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베토벤 – 그대를 사랑해, 피터 하이드리히- 해피 버스데이 변주곡

by 피아니스트조현영

뮤즈> 얼마 전에 제 생일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저 말고도 2월에 생일인 분들 있으실 텐데,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라는 주제로 두 곡 같이 듣고 싶습니다.


디오니소스> 생일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뮤즈> 어릴 땐 아무 생각 없이 선물 받고 싶어서 생일날만 기다렸는데, 이젠 생일이 가끔 두렵기도 합니다. 화살같이 빨리 흐르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나이를 금방 먹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여전히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건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이죠.


디오니소스> 맞아요.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소중한 존재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첫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제가 정말 좋아하는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입니다. 세기의 로맨티스트 베토벤 선생이 작곡한 불후의 명곡이죠. 이 곡 많이 들어보셨나요?


디오니소스> 베토벤의 곡인지는 몰랐지만 ‘이히 리베 디히~~~’로 시작하는 노래는 들어봤어요.

뮤즈> 바로 그 곡이에요. 제목은 모르고 들으면 아는 클래식 중 한 곡인데요,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씨의 ‘보이지 않는 사랑’ 인트로로 아주 유명한 곡이죠.


디오니소스> 맞아요. 제가 생각한 게 바로 그 곡입니다.

뮤즈> 보통 작곡가들은 시인의 작품에 곡을 많이 붙이죠. 그런 곡을 보고 가곡이라고 하는데, 독일에서는 ‘리트(Lied)’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리트하면 슈베르트를 떠올리지만 그의 멘토였던 베토벤도 아름다운 리트를 많이 작곡했어요. 그중에 ‘이히 리베 디히’ 그러니까 ‘그대를 사랑해’라는 이 곡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디오니소스> 아직도 이 곡을 신승훈 씨의 곡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처럼.

뮤즈> 어떤 경로로든 곡을 들어봤다는 건 좋은 거예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정확히 알아두면 좋겠죠? 베토벤은 음악을 굉장히 이성적으로 작곡했지만 성격면으론 아주 감성적 때론 감정적이기까지 했어요. 자신의 사랑에 있어서는 굉장히 열정적이었고 물불을 가리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실패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 20대 중반에 독일의 무명시인 카를 프리드리히 헤로제의 시 ‘부드러운 사랑’(Zärtliche Liebe)에 곡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베토벤의 자필 악보에는 이 시의 2절 처음인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난 그대를 사랑해, 그대로 나를 사랑해)부터 곡이 시작됨에 따라, ‘Ich liebe dich’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디오니소스> 가사 내용이 궁금하네요. 뮤즈님은 독일에서 공부하셨으니 바로 이해가 되시겠네요? 한 번 읽어 주세요.

뮤즈> 그럼 앞부분만 조금 읽어 볼게요.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am Abend und am Morgen,

noch war kein Tag, wo du und ich nicht teilten unsere Sorgen.

여기까지만...

전체적으로 가사 내용은 이런 겁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도 나를 사랑하고 우리는 근심 걱정을 함께 공유했고 앞으로도 평생 함께 하면서 사랑하며 살겠소.

한 마디로 들으면 감동 그 자체인 노래입니다.


디오니소스> 남자가 부르나요? 여자가 부르나요?

뮤즈> 이 곡은 원래 바리톤 음역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저음 남성 가수의 음성으로 들으면 여자분들 듣고 감동해서 눈물 뚝뚝 흘립니다.


베토벤 –리트 ‘그대를 사랑해’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Dietrich Fischer-Dieskau)

https://youtu.be/vTIJteGprGo?list=RDvTIJteGprGo

디오니소스> 남자인 저도 들으니 감동이네요. 성악가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뮤즈> 개인적으로 독일 리트는 이 분의 목소리를 가장 즐겨 듣습니다.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라는 성악가인데요, 독일 태생이고 1925년에 태어나서 2012년에 돌아가셨어요. 아쉽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습니다. 음성이 맑고 음량이 폭넓은 데다 발음이 아주 정확하고 언어에 대해서 아주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 성악가였습니다. 거의 독일 리트의 정수라고 표현하죠.


디오니소스> 목소리가 굉장히 집중해서 들렸어요. 같이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반주도 부드럽고 좋더라고요.

뮤즈> 이젠 음악을 아주 잘 들으시네요.

성악곡이니 당연히 성악가를 주로 듣지만,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독일 리트는 성악가 반 피아노 반이라고 해요. 독일 리트 반주를 잘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악기로 부르는 노래거든요. 그래서 유명 성악가들은 아무나 반주를 안 맡기고, 자기와 호흡이 맞는 반주자를 고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금 들은 연주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노 연주자 요에르크 데무스인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의 명쾌한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러면서도 리트의 반주자로서 유명했어요. 뭐 둘 다 잘하는 피아니스트인 거죠. 부럽습니다.

디오니소스> 그렇군요. 다음 두 번째 곡은 어떤 곡인가요?

뮤즈> 이번 곡은 그야말로 생일이면 누구나 듣게 되는 곡입니다. 해피 버스데이예요.


디오니소스> 아니 그 곡도 클래식 버전이 있나요?

뮤즈> 근래에 들어서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자주 연주하는 곡입니다. 독일의 작곡가 피터 하이드리히가 모두가 아는 그 노래를 주제 선율로 해서 여러 버전으로 변주를 한 곡이에요.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영화음악 버전, 재즈, 탱고, 헝가리 차르다쉬 집시 음악 버전 등 14개의 스타일로 변주를 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재밌겠네요. 이거 들으면 날마다 생일이고 싶겠어요.

뮤즈> 저도 무대에서 앵콜로도 자주 연주했어요. 서프라이즈로 관객의 생일인 분을 위해서도 연주하고, 같이 연주하는 친구가 생일이어서 한적도 있고요.


디오니소스> 생일날 뭔가 특별한 선물이 필요하다면 이런 연주로 대신해도 좋겠군요.

뮤즈> 예전에 지인 한분이 프러포즈를 못했다고 아내 생일이라면서 꼭 이 곡을 연주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일부러 그 아내 분을 위한 콘서트도 기획한 적이 있었어요. 아직도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막 우셨어요.


실제로 아주 우연하게도 제 생일에 연주를 하게 된 경우도 있어요. 여러 가지 버전이라 재미있는데, 오늘은 바이얼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장영주 씨도 같이 연주한 버전입니다. 5곡 정도 발췌한 버전인데, 테마와 하이든- 베토벤- 재즈- 탱고- 헝가리풍 이런 식으로 연주되는 곡이에요. 실황 음반이라 객석의 목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피터 하이드리히- 해피 버스데이 변주곡 중에서 발췌

연주자: 기돈 크레머, 장영주, 미샤 마이스키 등 여러 연주자

https://youtu.be/XxJjhHLxETU?list=RDXxJjhHLxETU


HAPPY BIRTHDAY VARIACIONES - P. Heidrich 전곡

https://youtu.be/6_WMpKdk7lo


Happy Birthday / Rachlevsky • Chamber Orchestra Kremlin https://youtu.be/k1oqWKAp1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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