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서 더 별거 없는 연휴입니다. 초3 아이가 있는 엄마다 보니 아이를 즐겁게 해 주어야 하는 부담마저 있는 날. 연말에 크리스마스면 뭔가 근사하고 멋진 걸 구경이든 하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왠지 남들은 그렇게 지내고 있을 것만 같고요.
에고 뭐 비교할 거 있나요. 부담 느끼지 말자고요. 행복은 멀지 있지 않고 아름다움은 밖에만 있지 않을 테니 찾으면 되지요. (우리 집 아름다움이 어디 있더라..) 찾고자 한다면 보일 것잉께. 그려 어디든 뭐든 해보자.
그리하여 토요일은 마트, 일요일은 딸기 농장, 월요일은 진주 철도문화공원과 유등박물관을 갔습니다. 좋아. 그럴듯해. 글 진행시켜!
마트 간 얘기는 썼고(파기된 계약) 딸기 농장 간 얘기도 할 말이 있지만 일단 폴짝 뛰고서 저랑 철도문화공원을 가셔야 합니다. (이쁘게 말해!) 가 보실래요?
근데요. 손가락 시려.. 장갑 필수요.
좋다고요? 오예~ 기차도 출발시켜~
오늘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겠다는 첫째 보내주고, 돈 벌어오겠다는 남편도 회사 보내주고 둘째와 움직였습니다. 돈 벌어오겠다고 보냈으면 야근값이든 특근값이라도 벌어오고 연말 보너스라도 벌어오면 좋겠는데요. 그런 게 없는 회사라 으싸 으싸가 안 됩니다. 고생만 하네요. (잠시 먼 산...) 남편들 불쌍합니다. 고생해도 마누라 웃는 모습 보기 어려워.. ㅎㅎ
둘째만 데리고 가면 눈치는 좀 덜 보입니다. 사춘기 따님 눈치 보느라 '여긴 시시한가? 저긴 재미없나?'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언니랑 나이가 5살이나 나니 못 데리고 간 곳도 많습니다. 같이 데려가긴 첫째가 싫어할 그런 곳이 많아서요. 둘째는 그 덕에 남들 가는 곳도 못 가고 유년시절 보내네요. 때마다 가야 하는 놀이동산이니 동물원이니 키자니아 등등 재미가 있든 없든 어쨌든 가야 하는 곳을 가볍게 건너 띄니 말이에요. 저는 편합니다만..
오늘은 눈치 볼 필요 없이 둘째 눈높이 산책 겸 가깝고도 하루 구경으로 좋은 곳으로 가요.
철도문화공원은 진주시 남강동 245-239번지에 있는데요. 제가 사는 면도 아닌 동, 진주의 제법 중심에 있지만 발전이 더딘 동네랄까. 부산의 영도(Young Island)처럼 그들만의 문화와 공간의 느낌이 좀 있는 동네예요. 집집마다 오래된 사연들이 대를 이어 내려온 듯 보이는 동네겠습니다.
업무 시간에 사우나를 관용차 타고 다닌 이창희 전 시장의 뒤를 이은 조규일 시장의 역작 같아요. 거리 정비를 하고요. 하나뿐인 진주박물관 이전, 유등박물관도 유등테마공원도 신축하며 활기를 띄려 합니다. 음, 50년 된 집에 내부 인테리어 하는 느낌입니다. 구석구석 낡은, 부서질 것 같은 공간에 새로운 새시를 해 넣어 딱 맞지 않고 콘크리트의 빈 곳이 보이는 것 같은 분위기요. 뉴 트렌드. 새롭고 거대한 신축 건축물과 낡고 가난해 보이는 집들이 서로 마주 보는 동네의 매력. 미국 브루클린(가본 적 없음 주의) 같은 느낌말입니다. 이곳의 과감한 발전은 호기심을 일으킵니다. (현 시장의 부인 친정이 있다는 말을 믿을만한 진주 토박이에게서 듣게 되었습니다.) 공동화를 타개할 방법으로 이런 이전은 꽤 괜찮아 보입니다. 너무 몰아주기가 되었다는 것은 약간 마음에 걸립니다만..
옛 진주역은 1925년 6월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역사 소실.
1956년 12월 신축 준공하였습니다.
2012년 가좌동으로 역사가 이전되었으니 근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겠습니다.
제가 문화관 안에서 안내를 읽고 있을 때였어요. 진주 토박이분이 "와! 아빠 어릴 때 역 이거 여기 기억난다. 그 당시 빨간 버스 파란 버스 다니고 했는데.." 하며 아이에게 추억을 팔려하더군요. 아이는 안 삼. 뒤태가 안물안궁이더군요. 뒤로 슬금슬금 아빠 피해 오는 바람에 보게 되었는데 약간은..'왜 저래?' 하는 얼굴이었습니다. 오래된 옛날이야기도 아닌데 이렇게 역사책에서 보듯 과거를 읽고, 보니 감회가 새롭겠다 싶긴 했습니다. 저도 안내를 읽으면서 '그랬구나! 아 정말?' 하며 혼자 끄덕였으니까요. 어릴 때 타던 무궁화, 새마을, 비둘기, 통일호 같은 기차말이에요. 얼마 전까지 있었지만 없습니다인 기차들 얘기요. 박물관이 아니라서 설명이 자세하거나 자료가 많지 않지만 문화를 추억하거나 '느낌 아는' 정도로는 괜찮았습니다.
내부는 유아들이 놀기에 좋아요. 기차역 그림엽서를 무료로 주는데요. 4개 있는 책상에 따로 앉아 준비되어 있는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고요. 들어가면 역무원을 뽑기 위해 치렀던 시험과목을 게임식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동전 옆구리만 보고 얼마인지 맞히기, 몇 명이 탑승하는지 계수하기, 실 꿰기(뭣에 쓰지?), 모양 맞추기 같은 소근육과 눈 근육을 이용하여 업무에 적합한지 테스트를 하는 겁니다. 역무원이 입었던 옷도 있고요. 신호등이 아니라 <전호등>을 이용해 신호를 주고받고, 통표를 교환하는 그런 역사요.
외부에도 전시된 것이 있습니다. 무궁화호가 공개되어 있어 타고 앉고 할 수 있습니다. 기찻길도 조금 남아있고요. 처음 안 것도 많습니다. 외부에 있는 전차대요. 지금은 기차 앞과 뒤 양쪽에서 운전가능한 전천후이지만 이때만 해도 앞에만 운전실이 있었어요. 그러니 전차대까지 와서 기차를 돌려세워 갔다고 하는 거예요. 전차대도 처음 봤네요. 신기했습니다.
맹꽁이 생태천을 만들어 맹꽁이 서식지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고요. 망경동에 지식산업센터를 만들 때 거기 멸종위기종 맹꽁이 서식지가 있었던 거예요. 임시 서식지를 만들고 이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몇 번의 이사를 하였다고 해요. 지금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데 개체수가 늘고 있는지 참 궁금하네요.
가까운 곳에 사신다면, 철도를 좋아하는 아이를 키우신다면 구경할만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공원이 크고 잘 되어 있어 꽃피는 계절에는 더 이쁘겠더라고요. 지금은 겨울이라 불빛 축제, 갈대 구경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정비고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서 눈이 시원했네요. 도심에 있는 넓은 공원덕에 가슴이 뚫리는 경험 했다 싶어요. 해지는 크리스마스에 노을을 바라보며 갈대밭에 서 있는 것도 좋았고요. 기찻길처럼 앞으로 뒤로 쭉 뻗은 공원을 시력이 닿는 데까지 바라보는 것도 꽤 괜찮은 기분이었습니다. 넓은 공원이지만 앞쪽으로는 대형 병원과 대학이 있는 복잡한 도심도 보이고요. 뒤로는 주택가의 조용하고 낡은 집들이 붙어 있는 제가 좋아하는 골목길이 산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처음 눈에 띈 커피점에서는 어반스케치도 하고 싶었습니다. 이 날은 문을 닫았더군요.
주차장이 좀 정신없다는 것이 단점 이긴 한데 자리는 있었습니다. 안내가 없어 들어가는 길로 나오는 차 들어가려는 차가 엉켜 스텝이 꼬여 있더군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옆 길로 도망을 쳤지요. 차를 타고요.
추워서 손가락이 얼었지만 꽤 괜찮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유등박물관과 유등테마공원도 다음에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진주성이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지입니다. 이곳도 망경동에 생겼으니 망경동이 꽤 트렌디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사실 가로등도 새로 심고 길도 정비해서 꽤 낯선 모습으로 변모 중입니다. 깊은 내막을 모르는 저는 그냥 신, 구의 대비가 아름다웠습니다. 마음이 끌리는 그런 동네로요. 날이 조금 풀리면 그림도 그리러 가보고 싶네요. 그럼 오늘도 잘 다녀왔습니다. 저랑 사진으로 눈빛 걸음 해요.
기차역 들어가는 정문 앞에서도 찍어야 하는데 이곳은 기차 타는 곳으로 나오는 문. 진주역
제 둘째입니다. 뒤꿈치 귀여워~~ 깨물어버릴까 보다
전시실이 크지는 않습니다. 옆으로 조금 길긴 하지만요.
옛 기차역이 영업 중이던 시절 사진입니다. 역무원이 표를 파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도 있고요. 역무원 응시 시험도 간이로 해 봅니다.
동전 옆구리 보고 얼마인지 맞추기.
두 번째는 계수하기. 세 번째는 모형 맞추기. 네 번째는 실 꿰기. 합격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입니다.
직원 서로 간에 의사소통 장치인 전호등입니다. 낮에는 깃발로 밤에는 등으로 하였다 합니다.
<통표> 뭣에 쓰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는데 열쇠 같은 의미인가? 생각했습니다. 해 지는 갈대밭입니다. 지금 이곳은 불빛 축제장으로 꾸며 놓아 밤이 되면 이쁩니다. 저 불빛 축제장 끝까지 걸으면 가장집들이 모여있는 골목길이 나옵니다.
언니가 초등시절 입던 잠바를 보더니 "입고 가도 돼?" 해서 그래라 했더니. 정확히 빌려 입은 룩이 완성되었습니다.
기차 타고 가면서 창 밖 열심히 보는 것은 국룰이지요. 서 있는 기차에서도 밖은 봐야 합니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무궁화호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내부에는 데이트족과 가족들이 옹기종기 앉아 똑같은 풍경을 보며 기차 여행 중이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렸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잘 못 내렸나?
아! 저는 이 건물이 너무 좋습니다. 문이 그냥 커다랗게!!! 와~너무 멋지지 않나요? 토마스랑 친구들이 들어가서 정비도 하고 한숨 자고 나올 수 있는 정비고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비고입니다. 멋지지요?
해가 뉘엇 뉘엇 지려 합니다.
기차 두 량이 들어가는 정비고입니다. 지금은 비었습니다. 한 번씩 전시회를 열더군요. 지난번에는 공예비엔날레를 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역사는 소실되었지만 정비고는 부서지지 않았던가 봐요. 그 당시 총알 자국입니다. 6.25의 흔적이 벽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전쟁 당시 총탄의 흔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관총 사격에 군데 군데 구멍이 나 있는 정비고.
창문마저 저의 취향저격입니다. 우풍에 춥지만 않을 수 있다면 단독주택에 이런 창 끼우고 싶네요.
크게 정비고를 돌아봅니다. 병이 도지려고 합니다. 이런 공간 갖고 싶다. 이런 집 없나요? (돈이 없지 집이 없나..)
역사가 넓습니다. 아~주
오른쪽으로 보이는 동네 풍경.
창문이 그림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듯 정비고 너머 기차도, 정비고 내부의 어둠도, 비춰지는 저의 모습까지 한 공간에 담아졌습니다.
하늘도 바닥도 시리도록 파래보입니다. 띄엄띄엄 몇량 남아있는 기차와 기찻길입니다.
이번 겨울은 부산까지 기차 타고 한 번 가야겠습니다. 기차가 주는 추억의 맛은 대체 불가하니까요. 삶은 달걀도 꼭 챙기고요. 목 막혀 응급실 가지 않으려면 콜라도.
산책길
차와 뭐..라고 적혀있어 '들어가면 따뜻하겠다' 하고 들어왔더니 창이 뚤려있습니다. 외부 풍경이 액자속에 쏘옥 담겨 있네요. 이뻤어...
춥냐.. 나도 춥다.. 손을 왜 이리 떠니.. 처마가 이뻐 찍어봅니다.
노을을 보며. 끝이 보이지 않는 철도문화공원. 길 끝나는 곳에 전차대니 맹꽁이 보호를 위한 생태공원도 함께 있습니다. 사진은 없습니다.
커피숍인데요. 오래된 단독주택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오픈을 했어요. 뭔가 이 동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근사해서 다음에 커피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어쨌든 지을 당시에는 붉은 벽돌을 붙인 나름 좋았던 집을 커피숍으로 개조했네요. 낡음을 고쳐야 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것과 새것을 공존시키는 식으로 커피숍을 열었습니다. 꼭 이곳 망경동을 표현하는 건축물 같았습니다. 낡음을 부끄러워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공간을 바꾸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네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주는 분위기가 낡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게 아닐까 싶네요. 우리집만 낡은 게 아니고 모두가 그러니까요. 익숙해서 편한 공간, 오늘은 망경동 철도문화공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