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FC(2020~2022)의 김남일 감독 재평가

전술적, 재무적, 인사적 측면에서

by 최인성

나는 성남 FC의 팬으로 이 팀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그중에서 우리가 1부에서 나름 재미있는 축구를 펼친 기간이 있었는데 김남일 감독의 재임기라고 생각한다. 김남일의 첫 2시즌은 괜찮았지만, 결국엔 강등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팬 중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강등의 아픔은 크니까. 그러나 김남일의 성남을 단순히 결국 강등으로 끝난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정리하는 것은 이 3년의 중요한 결을 놓치는 평가다. 적어도 2020년과 2021년의 성남은 한 전술을 끝까지 붙들다 무너진 팀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틀을 찾으면 몇 경기 반등했고, 상대들을 압도하는 재미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 틀이 상대에게 읽히면 다시 다른 구조를 꺼내 들며 김남일식 축구의 답을 찾으려 했던 팀에 가까웠다. 2020년 성남은 개막 후 4경기 무패(2승 2무)로 출발했고, 2021년에도 초반 반등과 후반 잔류 경쟁 국면에서 분명한 상승 구간을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 김남일은 본인의 축구에서 다채로운 변화를 주는 스마트한 전술가일 뿐 아니라, 적은 예산으로 전략을 짜고 좋은 선수를 적은 비용으로 데려왔으며, 이름값보다 역할을 우선하며, 젊은 선수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기용하여 실제 경기 안에서 성장시킨 감독이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경호 수석코치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경호 수석코치의 세부적인 제안을 검토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김남일 감독이었다. 그래서 그의 성남 3년은 마지막의 성적표만 보면 실패라고 단정 지을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축구 내용과 팀 운영의 세세한 면까지 들여다보면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성공한 감독이라고 재평가할 수 있다. 이 글은 단순한 팬의 회고나 변호문이 아니다. 오히려 김남일 시기의 성남FC를 하나의 연구 주제로 삼아 전술의 변화와 자원 운용 선수단 관리가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길게 추적해보려는 분석적 장문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일이 왜 성공한 감독이었는지, 그를 성남FC라는 기업의 사업부장(전술가), CFO(최고재무책임자), CHRO(최고인사책임자)라는 세 역할로 나누어 풀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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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2020: 전술을 찾으면 반짝했고, 읽히면 다시 바꿨다

성남FC의 개막 2경기 라인업을 보면, 2020 성남의 출발점은 분명히 4-4-2였다. 양동현-이스칸데로프 투톱, 임선영-최병찬의 측면, 최지묵-김동현의 중원, 유인수-연제운-이창용-이태희의 포백이라는 구조는 꽤 전통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이 4-4-2는 단순히 수비적으로 버티는 기본형이라기보다, 풀백의 전진성과 박스 안 마무리를 빠르게 연결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실제 개막전 광주전에서 성남은 유인수의 오버래핑 크로스를 양동현이 헤더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만들었고, 양동현은 멀티골로 김남일 감독에게 데뷔승을 안겼다. 이어 서울전에서는 상대의 전방 압박에 한동안 고전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김남일 감독은 후반 막판 토미를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이태희의 오른쪽 크로스 이후 혼전 상황에서 토미가 결승골을 넣으며 성남은 1-0 승리를 거뒀고, 개막 4경기 무패까지 달렸다. 즉 초반 성남의 첫 번째 답은 분명했다. 연제운-이창용의 단단한 수비 조합 위에, 김동현이 중원에서 템포와 전진 패스를 공급하고, 유인수와 이태희 같은 풀백이 과감하게 전진하며, 양동현이 박스 안 결정력으로 마무리하는 구조였다. 여기에 홍시후는 데뷔 초부터 빠른 발과 과감한 돌파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 카드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험 많은 권순형은 교체 카드로 들어와 경기의 리듬을 정리하고 박스 밖 중거리 슛으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노련한 지원 자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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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첫 번째 답은 6월 들어 빠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특히 대구전과 수원 삼성전은 김남일 전술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기들이었다. 이 경기들은 중원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일방적 경기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6월 대구전에서 성남은 5-3-2로 나섰지만, 대구의 3-4-3과 강한 전방 압박에 경기 내내 고전했다. 김남일 감독도 경기 뒤 선수들의 발이 무거웠고, 상대의 전방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양동현의 선제골은 페널티킥에서 나왔지만, 이후에는 빌드업이 중원에서 자꾸 끊기며 양동현과 홍시후가 전방에서 심각하게 고립됐다. 결국 중원은 완전히 붕괴되어 대구의 진영으로 한발 나아가기도 어려웠으며 두 공격수는 공을 받는 것조차 어려웠다.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두 실점이 모두 세징야의 킥에서 시작된 헤더골이었다는 점이다.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우리가 약하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결국 이 경기는 성남이 중원에서 공을 지켜내지 못하고, 전방으로 안정적으로 연결하지도 못한 채,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높이와 집중력을 잃은 경기였다.

이 약점은 6월 수원 삼성과의 홈 0-2 패배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성남은 다시 4-4-2로 나섰지만 전반에만 타가트와 김민우에게 두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김남일 감독은 경기 후 필드골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가장 아쉬워했고, 체력 저하와 집중력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실제로 성남은 스피드와 범용성이 좋은 최오백의 빠른 발을 활용한 역습은 시도했지만, 공격이 계속 중간에서 끊기면서 최오백의 장점을 살릴 수 없었고, 서울전 이후 이어지던 필드골 가뭄을 해소하지 못했다. 전술적으로 보면 성남의 4-4-2는 중앙 두 명이 버텨줘야 하는 구조였는데, 수원의 중원 회전과 전진 압박에 밀리면서 공이 공격진까지 안정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대구전이 5-3-2의 압박 대응 실패였다면, 수원전은 4-4-2의 중원 숫자와 전개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경기였다. 이 경기들로 김남일 체제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리며 상대 감독들에게 답안지를 주고 말았다. 결국 2020 성남은 5월의 2승 2무 이후 4연패에 빠졌고, 필드골 가뭄과 공격 정체가 선명해졌다. 초반의 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바로 여기서 2020 성남의 중요한 특징이 드러난다. 김남일은 초반 4-4-2가 읽히기 시작하자 같은 해법을 붙들지 않았다. 그는 포백과 3백을 오가며 실험했고, 10라운드 무렵부터는 3-2-4-1을 주로 쓰며 빌드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짰다. 이 틀 안에서 김동현과 박태준은 중원에서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며 빌드업의 균형추가 됐고, 최지묵은 데뷔 시즌임에도 안정적인 왼쪽 측면 장악력을 보여주며 주전 레프트백으로 자리 잡았다. 이재원은 공격 지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볼 운반을 맡았다. 이창용은 단단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도 세트피스에서 헤딩으로 확실한 공격 지원을 해주었으며, 상대가 오른쪽을 막으면 성남은 반대편 유인수에게 크게 전환하며 활로를 찾았다. 또한 특급 영입이었던 베테랑 양동현이 중반에 부진하자 벤치로 내리고 연계형 스트라이커 김현성을 선발로 올려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어 나갔다. 여름에 영입한 나상호는 특정 위치에 묶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공을 받으며 공격의 중심축이 됐다. 초반의 4-4-2가 질서와 박스 안 마무리의 축구였다면, 중반 이후의 성남은 3백과 유동적인 미드필드 구조를 바탕으로 상대의 압박을 비껴가고 새로운 전개 루트를 찾는 팀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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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의 하이라이트가 7월 수원 원정 1-0 승리와 8월 부산전 그리고 9월 전북전이었다. 7월 수원 삼성 원정에서는 일방적으로 수원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오히려 오심으로 한 골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다만 이스칸데로프의 코너킥과 이창용의 헤더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공식으로 승리했고 이는 무승 탈출의 출발점이 됐다. 8월의 부산전은 결과만 보면 무승부였지만, 3-2-4-1의 구조가 안정화되는 과정이었다. 부산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슛을 퍼부었고, 김현성의 힐 패스를 침투해 들어가는 유인수가 마무리해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그 전술 수정이 가장 극적으로 꽃핀 것은 9월 전북전 2-0 승리였다. 이 경기 전까지 성남은 홈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고, 전북전 9경기 무승도 이어지고 있었다. 김남일은 이 경기에서 현장에서는 3-6-1처럼, 세부적으로 보면 3-3-3-1에 가까운 구조를 꺼내 들었다. 김현성을 원톱으로 두고, 유인수-나상호-박수일-박태준-김동현-이태희를 촘촘하게 배치해 전북의 중원을 압축했다. 롱패스가 장점인 임승겸 센터백 카드를 꺼내 공격의 새로운 루트를 만들었고, 이태희를 중원으로 올려 수적 우위를 점하고 이태희-김동현-박태준으로 이어지는 미드필드 라인은 국내 최강 전북의 중원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첫 골은 박수일의 슈팅 이후 흘러나온 세컨드볼을 유인수가 마무리했고, 두 번째 골은 박태준이 넣었다. 유인수는 1골 1도움으로 중심에 섰다. 이 승리는 단순한 이변이 아니었다. 성남의 시즌 홈 10경기 만의 첫 홈승리였고, 전북 상대 오랜 무승 흐름도 끊은 경기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남이 대구전과 수원전에서 중원과 전개가 막히자 포백과 4-4-2를 고집하지 않고, 3백과 변형 미드필드 구조로 시즌의 답을 새로 써냈다는 사실이다. 즉 2020 성남은 한 번 막히면 그대로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 막히면 전혀 다른 배열을 꺼내 다시 돌파구를 찾는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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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술 수정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다. 물론 중간에 팀의 핵심 수비수 연제운의 이른 퇴장으로 인천에게 6-0이라는 대패를 당하는 참사도 있었다. 10월 수원 삼성 원정에서 성남은 먼저 실점했지만 나상호와 토미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연패를 끊었다. 이때의 성남은 다시 3-5-2 성격이 강한 구조로 속도와 직선성을 살렸고, 나상호-토미 조합은 상대 박스를 정면으로 흔들었다. 토미는 시즌 전체를 지배한 외국인이라기보다, 서울전 결승골과 수원전 PK 결승골 같은 결정적 순간을 해결하는 실용적 카드였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나상호의 동점골은 상대 수비수와 1 대 1 대결을 하며 균열을 만들다가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의 좁은 틈을 찾아 중거리 슛으로 득점했는데, 나상호라는 선수의 최대 장점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산전은 2020 김남일호의 결론이었다. 이 경기는 소위 멸망전으로 강등과 잔류를 걸고 싸운 경기였다. 김남일 감독은 최종전에서 시즌 내내 믿어온 어린 공격수 홍시후를 선발로 내세웠다. 성남은 먼저 실점했지만, 후반 홍시후가 동점골을 넣고 마상훈의 역전골까지 도우며 2-1 승리를 거뒀다. 홍시후는 1골 1도움으로 잔류의 주인공이 됐고, 경기 후 김남일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잔류에 성공해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김남일은 가장 어린 공격 카드 홍시후를 믿었고, 그 믿음이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2020 성남은 초반 4-4-2 성공 -> 상대의 파훼 -> 3-2-4-1과 자유도 높은 빌드업으로 혁신 -> 다시 정체 -> 전북전 3-3-3-1 승부수 -> 수원 원정 반전 -> 부산전 홍시후 선발과 눈물의 잔류라는 흐름으로 읽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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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2020 성남은 단순히 포메이션 숫자만 바뀐 팀이 아니었다. 각 선수의 역할이 분명했기 때문에, 같은 팀 안에서도 다른 구조가 가능했다. 김영광은 단순한 골키퍼가 아니라 흔들리는 경기들 속에서 마지막 버팀목이 된 베테랑 리더였다. 이창용과 마상훈은 수비 라인의 중심에서 제공권과 커버를 책임지며, 세트피스에서는 공격의 확실한 무기가 됐다. 연제운은 대인 수비와 경합에서 버텨주는 타입의 센터백이었고, 임승겸은 롱패스로 후방 빌드업의 결을 바꿔주는 카드였다. 최지묵은 데뷔 시즌임에도 왼쪽에서 안정적인 볼 전개와 수비 밸런스를 동시에 제공했고, 유인수는 넓은 활동량과 오버래핑, 그리고 반대 전환의 출구 역할로 측면의 활로를 열었다. 이태희는 단순한 측면 수비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전진 지원과 인버티드 움직임까지 수행하며 구조 변화의 연결고리가 됐다. 중원에서는 김동현과 박태준이 가장 중요한 축이었다. 김동현은 템포 조절과 전진 패스를 맡으며 팀의 기본적 중원 전개를 책임졌고, 옆자리 파트너 박태준은 압박과 세컨드볼 회수 중원 균형 유지및 벼락같은 원거리 타격 능력으로 그 옆을 받쳐 주었다. 권순형은 선발 고정보다도 본인의 경험을 살려 경기 흐름을 정리하는 노련한 조커에 가까웠고, 필요할 때는 중거리 슛과 경기 운영으로 팀에 경험을 더했다. 최오백은 빠른 발과 멀티플레이로 공격의 템포를 끌어올렸다. 주장 서보민은 부상 때문에 시즌 내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경기장에 나오면 질 좋은 크로스를 공급해 주었다. 전방으로 가면 양동현은 시즌 초반 성남의 4-4-2를 성립시킨 박스 피니셔였고, 김현성은 중반 이후 연계형 스트라이커로서 공격의 숨통을 틔웠다. 이스칸데로프는 세트피스 킥과 왼발 배급으로 공격 전개의 시작점을 만들었고, 이재원은 활동량과 볼 운반, 침투로 공격 지역의 속도를 높였다. 박수일은 직선적인 돌파와 과감한 슈팅으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카드였고, 나상호는 특정 위치에 고정되지 않은 프리롤 에이스로서 2020 성남 공격의 가장 위협적인 균열 창출자였다. 토미는 필요한 순간 결정적 한 방을 제공한 실전형 해결사였다. 그리고 홍시후는 젊은 에너지와 과감한 돌파, 두려움 없는 침투로 팀 공격에 생기를 넣었고, 결국 마지막 부산전에서 그 믿음에 응답했다.


2장. 2021: 같은 철학을 더 정교하게 다듬은 시즌

2021년은 김남일 축구의 두 번째 버전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해였다. 하지만 이 시즌의 핵심은 단순히 3-5-2를 유지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같은 3백의 골격을 시기마다 다른 방식으로 운용했다는 점에 있었다. 3라운드 FC서울전에서 성남은 안영규-마상훈-이창용의 3백 앞에 이종성을 두고, 서보민과 이태희를 넓게 쓰는 3-5-2로 나섰다. 이 경기에서 김남일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서울의 빌드업 출발점인 기성용의 전진 패스를 막겠다고 했고, 실제로 성남은 중앙을 촘촘히 압박하며 서울의 전개를 끊어냈다. 뮬리치의 페널티킥으로 1-0 승리를 거둔 이 경기는, 초반 성남의 3백이 단순히 내려앉는 수비축구가 아니라 중앙 압박과 통제, 그리고 제한된 역습을 결합한 구조였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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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3월 수원FC 원정 2-1 역전승에서는 같은 3백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변주됐다. 성남은 이 경기에서 3-1-4-2로 출발했고, 실점 뒤 김남일 감독은 강재우 대신 뮬리치를 이른 시간에 투입한 데 이어 후반 시작과 함께 최지묵, 홍시후, 부쉬를 한꺼번에 넣으며 경기의 성격을 바꿨다. 결국 이시영의 크로스를 뮬리치가 헤더로 마무리해 동점을 만들고, 부쉬가 전진 돌파로 역전골까지 넣었다. 서울전의 3-5-2가 중앙 차단형 3백이었다면, 수원FC전의 3백은 장신 스트라이커의 높이, 측면 크로스, 그리고 교체 카드의 직선성을 살린 역전형 3백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초반 성남의 첫 번째 답은 분명했다. 3백을 뼈대로 삼고 상대에 따라 압박형과 직선형을 오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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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광주전 홈 2-0 승리 역시 2021 초반 성남의 특징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성남은 3백을 바탕으로 역습의 속도를 살렸고, 첫 골은 안진범의 전진 패스를 받은 뮬리치가 개인 돌파 뒤 마무리하며 만들었다. 두 번째 골은 후반 부쉬와의 연계에서 나왔다. 부쉬가 원터치로 찔러준 공을 받은 뮬리치가 길게 몰고 들어가 추가골을 넣었고, 이후 상의 탈의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지만 성남은 끝까지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즉 이 승리는 안진범의 전진 패스, 부쉬의 연결, 뮬리치의 직선적 돌파와 결정력, 그리고 수적 열세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수비가 함께 만든 승리였다.

하지만 5월 말과 6월에 들어 이 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결과 악화가 아니라, 2021 성남의 3백 구조가 어디에서 무너졌는지를 보여준 시기이기도 했다. 김남일 감독은 수원FC전 패배 뒤 수비 집중력 저하와 위치선정 문제를 직접 언급했고, 후방 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렸음을 인정하며 수비 보강 필요성까지 이야기했다. 실제로 여름에 성남은 부진 흐름에 빠졌고, 7월에는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까지 겹치며 팀 운영 자체에도 차질을 빚었다. 다만 그 위기의 양상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5월 말 수원FC전 2-3 패배는 정상적인 11 대 11 구도 안에서 3-5-2의 운용 디테일이 흔들린 경기였다. 성남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라스에게, 전반 26분 무릴로에게 실점하며 초반부터 두 골을 내줬고, 김남일 감독도 경기 뒤 초반 집중력과 수비 위치선정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후반 들어 뮬리치가 두 골을 넣으며 따라붙었지만, 그 사이 이영재에게 다시 실점했다. 이 경기의 핵심은 3백 자체보다도, 윙백이 전진한 뒤 복귀가 늦어지고 스토퍼와의 간격이 벌어질 때 뒷공간과 박스 앞을 동시에 관리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즉 수원FC전은 쫓아가는 경기에서 3-5-2의 간격 조정과 전환 속도가 무너진 사례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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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전북전 홈 1-5 패배는 그 약점이 더 극단적으로 폭발한 경기였다. 성남은 전반 15분 백승호의 프리킥으로 먼저 실점했고, 전반 22분 김민혁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다. 여기에 리차드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후반에는 구스타보에게만 네 골을 허용했다. 김남일 감독도 경기 뒤 퇴장 이후 대처가 부족했다고 인정했고, 다른 인터뷰에서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말했다. 수원FC전이 정상 구조 안에서의 운용 실패였다면, 전북전은 수적 열세 속에서 3백의 커버 매커니즘과 박스 앞 보호, 세컨드볼 대응이 연쇄 붕괴한 경기였다. 다시 말해 2021년 6월의 위기는 3-5-2라는 포메이션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한쪽에서는 간격과 전환의 디테일이, 다른 한쪽에서는 예상 밖 변수에 대한 구조적 복원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시기였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반대로 6월 울산 원정 2-2 무승부는, 이 위기 속에서도 김남일이 똑같은 방식으로 무너지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김남일 감독은 경기 전부터 울산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가하겠다고 했고, 경기 후에도 실제로 전방에서 계속 압박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성남은 이스칸데로프의 골과 경기 막판 이태희의 동점골로 2-2를 만들었고, 이중민을 일찍 빼고 부쉬를 투입하는 빠른 승부수도 사용했다. 이 경기는 결과만 보면 무승부였지만, 전술적으로는 라인을 너무 내리지 않고, 뮬리치와 부쉬를 앞세워 울산 후방을 먼저 흔드는 보다 능동적인 3백이 시험된 경기였다. 다만 김남일 감독 스스로도 기회가 많았는데 마무리가 아쉬웠다고 했듯, 이 시기의 성남은 구조를 일부 회복했어도 결정력과 마무리 단계의 완성도는 여전히 부족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권경원을 데려오며 수비를 보강한 성남은, 이 시기부터 다시 3백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권경원은 제공권과 수비 리딩만이 아니라, 빌드업의 첫 줄에서 전진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센터백이었고, 그의 존재는 후방 3명의 역할을 단순 수비에서 전개 출발점까지 넓혀 주었다. 반등의 분기점은 8월 초였다. 8월 포항전 1-0 승은 성남의 119일 만 승리였고, 김남일 감독도 경기 후 하나 되어 경기한 것을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이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라, 여름 이후 성남의 두 번째 답이 시작된 경기였다. 이제 3백은 더 이상 버티다 무너지는 구조가 아니라, 먼저 버티고 한 번 찌르는 생존형 구조로 재정비되기 시작했다.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경기가 8월 14일 수원 삼성 원정 2-1 승리였다. 이 경기에서 성남은 다시 3-5-2를 유지했지만, 전반부터 강재우 대신 이스칸데로프를 투입해 2선 연결을 강화했다. 그것은 중원 압박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전개형 패서 한 명을 더 위쪽으로 끌어올려 2선과 최전방의 연결을 살리려는 조정이었다. 선제골은 박수일의 코너킥에서 리차드가 헤더로 만들었고, 후반 막판 결승골은 이스칸데로프의 전진 패스를 받은 뮬리치가 해결했다. 김남일 감독이 경기 뒤 이스칸데로프 투입을 승리의 원동력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이 경기의 포인트는 단순한 투지나 집중력이 아니라, 3백 뒤의 안정성 위에 세트피스와 2선 패스를 얹고, 마지막 한 방은 뮬리치에게 맡기는 구조가 완성됐다는 점이었다. 후반기 성남의 반등은 권경원이 뒤에서 구조를 안정시키고, 이스칸데로프가 앞에서 창의적 배급선을 되살리며, 뮬리치가 적은 찬스를 마무리하는 삼중 구조가 작동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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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1-0 승리도 같은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 경기 전반 성남은 중원 압박과 볼 경합에서 흐름을 먼저 잡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후반에는 교체를 통해 공격의 초점을 더 선명하게 바꿨다. VAR 판독으로 경기가 잠시 멈춘 사이 뮬리치가 들어왔고, 투입 7분 만에 박용지가 얻어낸 직접 프리킥을 결승골로 연결했다. 이 승리는 상성상 까다로웠던 인천을 상대로도 성남이 먼저 무너지지 않고, 경기 중에 공격의 초점을 다시 조정해 한 골 승부로 끝낼 수 있는 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 시기의 성남은 경기 전체를 화려하게 지배하는 팀은 아니었지만, 중원에서 버티고 세트피스나 확실한 피니셔의 한 방으로 승부를 끝내는 팀으로 바뀌고 있었다.

10월의 울산전과 포항전은 그 완성형이었다. 10월 울산전 2-1 승리에서는 권경원이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넣었고, 10월 말 포항전 1-0 승리에서는 최지묵이 코너킥에서 헤더 결승골을 넣었다. 두 경기 모두 득점 방식이 우연이 아니었다. 후반기 성남은 3센터백의 높이와 타이밍을 세트피스의 핵심 무기로 만들었고, 앞선 뒤에는 5백에 가까운 수비 블록으로 간격을 좁혀 한 골 차를 지켜내는 운영을 해냈다. 그래서 2021 후반기의 성남은 단순한 수비팀이 아니라, 3백 & 세트피스 & 한 골 관리라는 생존형 완성판에 가까웠다. 울산을 잡고, 이어 포항까지 꺾어 안방 3연승으로 이어진 흐름은 바로 그 점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2021 후반기의 해법은 겉으로는 2020과 달라 보여도, 사고방식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0년 전북전에서 이태희를 중원으로 올려 상대 허리에 수적 우위를 만든 것처럼, 2021년 후반기에도 김남일은 포메이션의 외형보다 어느 구역에서 수를 맞추고, 어느 자리에 창의성을 배치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2020이 3-3-3-1이라는 낯선 배열로 중원을 눌렀던 시즌이라면, 2021은 3-5-2라는 기본 틀 안에서 권경원과 이스칸데로프를 이용해 뒤와 앞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린 시즌이었다. 그래서 두 시즌의 해법은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었을 뿐, 막히면 구조를 다시 짜서 살아남으려 했다는 점에서는 같은 사고방식의 연장선에 있었다.

2021 성남의 가장 큰 특이점 중 하나는 3센터백 (이창용, 마상훈, 권경원) 의 세트피스 공격력 극대화였다. 포항전에서는 코너킥 상황에서 이창용이 머리로 연결한 공을 이중민이 데뷔골이자 결승골로 마무리했다. 강원전에서는 마상훈이 두 골 모두 코너킥에서 머리로 넣었다. 울산전에서는 권경원이 프리킥 상황에서 헤더 선제골을 기록했고, 성남은 결국 2-1로 이겼다. 이 세 장면을 묶어 보면 역할이 보인다. 이창용은 세트피스에서 헤더 연결자이자 2차 창출자였고, 마상훈은 가장 전형적인 헤더 타깃이었으며, 권경원은 제공권과 수비 리딩, 빌드업을 함께 주는 전진형 센터백이었다. 2021 성남은 공격 전개가 늘 화려했던 팀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트피스만큼은 3센터백의 높이와 타이밍을 하나의 전술 무기로 만든 팀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민혁, 안진범, 이규성, 박수일, 이종성, 이스칸데로프의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김민혁은 2020년 11월 전역 복귀 뒤 2021시즌 부주장을 맡으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의 가치는 단순한 활동량에만 있지 않았다. 김민혁은 중원에서 압박과 커버 범위를 책임지는 동시에, 공을 잡으면 전방 침투 패스와 공격수와의 연계로 공격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필요할 때는 직접 2선까지 올라가며 전개와 마무리 사이를 이어주는 공격의 핵심 자원이었다. 실제로 김남일 감독은 울산전 전후 그의 활동량과 경기력을 꾸준히 칭찬했고, 외부 평가에서도 김민혁은 중원과 2선을 오가며 경기를 풀어주는 선수로 언급됐다. 안진범은 정통 트레콰르티스타라고 단정하기보다, 2선에서 넓은 시야와 전진 패스를 공급하는 조율자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성남은 안진범의 스루패스와 볼 배급을 높이 샀고, 그는 시즌 막판 광주전 바이시클킥 결승골까지 넣으며 잔류 경쟁의 핵심 자원이 됐다. 여기에 박수일의 성장도 후반기 성남을 설명하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박수일은 주로 윙백으로 나섰지만 실제 움직임은 윙어에 가까웠고, 성남의 공격 전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측면 공격의 폭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키웠다. 2021시즌 리그 24경기에서 3골 4도움을 기록한 그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후반기 성남의 측면 전개와 세트피스, 그리고 한 골 승부의 질을 끌어올린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이규성과 이종성의 임대 영입도 2021 성남을 설명하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공격형과 수비형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이규성은 탈압박과 전진 패스로 중원의 질을 끌어올렸고, 김남일 감독이 이규성이 없으면 경기 운영이 어렵다고 할 정도로 핵심 자원이 됐다. 수원에서 임대한 이종성 역시 수비력이 안정되며 성남의 방패가 되어주었다. 김민혁, 안진범, 이규성, 박수일, 이종성의 조합 속에서 성남은 활동량과 압박, 전개를 모두 갖춘 중원을 구축했다. 이러한 중원 덕분에 수비력이 떨어지는 플레이메이커 이스칸데로프가 자유롭게 상대 수비진을 타격할 수 있었고, 그의 공격적 패스 능력이 극대화되어 팀 내 최다 도움자가 되었다. 또한 이들이 없을 때 베테랑 권순형이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주며 팀을 이끌었다.

이렇게 정리하면 2021 성남은 단순히 3-5-2와 뮬리치 축의 성공으로 끝나는 팀이 아니다. 3월에는 중앙 압박형 3백, 수원FC전에서는 직선형 3백, 6월에는 구조 붕괴, 8월 이후에는 권경원 합류와 이스칸데로프 활용으로 다시 세워진 3백, 10월에는 세트피스와 한 골 관리의 완성형 3백으로 읽히는 팀이 된다. 2021은 김남일이 같은 철학을 고집한 해가 아니라, 같은 철학을 더 현실적이고 정교한 생존의 축구로 다듬은 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2021 성남은 초반 3-5-2와 뮬리치 축의 성공 -> 상대 적응과 위기 -> 수원 삼성 원정에서 조합 변화와 세트피스로 반등 -> 시즌 막판 울산과 포항까지 잡아내는 안정화라는 구조로 정리할 수 있다.


3장. CFO 김남일: 돈을 많이 쓴 감독이 아니라, 적게 써서 틀을 만든 감독

요즘 감독은 단순히 회사의 사업부장 역할만 하지 않는다. 유능한 감독은 때로 CFO (최고재무책임자) 처럼 움직여야 한다. 김남일을 그런 의미의 유능한 CFO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성남이 애초에 시장을 돈으로 지배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영입은 얼마를 썼는가? 보다 누구를 어떤 조건으로 데려왔는가? 로 보아야 한다. 2020년 성남은 김영광을 연봉 백지위임이라는 거의 상징적인 방식으로 품었고, FC도쿄에서 뛰던 나상호는 2020년 12월 31일까지의 6개월 임대로 데려왔다. 2021년에는 울산에서 이규성을 임대 영입했고, 수원에서 이종성도 임대로 데려왔다. 여름에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 권경원과 6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공개된 세부 금액은 없지만, 계약 형태만 보더라도 성남은 이적료가 크게 드는 완전 영입 대신 임대와 자유계약, 단기 계약을 적극 활용하며 비용 부담과 장기 리스크를 줄였다. 즉 성남은 자본으로 시장을 압도한 팀이 아니라, 제한된 예산 안에서 필요한 포지션을 짧고 정확하게 메운 팀이었고, 김남일은 바로 그 방식으로 스쿼드의 틀을 세웠다.

그 영입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데려온 선수들이 이름값이 아니라 기능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용병들을 살펴보면 이스칸데로프는 2020시즌 기록만 보면 화려하지 않았지만, 성남의 플레이메이커로서 날카로운 킥과 창의적인 전진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여는 역할을 맡았다. 2021시즌엔 이스칸데로프의 자유도를 높여줄 중원 선수들이 영입되며 그의 공격 재능을 폭발시켰다. 토미는 시즌 전체를 지배한 에이스라기보다, 서울전, 수원전 결승골처럼 결정적 순간에 한 방을 제공하는 실용형 카드에 가까웠다. 2021년의 뮬리치는 더 분명했다. 그는 13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가 되며, 성남이 적은 찬스를 득점으로 바꾸는 가장 선명한 출구가 됐다. 리차드는 2021년 영입 당시부터 중앙 수비 강화 카드였고, 시즌이 흐르면서는 세트피스에서도 위협적인 무기로 기능했다. 결국 김남일은 외국인 선수를 비싼 이름으로 소비한 감독이 아니라, 이스칸데로프는 연결, 토미는 한 방, 뮬리치는 득점, 리차드는 수비와 세트피스라는 식으로 각자의 기능을 선명하게 배치한 감독이었다.

이 과정에서 임대 카드의 활용은 특히 중요했다. 이규성은 성남 입단 당시부터 공격형과 수비형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전개 능력과 탈압박이 뛰어난 멀티 중원 자원으로 소개됐다. 즉 그는 단순한 숫자 채우기용 임대가 아니라, 성남의 중원에 질과 유연성을 더해 줄 전술 자원이었다. 이종성 역시 임대 카드였지만, 성남이 3백과 3-5-2 계열을 운용할 때 중원과 수비를 모두 메워줄 수 있는 현실적인 자원이었다. 이 두 건은 성남이 돈을 많이 써서 스쿼드 두께를 산 것이 아니라, 임대라는 방식으로 즉시 전력감 두 명을 확보해 팀의 허리를 단단하게 만든 사례였다. 정확한 회계 수치까지 알 수는 없지만, 완전 영입이 아니라 임대로 핵심급 전술 자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구단 운영 면의 효율은 분명히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CFO 김남일은 돈을 잘 쓴 감독이라기보다, 큰돈 없이도 팀의 골격을 세울 줄 알았던 감독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김영광은 낮은 비용 부담 속에 경험과 안정감을 줬고, 나상호는 완전 이적 없이도 하반기 공격의 폭발력을 제공했다. 권경원은 장기 계약 부담 없이 후반기 수비와 세트피스의 질을 끌어올렸다. 이규성과 이종성은 임대로 중원의 강도와 유연성을 높였다. 외국인 선수들도 각자 분명한 기능 안에서 쓰였다. 시민구단 성남에서 김남일은 스타를 사 오는 대신, 필요한 자리에 맞는 자원을 가장 현실적인 조건으로 조달해 전력의 틀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장점은 돈을 많이 써서 만든 팀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도 굴러가는 구조를 만든 팀에 더 가까웠다. 그 점만큼은 분명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4장. CHRO 김남일: 이름값보다 역할, 위계보다 기능을 본 감독

요즘 감독들은 사업부장, CFO를 넘어 회사의 CHRO (최고인사책임자) 역할도 해야 한다. 김남일을 유능한 CHRO처럼 볼 수 있는 이유는 선수단 운영 방식 때문이다. 그는 유명한 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중심에 두지 않았고, 반대로 젊은 선수라고 해서 마냥 뒤로 미루지도 않았다. 2020년 초반 양동현과 임선영처럼 이름값이 있는 자원도 경기 계획에 맞지 않으면 선발에서 빠질 수 있었고, 신인 유인수-최지묵-홍시후는 개막전부터 과감하게 기회를 얻었다. 이 셋은 단순한 이벤트성 기용이 아니라, 실제 승리에 기여한 카드였다. 김남일은 위계보다 기능, 이름보다 적합성을 먼저 보는 감독이었다.

2020시즌 양동현은 성남의 대표적인 빅네임 영입이었다. 양동현의 K리그 경력을 생각해 보면 최고의 공격수를 성남FC에 데려온 것이다. 양동현은 모두의 기대만큼 시즌 초반 득점 릴레이를 이어갔으나 시즌 중반부터 부진에 빠졌고 김남일은 이 정도의 빅네임이라도 부진하면 과감하게 벤치로 내렸다. 또한 전북에서 활약하던 임선영을 데려왔지만 팀의 틀에 맞지 않아 이름값을 배제하고 시즌 중반부터 플랜에서 배제하였다.

어린 선수의 잠재력을 보고 믿어주고 경기에 출전시키는 능력은 김남일의 대단한 장점이다. 2020년의 최지묵, 홍시후가 첫 계단이었다. 홍시후는 홍시포드라는 별명을 얻으며 2020년 가장 주목받는 어린 공격수로 데뷔했고, 최지묵은 수비수라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성남의 왼쪽 측면을 상대가 넘볼 수 없도록 만들었고 어린 나이에 성남의 주전 레프트백이 되었다. 홍시후는 초반에 자신감 있는 돌파와 부드러운 볼 터치로 모두를 놀라게 했으나 부진에 빠졌다. 그러나 2020년 가장 중요한 순간에 골로 김남일의 믿음에 보답한다.

2021년에는 이중민과 강재우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중민은 포항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강재우 역시 수원 삼성 원정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기회를 받았다. 특히 강재우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쉐도우 스트라이커 중간의 위치에서 상대 수비진의 균열을 만들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영리한 활약을 펼쳤다. 2021년에는 박수일의 기량 만개도 대단한 성공 사례다. 박수일은 단순한 측면 자원이 아니라, 좌측 윙백으로 나서면서도 사실상 윙어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성남의 공격 전개를 살아나게 한 선수였다. 2021시즌 그는 리그 3골 4도움을 기록하며 어느새 성남의 대체 불가능한 측면 자원으로 자리 잡았고, 실제로 당시 인터뷰들에서도 성남 공격 전개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평가됐다. 훗날 박수일 본인도 성남FC에서 날개를 펴게 도와주신 김남일 감독님을 언급했는데, 이는 김남일이 단순히 기회를 준 수준을 넘어 선수의 역할과 자신감을 함께 키워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2022년에는 그 시선이 더 과감한 유스 발굴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지수였다. 2004년생 중앙수비수 김지수는 원래 성남 U18 풍생고 소속이었는데, 김남일 감독이 직접 눈여겨본 뒤 1군으로 끌어올린 자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김지수는 18세의 어린 나이에도 1군 무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고, 김남일 감독 역시 그 활약을 보며 기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또 김지수가 팀 K리그에 발탁됐을 때도 김남일 감독은 공개적으로 기대와 걱정을 함께 말했는데, 이런 장면들은 김남일이 어린 선수를 단지 이벤트성으로 한 번 써본 것이 아니라, 부담이 큰 중앙 수비 자리에도 과감히 올려 실제 전력으로 성장시키려 했음을 보여준다. 김남일이 발탁한 김지수는 잉글랜드 무대로 날아가서 어린 나이에 EPL에서 데뷔한 한국 센터백으로 성장한다. 또 다른 2022시즌 성공 사례로 전성수가 시즌 첫 영 플레이어 상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고, 강의빈은 젊은 센터백 자원으로 단순 로테이션이 아니라 사실상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성남이 2022년 강의빈을 영입할 때 김남일 감독은 그의 포지션 이해도, 신체조건, 축구 센스를 높이 평가했고, 실제로 강의빈은 성남 입단 첫 시즌 25경기를 뛰며 수비진의 한 축이 됐다. 이는 김남일이 젊은 선수를 단지 써봤다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전력 안에서 자라게 했다는 뜻이다.

또 김남일은 다른 팀에서 애매했던 자원의 쓰임을 다시 정의해 준 감독이기도 했다. 이종성의 경우 수원 삼성에서 기량이 만개하지 못하던 선수였다. 그런데 이종성은 성남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를 오가며 존재감을 회복했고, 성남 팬들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이종성은 김남일 감독이 다시 함께하게 되어 든든하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를 받았다. 마상훈 역시 성남FC 이전까지 K리그 팀들에서 확실한 인상을 주지 못한 수비수였다. 2020년 후반기부터 주전으로 중용 받았고, 2021년에는 수비 기량이 만개하여 만나는 공격수들을 확실하게 제어했다. 또 2021년 강원전 멀티골처럼 공중전과 세트피스에서 강점을 극대화하며 팀에 새로운 얼굴을 제공했다. CHRO 김남일의 장점은 결국 여기에 있다. 그는 완성된 스타를 소비하기보다, 팀 안에서 누가 어떤 기능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린 선수가 큰 잠재력을 가졌는지 알아보고 계속 시험한 감독이었다.


결론

2022년 강등당한 이유에 대해서 쓰면 또 말이 길어지겠지만, K리그 뿐아니라 유럽 축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감독도 집권 3년을 넘기기 쉽지 않다. 2년차까지 잘해도 3년차부터 그 체제의 한계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김남일의 성남을 실패로만 쓰는 것은 아깝다. 물론 2022년 강등이라는 결말은 무겁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팀은 한 전술로 몇 경기 잘나가면 상대가 그 전술을 읽고, 그 위기가 오면 또 다른 포메이션과 인선, 세트피스 구조를 꺼내드는 방식으로 버텼다. 동시에 김남일은 적은 예산 안에서 김영광, 나상호, 권순형, 권경원 같은 핵심 자원을 끌어왔고, 이름값보다 역할을 우선하면서 신인과 재정비 대상 선수들에게도 길을 열었다. 그 결과 김지수라는 센터백을 EPL 무대에 수출하기도 했다. 김남일의 성남 3년은 실패한 3년이라기보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전술을 계속 수정했고, 사람을 골라 쓰고, 몇몇 사람은 실제로 성장시킨 3년으로 다시 쓰는 편이 더 공정하다. 2022년 이후 부터 전경준 감독 체제가 안정화되기 이전까지 성남FC가 어떤 추락을 겪었는지 생각해 보면 지금의 재평가는 더욱 타당하게 느껴질 것이다. 2020년의 성남이 막히면 다른 배열을 꺼내 들었던 팀이었다면, 2021년의 성남은 같은 철학을 더 현실적이고 정교한 생존의 축구로 다듬은 팀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남일은 사업부장 같은 전술가이자, CFO 같은 운영자였고, CHRO 같은 인사 책임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남일의 성남은 강등으로만 요약할 팀이 아니라, 시민구단에서 한 감독이 어디까지 구조를 만들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 인상적인 사례로 기억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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