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연주회 가기 전 꼭 알아야 할 사항

by 피아니스트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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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육아학교 칼럼 '피아니스트 엄마의 클래식 육아'에 연재 중입니다. 그 밖의 다른 글은 EBS육아학교 앱에서도 볼 수 있어요.


사전 준비가 필요한 아이와 첫 연주회 나들이!


방학이다. 아이들은 마냥 신날 방학이지만,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방학이 무섭다. 물론 집에서 계속 아이들을 봐야 하는 엄마들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아이들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건 잘 아는데, 일하는 엄마 입장에선 당장 방학 때 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는 상황이라면 이거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다.


어린이집 방학이 2주나 되니 이 기간 동안 뭔가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신나는 일을 계획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별 계획을 못 세웠다. 우리 아이 하나만도 벅찬데, 워킹맘인 여동생네 조카까지 있어서 내가 스케줄이 없는 날엔 조카까지 봐주게 됐다. 아이들은 더운 날 집에 있기 심심하고 싫으니 자꾸 어딜 가자 하고, 난 둘 데리고 뙤약볕에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참이었다. 시원하고 아이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방학 기간에는 유난히 고학년 학생들이 많아 이런 유아들은 힘들더라. 그럼 어디를 가지?



아 맞다!


바로 그곳이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집 근처 예술의 전당이다.


예전에 남편과 연애할 땐 자주 들러서 여름 음악분수를 구경하곤 했는데, 아이를 데리고는 가보질 못했다. 그래! 시원한 여름 음악분수도 구경하고 내친김에 어린이 음악회도 보러 가면 좋겠다. 마음을 먹고 예술의 전당 사이트를 뒤졌다. 나 같은 경우는 집 근처라 가능했지만 서울의 다른 곳이거나 지방이라면 꼭 예술의 전당만이 답은 아니다. 워낙 교통이 복잡한 서울이니 혼자 가기도 쉽지 않은데, 아이들까지 데리고 거리가 너무 멀다면 예술의 전당이 힘들다. 그래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동네 아지트를 정해놓고, 동네 도서관이나 근처에 콘서트홀이 있으면 그곳을 자주 이용하면 된다. 요즘은 도서관에서도 공연을 정말 많이 한다.




때마침 예술의 전당에서 아이들을 위한 여름방학 특집 콘서트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비교적 비슷하다. 대표적으로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나 프로코피에프 피터와 늑대, 라벨의 어미 거위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와 조카는 아직 모든 프로그램을 이해하기엔 나이가 어리니 공연장에 가서 분위기만 느끼고 와도 큰 경험이다. 정작 어른이 될 때까지 그런 곳에 가본 경험이 없어서 가길 꺼려하는 분들을 꽤 많다. 막상 가보면 적응이 어렵지 않은데, 경험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일 뿐이다. 사람에게 경험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공연 입장 가능 연령에는 5세 이상으로 되어 있어서 아직 어린 조카가 걱정됐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이번 공연은 5세 입장가긴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심하게 우는 갓난쟁이만 아니면 입장 가능하단다. 다행이다. 어른 표 1장과 어린이표 2장을 샀다.




연주회 가는 당일엔 오후에 너무 심하게 놀지 않도록 컨디션 관리도 했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아이들 저녁을 먹였다. 우리가 들을 연주회에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전곡을 연주한다. 그래서 사전에 연주회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면서 악기 소리를 맞춰보라고 했다. 각각 악기들이 여러 동물들을 묘사하는데, 들리는 대로 느끼는 대로 생각해봐서 맞추는 사람에겐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들에겐 제대로 된 연주회장에서 첫 경험이라 옷도 정장으로 입혔다. 정장이라고 해봐야 아이는 흰 남방에 긴바지고, 조카는 원피스를 입었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는 멋 부리기 힘들지만 나도 나름 깔끔한 원피스를 입고 굽 낮은 구두로 구색을 맞춰 신었다.




웬만해선 아이들 데리고 나갈 땐 편리한 게 최고라 운동화나 아줌마표 플랫슈즈만 신었는데, 원피스를 입고 외출을 하니 기분이 조금 달랐다. 아이가 나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와우! 오늘 학교 가는 것도 아닌데 우리 엄마 멋지다! 우리 셋 다 멋진 옷 입고 연주회 보러 가는 거예요?”




그래! 아이가 아주 중요한 말을 했다.


나는 아이들이 느끼는 경험은 특히나 첫 경험은 뭐든 멋지고 감동적이길 바란다. 물론 경우에 따라 어렵고 힘든 경험도 도움이 되지만, 이런 문화생활은 멋진 감동이 일 순위다. 아이들은 오늘 보는 공연이 무엇인지 내용은 기억 못 하여도, 그날의 느낌과 기분은 기억한다.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다. 누구랑 어떤 기분으로 했는지가 그날의 일을 기억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가 된다.




아이들 공연이라 일반 어른 공연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여유로웠다. 엄마 귓속에 대고 조곤조곤 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해설자의 질문에 집중하며 답을 열심히 맞히는 친구도 있었다. 재밌게 집중해서 듣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집에 가자고 몸을 비틀고 울며불며 떼를 쓰는 친구도 있었다. 엄마들이 모두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시켜주겠다고 애쓰고 왔는데, 공연을 보다 나가야 하면 서운하고 안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정말 집중을 못하고, 듣기 싫어하면 순서가 변하는 순간에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한다. 억지 부림으로 앉혀 놔 봐야 엄마도 아이도 집중 못하고 서로 싸움만 난다. 아이들은 심지어 앞 의자를 발로 차고 악을 쓰기도 하니 이건 전적으로 엄마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길지 않은 연주시간이라 아이와 조카는 적당히 잘 들었다. 처음 찾은 연주회장 치고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 정도 된다. 동물의 사육제 중 나름 들어봤던 ‘ 백조’와‘ 캥거루’를 맞힌 조카와 아이에게 약속한 대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줬다. 역시 애들은 먹을 게 최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주회 어땠냐고 물었더니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문제 맞히니까 재밌따~~ 엄마가 사 준 아이스크림도 맛있고요!”


연주회의 백미는 아이스크림을 함께 나눠먹는 거였다.



아이와 함께 연주회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팁을 몇 가지 소개한다. 음악하고 관계없는 정보 같지만 실제로 이런 것들로 인해 연주회는 감동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1. 집 근처 또는 교통편이 용이한 곳의 연주회를 보러 간다.


2. 전체 공연시간이 아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연령대를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대략 60분 정도가 가장 좋다.


3. 연주회 전에 오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읽고 엄마가 미리 이야기해 준다.


4. 연주회장에서 가서 자지 않게 그날 체력관리는 필수다.


5. 배가 고프면 음악이 집중되지 않으니, 꼭 식사를 하고 간다.


6. 연주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엔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함께 연주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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