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 출신 남편은 남해(군) 출신입니다. 부산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남해 사람이었을 뿐 바다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계획이 있었거나 한 건 아니었습니다. 남해를 아우르려는 담대한 야망 같은 것도요. 어쩌다 보니 그저 남해안을 왔다 갔다 내 집처럼(?) 다니게 되었네요.
남해안에 사는 우리는 보는 바다가 남해니 굳이 바다를 <남해바다>라고 일컫지는 않습니다. 그냥 바다죠. 대신 우리끼리 있으면서 굳이 "남해에 바다 보러 간다"라고 하면 <남해군>에 간다는 표현이 되는 정도입니다.
팔자에 없던 전국(?)인과 글로 소소한 소통을 하는 요즈음이다 보니 "남해 가고 싶다. 오늘 남해는 이뻤다"느니 이런 말을 할 때 신경이 쓰입니다. 그냥 남해 어쩌고 저쩌고 할 것도 '남해군의 오늘은' 하며 정색하듯 얘기를 해야 할 것만 같으니까요. 그냥 혼자 진지해져 버렸달까요?
오늘 시댁에 일이 있어 남해에 갔습니다. 남해군 어쩌고 하며 구구절절 사전 설명을 했으니 음흉한 계획대로 남해라고만 하겠습니다. 휴 편한다.
"친정 가족을 보러 가도 바다고 시댁에 일이 있어 가도 바다에 가야 하니 좋겠다." 생각하는 -서울분들을 위시하여- 내륙에 거주 중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간과한 게 있죠. 시댁은 놀러 가는 곳이기 어렵다는 거. 그곳이 유럽의 패뤼든(?) 여수 돌산 대교 앞 우진슈퍼 며느리라 하더라도 공용 시계가 돌아간다는 거. 시집살이 중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내 홀몸 가볍게 내 시간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집에 우리 식구들끼리만 있어도 가족들이 다 있을 때 마트라도 가려면 "나도 가자 잠시만" 하면서 시간 끌기 들어가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고 "지금 똥 좀 닦아줘" 하는 귀여운 막내가 있을 수도 "라면 먹고 갈래?"하고 묻는 느끼하게 기름이 돈 얼굴의 남편이 있을 수도 있는데 하물며 식구가 배는 늘어나는 시댁이라면 더 하면 더 하지 덜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남해에 일이 있어서 갔지만 바다는 가는 길 오는 길에 "차에서 봤쨔냐"가 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명색이 시댁이 남핸데. 내가 남해 며느린데. 남해간 며느리가 남해 좋은 곳 소개도 안 하고 넘어가면 그게 며느리 도리인가. 제사 지내러 간 직업인이지' 하고 '칼'을 뽑았습니다. -오늘 '칼'은 중요합니다-
보통 <남해>하면 인간의 장기인 폐처럼 생긴 섬 중에서 동쪽인 창선이 있는 쪽에 많이 갑니다. 저런 곳에 하루 자러 오고 싶다 싶은 곳은 바다를 눈이 시리게 보고 있는 오션뷰 거기고요. 상주 은모래 비치니 이름도 뭔가 설레고 숨겨두고만 싶은 셜리해수욕장도 초전에 몽돌해수욕장 독일인 마을도 모두 두 덩이 모양 중에서 오른쪽에 모여있답니다.
그래서 저의 시댁은? 두구두구두구~ 물론 내가 나가고 싶은 시간에 '바다나 보러 가야지~'하며 나가긴 어렵더라도 어쨌든 '기회가 닿으면 좋은 곳 가기 편한 거기 사니?' 하고 물으신다면 <아니요>입니다.
그러면 "일부러 멀리 갔니? 어휴 열심히구나~"하신다면 그것도 "아니옵니다"입니다.
물론 오른쪽 섬에 대부분의 관광지가 모여있고 더 내실 있게 구경하고 1박도 하고 해돋이도 더 이쁘게 볼 수 있는 명소가 있지만 왼쪽 섬이라고 버려진 땅, 불모지이기만 한건 아니니 굳이 뒤져보며 찾지 않아도 좋은 곳은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다 저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한적하게 좋은 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지 뭐예요. 호호 뭔가 아줌마 정신 승리.
어후 말 길어. 그래서 어디냐? 소개는 짧게 하고 저도 그만 자러 가겠습니다. 그곳은 <이순신 순국공원>입니다.
호국광장 안내판
아.. 이름만 들어도 멋지고 이름만으로 가슴 떨리는 그분. 역사의 자랑. 영국 인명사전(안내판에서 읽었는데 기억이 정확치가 않습니다)에도 이름이 올려져 계신 그분. 그분이 만수무강하셨어도 돌아가셨을 세월이지만 나쁜 왜놈들 때문에 돌아가신 그곳에 만들어진 이순신순국공원. 노량해전이 있었던 관음포에 만들어진 공원입니다. 공원이( https://naver.me/x8iLg9nZ)약 9만㎡에 달할 만큼 커서 의외의 볼거리 구경거리 공부거리를 주는 곳입니다. (무식을 공개하자면 저는 처음 이곳에서 판옥선을 배웠습니다.)
호국광장 관음포광장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조성되어 있는데요. <관음포광장>에는 아이들 놀이터가 학익진모양으로 꾸며져있기도 하고 거북분수 공원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면 재미있어한답니다. 우리 얘들은 바다 가까이 돌 벽에서 게가 바다로 다이빙하는 게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보며 웃고 즐거워하곤 합니다.(항상 공짜로 잘 노는 아이들입니다)
이순신 상영관에서는 하루 몇 차례씩 길지 않은 영화도 상영합니다. 이순신 장군 역으로 나오신 분 때문에 "어?" 하며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되는데요.(항상 악역으로 나오는 분인데 연기자는 연기자더군요. 순식간에 몰입이 되어 인상적입니다.) 그러다 울었던 거 같은데 그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오면 상영관 밖으로는 판옥선 거북선 제작 과정이나 충무공의 업적, 세계적으로 알려진 비교 대상도 설명이 되어있는 전시실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비교를 하여도 그 나라들도 인정할 만큼 비교불가 히어로였습니다. 다 외우고 싶을 만큼 가슴 벅찼습니다. <모든 설명은 몇 년 전부터 오늘까지의 경험을 밑도 끝도 없이 섞어하였습니다>
호국광장은 관음포광장만을 다니다가 이제 눈에 다 넣었기 때문에 넘어간 곳인데요. 사실 호국광장까지 가지 않아도 "이제 집에 가자~"할 때까지 노는 애들이라 솔직히 몇 년 동안 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뭔가 웅장해지는 기분이 드는 호국광장은 이순신장군의 칼이 있습니다. 또 무식을 내어 보이자면 장군의 칼이 이렇게 큰 줄 몰랐어요. 197.5cm. 두 개로. (쌍칼하며 장난치고 싶지만 참아야) 배에서 칼을 쓰려면 당연히 길어야 할 텐데 생각도 안 해본 거예요. 저렇게 긴 칼을 옆에 차고 <긴 칼 옆에 차고 수루에 홀로 앉아> 하셨는데. 시 참 멋지다 생각도 했는데..그런갑다..했으니 참 한심했습니다.
검은색 문으로 닫아놓은 관람실은 강 방마다 테마가 있습니다. 이순신 칼이 있는 방, 우리 수군과 왜군의 옷을 비교한 방 등등이 있지만 몇 방은 현재 닫혀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락사도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곳에 오르면 첨망대가 있는데요. 이순신 장군께서 전사하신 곳이 보인다합니다. 가슴 먹먹하지만 첨망대에서 충무공을 기억해 보는 시간 가져도 좋겠습니다. 사실 저 같은 사람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던데.. 관음포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라 노량, 한산, 명량을 열심히 보신 분이라면 알 수도 있으려나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아시겠으면 다음에 안내 좀..
처음 개장때는 유료였으나 지금은 대부분 장소가 무료 관람 가능합니다.
작고 깜찍한 둘째(Feat. 내 눈엔 너만 보여)
키는 우리 집에서 가장 크지만 마음은 가장 여린 첫째. 이순신 장군의 검은 보물로 지정되어 아산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이 검을 처음 보고 받은 -가짜임에도- 충격과 울림은 무척이나 컸습니다.
방마다 들어가서 보물 일기 훔쳐보듯 보고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칼의 빛> 방은 칼이 벽을 가득 차지하고 있지요. 칼에 새겨진 글귀가 빛처럼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우리 수군 왜군 의상 비교.
바깥 벽에 각 해전 상황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순신 순국공원입니다. (묶어서 올리기를 하면 이렇게 부각시킬 주제가 아닌데 엉뚱하게 큰 사진 작은 사진이 정해지는 게 좀..)
의자마저 배 모형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必死則生
바닷바람에 휘청휘청 몸이 날리는 이곳에 서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생각합니다.
아........ 무도 없는 공원입니다. 북적이지 않는 것은 좋으면서도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곳에 사람이 찾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바람이 쎄게 불어 파도가 잘게 일렁입니다.
이순신 상영관과 전시실이 있는 곳이 오른쪽에 보입니다.
날씨가 조금 따스하면 저 돌벽에서 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걸어 다니다가 사람이 오면 바다로 다이빙을 합니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미안해서 얼음땡 하듯 가만히도 있어보고 그러면서 놉니다.
어디든 게들이 있는데 이제 추워서 없더군요. 아주 작은 녀석들과 몇 마리 망둥어만 봤습니다.
게를 찾아보아요. (이 녀석들은 등에 얼굴이 있어요. 별명이 웃게라고 했나 뭔가 귀여운 이름이 있었는데요. 시간 차 공격/남편한테 물어보니 남해에서는 똥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공식 명칭은 모래게인거 같아요. 일주일만에 물어봤습니다.) 정말 미안하지만 맛도 있..제가 컴맹이라 그림 그린게 아니라 등에 저렇게 눈이랑 코가 있답니다. 신~기하죠?
망둥어를 찾아보아요. 물빛이 투명하니 요놈들도 투명한 빛을 하고 있네요.
어디 한 군데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었지만 아름다움을 감상만 하긴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전을 그려 도자기 판으로 구워 만들어 붙인 벽입니다.
노량해전이 있었던 관음포입니다.
군데군데 여기저기 주차장이 엄청 많지만 차가 한 대도 없습니다.
식당도 있고 아이스크림 파는 곳도 있어 갑자기 아이가 울더라도 곤란할 일은 없는 곳이지만 관람객이 없어 장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퍼에는 아버님 지인이 계셔서 아이들 아이스크림도 더 사드리고 했네요^^ 동네분들이 시금치도 팔고 고사리도 파는 합법적인 노점도 있습니다.
관광지 안내판에 <야외화장실>이라고 쓰여있는데 그냥 화장실도 아니고 야외화장실이라고 꼭 강조해서 쓰는 게 맞나? 싶었지만 야외에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을 보고 나니 그럴만했다 싶었습니다. 화장실에 또 살고 싶었습니다. 이런 집 어디 없나요? 경치 좋고 넓은. (집이 없는게 아니라 돈이 없..ㅎㅎ)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새로 생긴 노량대교를 건너면 홍보관이 있습니다. 게르마늄 홍보관 아니고 노량대교 홍보관입니다. 몇 년, 거짓말 조금 보태서 몇 백번을 다녔는데 처음 올라갔습니다. 남편이 제가 사진 찍고 글 쓴다고 협조 공문도 안 보냈는데 알아서 가네요. 차케차케.
또 이쁩니다. 왼쪽으로 남해대교 오른쪽으로 노량대교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해의 며느리는 남해 소개를 아~주 맛보기로 해 보았습니다. 진주 목에 두루 고 하고 나면 남해를 좀 돌고 통영 돌고 하면서 늙어가고 싶은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게 아니라 겨울이 깊어갈 것 같은 추운 월요일입니다. 어제 글을 끝냈는데 어째 아직도 이러고 있네요. 이번주도 좋은 날들 되시고 더 추워지기 전에 남해 한번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