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아들과 함께 도레미

by 피아니스트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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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육아학교 칼럼 '피아니스트 엄마의 클래식 육아'에 연재 중입니다. 그 밖의 다른 글은 EBS육아학교 앱에서도 볼 수 있어요.


엄마표 음악 교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사하고 어린이집 적응을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슝’ 하고 사라져 버렸다. 수업이 자꾸 미뤄지면 정말 안 할 것 같아 차시별 강의 계획안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았다. 다른 아이 가르치는 것보다 내 자식 가르치는 것엔 강도 높은 책임감과 의무감이 필요하다. 내 맘대로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 스스로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아들은 보물 찾기와 숨은 그림 찾기를 하며 음표와 쉼표를 익혔다. 교육서적을 보면 학습을 놀이처럼 하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정말 많은 교구와 아이디어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 스스로가 유머와 위트가 풍부하며 사랑이 많아야 한다. 전적으로 유아 수업의 재미는 선생님에게 달려 있다. 아이들 수업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런 거다.




아들하고 음표 숨은 그림 찾기 하려고 내가 그걸 직접 만들었다. 참고로 나는 그림에는 재주가 영 없는데 아들을 가르치려니 주먹구구식으로라도 만들게 되더라. 어느 정도 음표 개념이 잡힌 아들에게 바로 악기 앞에 앉는 연습을 시켰다. 아들은 피아노가 다른 장난감과 다를 바 없으니 앉아 있는 것에는 전혀 거부감이 없다. 보통 음악적 신동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악기 근처에 자주 가고, 악기를 장난감 삼아 놀며, 악기 소리를 민감하게 기억한다. 우리 아들은 악기를 장난감처럼 생각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신동은 아니다. 어차피 신동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니, 아들이 그저 재미있게 즐길 수만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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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위해서 전자피아노를 한 대 샀다. 우리 집에 있는 두 대의 피아노는 모두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여서 아들이 배우기엔 너무 컸다. 엄마들이 아이들 음악교육 (여기서는 주로 피아노 교육을 의미한다.)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게 악기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두 번째는 학원에 보내야 하나 개인 레슨을 시켜야 하나이다. 일단 악기는 집에 있으면 연습을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인데, 집에까지 와서 아이들이 연습할 만큼 음악을 좋아하지 않으면 처음엔 학원에 가서 날마다 연습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하다가 아이가 본격적으로 연습을 더 하고 싶어 하면, 그때 가서 구입해도 늦지 않다.




다른 악기와 달리 피아노는 부피가 커서 자칫 섣불리 구입했다가 미운털 박힌 가구가 되기 쉽다. 난 다른 집에 놀러 가서 피아노가 짐짝 취급당하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처음부터 사라고는 권하지 않는다. 피아노를 미운 오리 새끼 만들지 말아주세요!




나 같은 경우는 직접 가르쳐야 하니 악기가 필요했고, 업라이트(Upright) 흔히 말하는 가정용 피아노는 나 역시 필요가 없어서 차라리 다양한 음색을 들려주기 위한 전자피아노를 구입했다. 엄마들 관심 갖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깊이 다뤄 볼 예정이다. 학원이냐 개인 레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자피아노에 앉은 아이는 예상대로 아무 버튼이나 누르면서 신기한 소리들을 듣고 재미있어했다. 평상시에 들어보지 못한 악기들이 많으니 신기할 수밖에. 전자피아노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 않고 한 악기에서 여러 가지 음색을 즐길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템포 (빠르기)도 달리 할 수 있고, 밤에 소음이 나지 않게 헤드폰을 끼고도 연주할 수 있다. 단점은 원래 어쿠스틱 피아노의 음색이 아닌 디지털로 바꿔서 전자음을 듣는 것이라 피아노 본연의 고운 음색을 듣기가 어렵고, 건반의 터치가 다르다. 건반이 진짜 피아노에 비해 상당히 가볍다. 그래서 아들도 그 전자피아노에서 연주하다가 내 그랜드 피아노에서 쳐 보라고 하면 건반이 무겁다고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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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은 아이에게 건반의 위치와 여러 가지 악기의 음색을 들려주는 게 나의 목표다. 아이들 수업에서는 한 회 수업에 학습 목표가 너무 많으면 안 되고, 두 개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집중력도 한계가 있어서 20분 넘어가면 슬슬 딴 짓을 한다. 어른도 20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달라지는 음색은 아들이 신기해서 잘도 찾아 듣는다. 각 악기 별로 불과 5초 만에 다른 악기로 넘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무슨 두더지 게임 하듯이 계속 누르면서 듣고 있다.




문제는 건반의 위치를 설명하는 거다. 피아노란 악기가 어찌 보며 쉽고, 어찌 보면 어렵다. 아무 음이나 누를 때는 너무나도 쉬운 악기지만 건반의 위치를 배워야 할 때는 검은건반 3개와 2개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느 음이 도, 레, 미, 파 인지 각각 알 수 있어야 한다. 아래 건반이 모두 흰색이다 보니 처음 배운 아이들은 자리를 쉽게 찾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 선생님에 따라서 색깔별 스티커를 붙여 주는 분도 계신다. 나도 처음에는 건반에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빨 이렇게 여덟 음을 붙이고 위에는 도, 레, 미, 파 이렇게 계이름을 붙여서 가르쳤다. 이게 잘 기억돼서 좋은 점도 있는데, 아쉬운 점은 빨간색 스티커를 다른 건반에 붙여도 그 음을 ‘도’라고만 기억하는 거였다. 그래서 이번에 아들과의 수업에는 그냥 색깔 붙이지 않고 말로만 시도해 봤다. 이렇게 해봐서 이해를 못 하면 어쩔 수 없이 스티커를 붙이려고 했다.




검은 건반 2개 바로 왼쪽 아래에 있는 음 ‘도’를 기억하게 하고, 검은 건반 3개 왼쪽 아래 음 ‘파’를 기억하라고 설명해줬다. 몇 번 설명을 반복했는데, 지루해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 수업에서 지루함의 기미가 보이면 얼른 다른 도구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거기서 또 무한 반복해서 설명하면 그거야 말로 ‘소 귀에 경 읽기’다. 아들에게 알겠냐고 물어보니 대충 알겠다고 했다. 그래 대충 알았으니 실제로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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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업할 때는 먹을 것을 사용하는 것도 아주 효과적이다. 손을 깨끗이 씻고 요리 하다가 수업 끝나고 같이 먹으면 된다. 일종의 쿠킹 클래스처럼 재미있어한다.




오늘 건반의 위치를 알기 위한 부재료는 손가락만 한 흰 떡볶이 떡과 초코 가루를 입힌 검은 떡볶이 떡이다. 미리 검은 색 건반을 만들기 위해서 1/2 길이로 잘라두면 수업 때 바로 쓸 수 있다. 이런 학습 도구는 집에서 개인 레슨을 하거나 소규모 그룹 레슨을 하는 경우에 특히 편하다.




나는 긴 접시를 앞에 놓고 흰 가래떡을 일단 8개 나란히 눕힌 후, 사이사이 검은 건반의 위치에 초코 가래떡을 놓았다. 이미 만들어진 건반을 보고 도, 레, 미, 파 음을 찾게 해도 재밌고, 나중에는 직접 건반을 만들어 보라고 해도 된다. 이렇게 스스로 건반을 만들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난 그날 아들과 음악 수업 대신 떡볶이 떡만 실컷 먹어 아주 배가 불렀다. 아이는 검은 건반 덕택에 좋아하는 초콜릿을 냠냠 맛있게 먹었다. 건반 위치를 맞추면 상대의 떡 건반에서 하나씩 그 음을 배서 먹게 해도 좋다. 그러다 보면 훌쩍하는 사이에 떡 한 줄이 입으로 쏙 들어간다. 아이들과 함께 음악교실도 하고 요리교실도 하면서 행복으로 배부른 하루를 즐기고 싶은 분께 추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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