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겐 어떤 지능이 있을까?

by 피아니스트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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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 엄마든 일을 하지 않는 엄마든 엄마라면 누구나 정성 들여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관찰이다. 내 아이를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머릿속에 아이의 생각과 생활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의 폭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자기주도가 중요하고, 자기 선택이 중요하다지만 아이는 아직 혼자서 무엇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 어린 나이이기에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


단순히 아이와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정성껏 주의 깊게 잘 들여다봐야 한다. 육아도 집중이 필요하다. 아이와 음악교실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내가 모르는 아이의 다른 면을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람에게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은 실로 놀랍고 다채로운 경험이다.


아이는 평상시에도 질문이 많긴 했지만, 건반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도 여러 가지 질문들을 했다. 전혀 음악과 관계없는 질문도 부지기수다.



도레미를 가르치면서


“이게 도, 이게 레, 이게 미야.”라고 말하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나라말이에요? 영어예요?”물었다.


“왜 이 건반 이름이 도, 레, 미예요? 꼭 그렇게 불러야 해요? 나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하고 싶은데....”


“왜 흰건반은 이렇게 많은데, 검은건반은 적어요? 여기 색깔은 꼭 하얗고, 여기는 꼭 검은색이어야 해요? 난 위아래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인슈타인 기질이 있는 건가? 건반 위치 하나 가르치는 것도 싶지가 않다.




나는 여러모로 유아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아이 한 명을 가르치는 데도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힘이 드는데, 다수의 아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선생님 한 명에게 기댄다면 누구라도 힘에 벅차다. 아이의 이 많은 질문이 어떤 때는 기특하고 대견스럽지만, 어떤 순간엔 힘들고 난감할 수 있다. 일일이 다 대답해주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아이는 음악에 관심이 있긴 할까? 건반 이야기 하는데 왜 이런 다양한 질문을 하지?


사람에겐 여러 가지 지능이 있는데, 이런 걸 다중지능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릴 때 공부 지능만을 기준으로 IQ 검사를 했다면, 다중지능 검사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와 능력을 측정하는 거다. 난 아이에게 있는 다중지능이 궁금했다. 너무 어린아이에게 검사를 행하는 건 신뢰도 면에서나 나의 교육철학이 흔들릴 것 같아 제대로 된 검사를 하긴 망설여졌다. 대신 내가 공부했던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준서를 관찰해 보기로 했다.



아이는 현재 5살이다. 생일이 1월이라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인지적인 면이나 신체발달적인 면에서 많이 빠르다. 남자아이지만 여자아이 못지않게 언어 능력이 발달됐고, 호기심과 질문이 많다. 항상 입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비트가 강한 음악이 나오면 몸을 움직여 자신만의 춤을 춘다. 모든 감정 표현이 다양하고, 사람들과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많이 웃고, 재미난 말을 곧잘 한다. 운동은 수영, 태권도, 댄스, 축구 등 특별히 거부하는 것 없이 즐겨한다. 하지만 운동신경이 특별히 발달해서 잘하는 수준은 아니다.


예체능은 딱 보면 본능적으로 신경이 있는지 없는지가 보인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주로 추상화가 대부분이다. 뭘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보다 자기 식으로 아무 그림이나 그리는 걸 좋아하고, 그림을 엄마한테 설명해 주는 걸 좋아한다. 외동이지만 형제 많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동생을 원하니 낳아달라고 하지도 않는다.(낳아달라고 해도 이 엄마는 이제 늙어서 낳기가 힘들다. 하하하) 외로움을 많이 타지 않고, 4살 때부터 잠은 혼자서 자기 방에 가서 잤다. 놀러 가서 사 온 마스코트 인형을 애착 인형으로 안고 잔다. 아주 조그맣게 생긴 인형인데,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 그냥 내버려 둔다. 등등...


기회가 되면 내 아이에 대해 관찰한 상황들을 아주 상세히 구체적으로 적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대충 말로 이렇다 저렇다 표현하는 것보다 차분하게 종이에 쓰다 보면 훨씬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또 반대로 막상 적을 게 없을 만큼 모르고 있는 부분도 발견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진정 아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아이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지켜본 관찰의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 놓고 다중지능 이론에 적용을 시켜봤다.



일단 다중지능 (MI)이란 'Multiple intelligence'의 약자로 여덟 개의 다양한 지능을 말한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하워드 가드너 박사가 ‘하버드 프로젝트 제로'의 책임 연구자로 활동하면서 발견한 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에겐 한 가지의 재능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역량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거다. 누구에게든 각자 자기가 잘하는 분야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검사는 부족한 지능은 보충해주고, 원래 잘하는 지능은 계속 살려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90년대 후반부터 다중지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으니 어느덧 20년 정도 진행된 연구이다.


다중지능은 크게 여덟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언어지능으로 단어 활용이 음성, 의미를 잘 기억하고 활용하는 언어와 관련된 기능이다. 두 번째 논리 수학 지능은 수와 셈, 말 그대로 논리적 사고를 잘하는지를 보는 기능이다. 세 번째 공간적 감각을 측정하는 공간지능, 네 번째 음악지능, 다섯 번째는 몸으로 하는 신체적 움직임 기능을 보는 신체 운동 지능, 여섯 번째는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잘 형성하는 지를 살펴보는 인간친화기능, 일곱 번째는 자신에 대한 이해도와 조절을 잘하는지를 살펴보는 자기이해지능,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는 자연과의 친화도를 살피는 자연 친화지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지능들 중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기이해지능과 인간친화지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건 어디 가서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느껴야 하는 것이다.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의 필요가 점점 많아진다.


단순하게 다중지능이 무엇이고, 그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서 끝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이것을 바탕으로 아이가 자라고 엄마가 육아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참고용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에게 이 이론을 적용시키기 전에 엄마인 나부터 잘 관찰하고 나에 대해 유심히 살펴봤다. 결국 육아는 엄마인 내가 하는 거고, 아이는 내 몸에서 나왔으며 나의 유전자와 남편의 유전자의 결합이니 아이 안엔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 고유의 성향이 있을 것이다.


아이는 음악을 알려주는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언어(이게 영어인지, 한국어인지)가 궁금했고, 왜 꼭 그런 이름이 붙고 흰색, 검은색의 색깔 배치여야 하는지 논리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궁금증을 엄마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강하게 느꼈기 때문에 나에게 질문을 한 거다. 나 역시 궁금한 게 많으면 질문을 많이 했었다. 그 질문에 우리 부모님이 친절하게 정성 들여 답을 해주시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답답함을 안고 그냥 살았을 것이다. 질문에 답을 안 해주는 건 아이가 말을 안 하게 입을 닫아버리는 악영향을 끼친다.




음악교실은 정말 도구일 뿐이고 난 오늘도 이 시간을 통해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있다. 어쩌면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게 해 준 아이와 음악교실에게 감사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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