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함을 들키지 말자. 아냐, 한심하다고 할 것도 없어.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물론이지. 근데 바쁘게 안 살았다는 게 함정이지. 쉿. 조용히 해.)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에요.
저를 구독하는 분이 소듕한 한 분(함문평 작가님, 감사합니다)이던 시절. 이렇게 재야의 고수도 아닌데 묻혀 -사람들의 기억에 든 적도 없지만- 사라지게 되리라는 조급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영업을 했지요. 그래서 성공한 지인이 있습니다.
항상 제 얘기만 하지만 또 갑자기 고백타임하자면 친구들이 "너는 왜 남자(사람) 친구가 많냐?" 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는 말이 아니라 여자도 남자도 동등하게 편하게 대하냐 그런 뜻이죠. 그러니 뭐 비슷한 비율로 여자에게도 가슴이 뛰고 남자에게도 못 할 말이 없고 좀 그렇달까요. 여자와도 썸을 탑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나? 나를 사귀고 싶어 하는가? 나 또한 만날 때 기분이 좋아지는가? 정신적 도움을 받는가? 돈이 많아 커피를 사줄 사람인가.. 같은 까다롭고도 많은 조건을 따지어 합격을 해야만 만나게 됩니다. 돈이 지나치게 많아 커피를 사줄 사람인가가 거의 톱클래스 썸 조건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좋아하나? 하는 느낌입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저쪽이 나를 만나는데 적극적이지 않거나 연락에도 소극적일 경우 <두 번 다시 볼일 없는 한국인 100명>에 들게 됩니다.(방어기제입니다. 버림받았다는 생각대신 내가 차단했다..라고 생각하게 놔둡니다)
필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게 호감을 표하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습니다. 호불호를 떠나서 필요한 만남도 필요한 게 인생인데 초라한 제 인성은 그런 면에 까칠합니다. 두 번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회사 생활을 하지도 않고 아이 입시 때문에 누군가에게 정보를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누구도 억지로 필요에 의해 사귈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최소한 저를 만나는 걸 진심으로 유쾌해하는 사람과만 만나고 있다 조금 확신하며 말을 하고 싶지만 그리 확신이 확실히 들지는 않...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제가 브런치에 쓴 어떤 글에 '독자'님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커피 한잔할까요?> 하고요. 제가 영업하여 제 구독자가 된 지인 입죠. 약속을 정했어요. 사천에 사는 독자와 제가 사는 진주의 중간 정도 지점. 마음의 중간점 강주연못입니다.
그렇게 브런치 덕에 지인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애들은 어린이집 다니면서 한두 번은 가보는 곳인데 저는 처음이네요. 사천이려니 생각한 곳인데 진주더군요. 물론 사천과 진주 사이, 한 발 만 건너면 사천인 곳이지만 물리적으로 이렇게나 가깝다니요. 집에서 29분. 와우~ 이렇게나 세상 만물에 무관심하다니..한심함이 한 포크만큼 몰려오더군요. 포크로 떴으니 금방 흩어졌습니다. 기분 괜찮아요. 에헴.
강주연못에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카페. 이름이 뭐더라.. 로터스 커피네요. 사진이 좋지 않아요. 일행이 있어서 사진에 진심일 수 없었습니다.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주인공처럼 찍혔지인을 먼저 보내고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강주 연못은 기찻길을 끼고 있습니다. 어릴 적 기찻길옆에 산 적은 없습니다. 추억도 없고 기차 지나갈 때마다 동생이 생긴 기억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기찻길이 주는 아련함은 기찻길이 아니라 기차가 주는 추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기차 안. 달걀을 까먹으며 어딘가를 가는 설렘도. 길이 산이 되고 물이 되고 색색으로 바뀌는 바깥 풍경이 그림으로 기억되는 그곳. 그 때의 어렸던 나도 보이는 듯합니다.
관리원도 없는 셀프 안전 모드 건널목입니다.
기차가 지나가면 불빛은 들어올지 궁금한 삐용삐용이
차단기, 신호등 알록달록 멈춤 안내판이 참 이쁩니다.
이 길은 어디까지 이어져있을까요?
어디서 왔을까..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에 한번 들어보고 싶어 집니다. 땡땡땡땡 차단기 내려오는 소리. 안내소리 그리고 기차 소리요.
진주역에서 사천역까지 운행한다고 적혀있네요.
연못은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어? 금호지와 비교도 안되게 작네? 하는 느낌이 먼저 들었어요. 한눈에 쏙 들어오는 크기. 금호지는 한 바퀴 도는데 3~40분은 드는데 이곳은 4~5분이면 돌아지더라고요.
웨이닝 커피도 있고 식당도 많이 있었습니다. 먹고 쉬는 건 걱정 없이 산책 나올만했습니다.
연못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나무로 알 수 있었어요. 수령이 몇 백 년이 되는 나무들이 많이 보였어요.
주인공같은 오래된 나무.
굵고 오래된 풍파를 겪은듯 보이는 고목. 곧고 올바르기만 한 나무. 한 나무 한 나무가 사람같습니다.
낙엽이 떡국 같아 보였습니다. 색색깔 떡국.
연꽃이었던 것들이 온 연못을 덮고 있습니다. 같이 있던 지인이 연 열매(?)가 있다고 하더군요. 어릴 적 먹었다고 하면서요. 해바라기씨앗 같이 먹는 건가 봅니다.
보이는 게 다입니다. 맨발 걷기 중인 분이 제법 있었습니다. 유행이니까요. 사진 2장 찍고 돌아섰을때 그분이 다시 걸어오더군요. 깜짝 놀랐네요. 연못이 얼마나 작은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영화에라도 나올법한 사연있어 보이는 나무입니다.
주변 단독 주택지. 시끄럽지 않은 산책지와 이쁜 풍광. 매일보면 좋을까요? 지겨울까요? 그저 배경이 될까요?
길도 평탄하고 나무도 이쁘고 안전해서 좋았습니다. 어디 한 곳 으슥한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데이트족이 별로 안 보였나?
연못보다 각각의 사연을 간직한 듯 보이는 나무들이 주연같았습니다.
연못이 언제 축조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연못 주위에 수령 5~600 백 년 되는 고목이 우거져 있어 오래전에 축조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고 쓰여있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나무들이 볼거리를 줍니다.
식당이 괜찮아 보입니다. 어디라도 평타는 할 것 같은 외관.
들어가는 입구 정문이라고 해야 하나요. 안내판 앞입니다.
벼락 맞은 나무입니다. 상수리나무였는데 21년 벼락 치는 날 이렇게 되었답니다.
로투스 빵&커피 집
빵 장사가 잘 되어 공장도 있었습니다. 저도 브런치를 여기서 해결했네요.
2층 자리에 앉았다 갑니다.
커피숍에서 바라본 모습
주차장으로 걸어가 보렵니다.
근데요. 저 멀리 백조인가요? 고니?
우는 소리도 제법 크고 덩치도 칠면조만 하고.. 백조 같아 보였어요.
근데 부리 색만 보자면 아니고. 대백로 중대백로 정도일까요?
올 때부터 갈 때까지 저렇게 저 근처에 있더군요.
11시부터 있었는데 해가 질 것처럼 보이는 이 분위기는 뭐죠?
앞에 보이는 두 곳 다 찻집입니다.
집에 오는 길. 또 다른 '독자'라는 필명의 구독자가 카톡으로 연락을 합니다. "김장김치 좀 주까?" "퍼뜩 가 오이라!"(빨리 가져와라. 너희 어머니 김치 맛있지!)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띵똥" 집 주소도 알려준 적 없는데 집 앞에서 호출입니다. "왜 전화 안 받는데?" "뭐? 전화했어?" 수다를 떨다가 "이번주는 하윤이 시험도 있고 다음 주 지나고 보자. 커피 한잔 하자~!" 합니다. 오늘 갑자기 구'독자'두 명을 만났고, 한 명은 이미 헤어진 지금 퍼뜩 서늘한 뒷목입니다. 뭔가 일이 틀어진 느낌. 가만가만 카톡 메시지를 다시 봅니다. 김치 '독자' 대문사진과 커피 먹자던 '독자'대문 사진이 동일합니다. 아차차. 너였구나. 제게 댓글을 단 구'독자'는, 강주연못에서 데이트를 한 지인이 아니었던 겁니다.
다섯 손가락도 다 필요 없는 지인 중에 두 명. 글쓰기 수업에서 알게 된 서로의 브런치를 아는 세 분 이렇게. 각 모둠에 한 명씩 브런치 필명이 '독자'입니다. 하고자 하는 말씀은, 두 분이 이름이 같다는 겁니다. 한 명은 막말하는 사이이고요. 한 명은 아직 개인적으로 한 번밖에 보지 않은 사귈까 말까 썸을 타는 사이입니다. 둘 다 여자이지만 여자고 남자고 처음 만나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커피 한잔 할까요?" 이런 말투는 분명 막말하는 사이는 아닐 테고 썸 타는 그분이 적었을 거다. 그렇다면 글을 보다가 갑자기 내 생각이 났고 보고 싶어 졌구나. 문자를 보내면 당연스럽게도 약속을 정하고 좀 억지스러운 약속이 진행될 수 있으니 이렇게 가볍게 웃자고 하는 소리인 것처럼 댓글을 남겼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를 하면 제 쾌활한 지인들은 "아~답답해.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하며 싫어합니다만 그렇게 뇌가 돌아갑니다. 그리하여 저는 댓글에 답을 남겼습니다.. 만 문자나 이후 진행이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댓글로 유혹적, 은근한 추진을 했는데 댓글만 남겨서 기분이 상했나? 너무 성의가 없었나? 문자를 보냈습니다. '잘 지내세요? 언제 한번 커피 할까요?' 하며 복붙 하듯 알아들으라는 문자를요. 그런데 문자가 건조합니다. 언제가 좋으냐. 그럼 그때 보자. 이렇게 약속이 정해졌습니다. 먼저 댓글을 줬는데 후속 조치가 늦어 기분이 상해서인가? 느낌이 약간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였습니다. 커피 하자 말하지도 않았는데 미안한 마음까지 담아 만나자며 썸녀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어버린 거죠. 커피 먹자는 지인은 김치만 받고 쫓아버렸고요. 예. 그렇게 된 거였던 겁니다.
언니 혹시 저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는데 귀찮게 한 게 아니면 좋겠습니다. 언니에게 <두 번 다시 볼일 없는 한국인 100명> 명단에 제가 올려질까 두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