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품절 사태

착하게 살았으니 나타나 줄래요?

by 노사임당

납품 사장님과 팀장의 대화가 길다. 얼굴은 딴청이지만 귀를 5cm쯤 세워본다.



"먹태깡 납품 가능하세요?"

"아니, 먹태깡은커녕 새우깡도 재고가 모자라."

"왜요?"

"몰라. 공장에서도 물량을 적게 풀고 매장에서는 평소보다 더 팔리고. 뭐 이러니 수급이 맞나."

"다음 주에는 풀릴까요?"

"휴가철이라고 캠핑 가는 사람들도 이거 많이 찾더라고. 물건이 있을지는 장담 못하지. 있으면 가져오는 거고"

"예."


휴가철이구나.

내가 휴가를 안 간다고 남들도 안 가는 게 아닌데 깜빡했다. 사람 시야가 이렇게나 좁다. 그 당연한 시나리오에도 관심이 없었다니. 하고 싶었는지는 미지수지만 슈퍼 사장은 못 되겠다. 이 정도 시장 읽는 눈도 없으니 말이다.


그건 그거고 새우깡은 어쩌다가 이렇게 귀하신 몸이 된 걸까?


납품 사장님의 말에서 유추하자면 대강 이런 해석이 된다.


가만 보니 휴가는 가야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 장바구니 예산이 준거다. 예전에도 뭐 캐비어에 송로버섯으로 준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런저런 손도 돈도 많이 드는 음식보다 과자로. 술안주나 간식을 예산도 비교적 적게 들고 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봉지에 든 주전부리로 찾게 된 듯 보인다. 어쩔 수 없지. 먹는 거 좀 아껴 캠핑이 '유지'된다면 아직 서글플 정도는 아니니까. 설레는 휴가에 슬픔은 떼어놓고 가야지. 슬픔이여 집 잘 보고 있으렴.


오늘 출근길 라디오에서 두 진행자가 하던 얘기가 다시 들리는 듯하다.


"요즘 혼밥이 는다고 하는데 아세요?"

"아니 왜요?"

"공용통장을 사용하던 사람들도 따로 먹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대요. 그게, 공용통장에서 돈 나가는 식사를 하면 '우리 군만두 같이 먹게 하나 시킬까' 하며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니까 그 많지 않은 비용도 부담을 느끼게 된 거라는 거죠"


'개인주의가 심화되어 각박하고, 이기심에서 가족 간 어쩌고' 하는 거보다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로가 거리를 둬야 하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세상이 조금 더 팍팍해지겠지만 우리 탓은 아닌 거니까.


서로 만나고 싶고 보고 싶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견우와 직녀처럼.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만든 건 아니다. 칠월 칠석이 되어야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듯 우리도 쌓일 일 없을 통장 속 돈이 잠깐이라도 고이면 좀 편하게 만나자.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 게을러진 견우직녀는 벌 받느라고 못 만나지만 우린 열심히 일하는데 왜 이런진 모르겠지만.


계획한 잘 사는 삶. 그런 인생을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여유시간을 가지려 야근도 특근도 주말 근무도 해 본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여유시간은 요원해 보이고 일은 숨 쉴 틈 없이 밀려있다.


우리 잘살고 있는 거 맞겠지?


경제도 지표도 법칙도 잘 모른다. 그저 나 하나가 거대한 어떤 것이 되니 세제를 아끼라 하면 아꼈고. 돈을 빌려주면 대출로 집도 샀다. 야근하는 게 회사 암묵적 분위기면 튀지 않았다.



이제 이 정도 행동으로 보였으면 상대방도 보여주면 좋겠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할 일 하지말 일 만 정하던 높은 곳 어떤 뜬구름 속 분들도 똑똑한 머리 안 똑똑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쓰면 좋겠다는 먹태깡같은 생각해 본다. 신기루 같은 먹태깡이지만 실재한다는 걸 아니까 먹어본 사람도 있다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