통의 성인들이 4/4 사이즈(풀사이즈)를 사용하고, 초등 저학년이 1/2 사이즈를, 유아들은 1/4이나 1/8을 사용한다.
음악수업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악기 앞에 앉혀놓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음악을 아주 싫어한다면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스멀스멀 접근하는 게 좋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는 건 아이에게도 부담이 된다. 뭐든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피아노를 전공하면 누구든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지만, 난 좀 다른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악기교육은 음악에 대한 첫 교육이다. 그전에 문화센터나 어린이집에서 하는 활동은 음악놀이 개념이라 특별히 결과가 드러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악기수업은 가르치면 결과가 나타나므로 시작하는 시기를 신경 써야 한다.
성인들은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고, 지적 수준과 신체적 조건 그리고 집중 시간이 길지만 아이는 모든 게 반대다. 배우려는 의지보다는 재미를 느껴야 하고, 지적 수준은 당연히 어리니 한계가 있고, 손가락이나 다리의 길이도 짧다. 피아노는 페달을 밟아야 해서 다리의 길이도 중요하다. 물론 요즘은 다리가 짧은 어린이들을 위한 보조 페달이 사용되기도 한다. 종종 레슨 때 직접 들고 다니시는 열정적인 선생님도 계신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어린이가 페달을 밟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집중 시간이 짧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음악수업은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시작하면 안 된다. 무엇이든 첫 경험이 좋아야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아이들 수업은 어른 수업보다 10배 이상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집에서 매일 보는 피아노라 악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음악수업을 해보자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당장 피아노 앞에 가서 막무가내로 건반을 눌렀다. 가끔은 주먹으로 내려치기도 하고, 손바닥을 넓게 펴서 호떡 만들 듯이 누르기도 했다. 내 비싼 연주용 피아노에게 몹쓸 짓을 참 많이 했다. 하하하! 악기 앞에선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공간을 거실로 옮겼다.
맞다. 아이들 수업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알록달록하고 비비드한 색상의 인테리어가 많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음악을 배우는 곳은 환상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공간에서 환상을 느낀다. 마치 앨리스가 나오는 원더랜드나 피터팬의 세계처럼 말이다. 음악은 환상적인 경험이여야지 사실적인 팩트 체크가 아니다. 피아노만 있는 내 연습실보다는 이것저것 다양한 물건이 있는 거실이 나았다.
아이와 수업을 하려고 옷도 한 벌 샀다. ‘무슨 옷까지? 너무 유난스럽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아이들에겐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이미지는 절대 딱딱해선 안 된다. 선생님에게 카리스마는 물론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유아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좋은 음악 친구다. 말하자면 아이들이 보는 만화 주인공 느낌이다. 난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의 옷을 사서 입었다. 차마 사진으로 공개하긴 민망해서 글로만 적는다. 앞으로도 아이와 수업할 때는 가장 예쁘고 화려하게 입고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 엄마들이 뭔가를 가르칠 때 집에서 엄마가 하는 일이라고 등한시하면 절대 안 된다. 가르치는 순간엔 맨날 보는 평범한 엄마가 아닌 요술공주가 돼야 한다. 그래야 수업이 가능하고, 아이에게 전달이 된다.
첫 번째 엄마표 음악교실에서는 음표에 대해 알려줬다. 아이에게 보물찾기를 할 거라고 말하고, 음표 카드를 곳곳에 숨겼다. 일단 악보를 보려면 음표에 대해 알아야 한다. 화이트보드에 음표의 길이를 그려주면서 설명을 하고, 플래시 카드로 아이에게 인지를 시켰다. 과거에는 처음 피아노 학원에 가면 이론 문제집을 보면서 4분 음표, 8분 음표, 16분 음표 등을 계속 그리고 사과로 쪼개 보는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쉽게 질려한다. 유아교육은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와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총 수업 시간은 30분이었고, 거실 곳곳에 음표 카드를 숨겨놓고 보물찾기 놀이를 했다. 수업 시작과 끝에 오프닝 송과 엔딩 송을 정해놓고, 이 노래를 부르면서 수업을 시작하고 마쳤다. 만화 영화도 오프닝 음악과 엔딩 음악으로 처음과 끝을 구분하니까 그 콘셉트를 수업 시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거다.
엄마가 직접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쉬운 것이 아니다.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가 원활하고, 흥미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를 먼저 잘 살펴봐야 한다. 남의 교육방법이 나에게도 같은 원리로 적용되는 건 아니니까. 단지 30분 수업인데, 3시간 수업만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도 첫 번째 수업이 아주 실패는 아니었다. 아이가 재밌다고 하니 다행이다.
나는 아이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그 순간만큼은 마법 지팡이를 가진 요술공주가 된다. 그리고 우린 신비한 음악의 세계로 날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