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가 익어가는 계절
걱정 마요, 맛도 있어요.
상추를 든 어머님손님이 "가격이 와 이렇노"하며 화를 내신다.
농담 삼아 남은 게 있으면 '상추 있어서 고기 사야겠네'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진심 상추가 있어서 고기를 사야 할 판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 소비를 해야만 한다. 음쓰(음식쓰레기)는 호기로운 사치가 되었다. 뭐 물론 상추만 그런 건 아니다. 굳이 주식도 아닌데 급등종목을 나열하여 피로를 키울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한 번만 장을 봐도 아니까.
최근 장바구니 물가는 지나치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긴 이르다. 오늘 들어온 요 녀석.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가격도 좋고 조리도 쉽고 먹는 법도 다양한 효도품. 양배추가 있으니 말이다. 양배추 한 통이 3천 원이다. 반통 가격도 제법 한 것 같은데, 들기 무거운 양배추가 이 가격이면 요즘 같은 때 '땡큐식품'이다.
어릴 적 잘 먹고 잘 살아보고자 열심이셨던 부모님은 눈코 뜰 새 없는 구멍가게로 돈을 조금 모으셨다. 나야 확인할 길이 없으니 모르지만 적지 않았을 초기비용을 감당하고 식당도 하셨으니 그럴 거라 추측한다. 솔직히 죄송하게도 이성적인 판단이셨을지 궁금하다. 구멍가게는 20시간 가까이 장사를 하고 364일 문을 열어놓는 구조로 운영하면서 식당까지 차렸으니. 믿어도 단단히 믿는 도와줄 누군가가 있어서였을까. 4살, 혼자 자는 날 내버려 두고 문을 잠가 가게는 닫아놓고 식당에 일하러 가신 부모님이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의 맘고생과 몸고생은 어린 나이에 읽기 힘들었지만 식당에 쓸 경양식 돈까스 소스를 만든다고 커다란 식당용 곰솥에 갈색 액체를 저으시던 기억은 난다. 거기다 오늘의 주인공. 푸짐하게 곁들여 주던 양배추 생각도. 어머니는 양배추를 엄청 얇게 써셨다. 편식쟁이 나도 거부감 없이 먹을 만큼 표 나지 않는 양배추의 식감. 그 위에 뿌려주던 부모님이 만드신 마요네즈와 케첩. 알맞은 조합의 양배추 사라다. 그때는 그게 경양식의 꽃이다시피 했는데. 라떼는 말이다.
그렇게 양배추를 싫어하지 않는 나는 몇 가지 좋아하는 반찬을 한다. 양배추로.
양배추 볶음. 양배추 겉절이 무침. 양배추 쌈. 모듬 장아찌. 양배추 당근 사라다. 모두 다 '얼마나 맛있게요' 반찬이다.
3천원이니 호기롭게 양배추를 한 통 산다. 4등분을 하여 조금 큰 1덩어리는 찐다, 쌈으로 먹고. 1덩어리는 채를 썬다, 사라다도 만들고. 겉절이용 무침을 할 거다. 1 덩이는 소금으로 살콤 간을 하는 볶음으로 먹고, 나머지는 다다기오이 무 고추 양파 양배추를 넣고 모둠 장아찌를 담는 거다.
쌈 싸 먹을 양배추는 김이 오른 찜기에 7분(아삭)에서 10분(몰랑) 정도 찌면 완성 (식감은 선택)
양념장은 대충 해야 한다. 개량마시라. 간장에 고춧가루가 촉촉할 정도 넣고 짠맛이 사라질 정도의 설탕을 넣으면 모든 양념장 베이스는 완성인데 거기에 다진 파, 밥에 비빌 거면 달래를 넣어 바꾸고. 마늘도 양파도 있으니까 조금 넣어주고 깨는 많이 넣고 참기름은 미량 첨가하면 (저는 매운걸 못 먹지만 보통 땡초도 다져 넣지요) 끝. 참 쉽지요?
샐러드용은 집에 있는 채칼을 이용해 엄마식 얇은 채를 낸다. 반은 좋아하는 사라다용으로 남겨두고 반은 오이무침처럼 반찬을 만든다.
양배추에 '연두'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빼고 설탕 넣고 식초도 한 스푼씩. (가늘게 식초를 따르는데 모자라게 한번 둘러주세요.) 양배추에 묻도록 한번 뒤적 하고 고춧가루 투하.
맵기나 색깔이 원하는 게 될 때까지 투하. 겁먹지 말고 공격.
마지막으로 간을 합니다. 좋아하는 '맛이 있는 소금'도 좋고요. 일반소금도 좋습니다. 식초를 넣었기 때문에 짠맛이 없어도 맛이 있거든요. 소금은 간이 조금 약하다시피. 깨 듬뿍. 그럼 반찬 하나 또 끝. (식초가 들어간 음식이니 참기름을 넣고 싶으시면 아.... 주 조금만 주세요)
다음은 약간 굵게 채 썬 양배추를 기름 두르고 마늘 향 올린 냄비에 살살 볶습니다. 집에 뭐 양파니 파니 당근이니 남은 스팸 파프리카든 뭐 넣고 싶으시면 넣어도 좋습니다. 냉장도 정리도 해가면서 반찬 해야 하니까요. 숨이 살콤 죽으면 소금간(더 맛있게 하고 싶으시면 굴소스 한 스푼)만 하세요. 양배추의 단맛이 설탕을 아껴줄 거지만 설탕도 애교로 두 꼬집정도 뿌려도 좋습니다(소금보다 설탕이 먼저 들어가야하니 넣으실 경우 소금 순서보다 앞으로). 깨와 참기름 두르면. 그럼 반찬 또 하나 완성.
장아찌 재료는 미리 잘라놓고 간장 만들어야지요.
물 2컵 반, 간장 1 컵, 설탕 3/4 컵, 식초 1컵을 끓인다. 용기에 담은 장아찌 재료에 뜨거운 조림장을 붓는다.
며칠 지나 재료에 색이 밴 듯 보이면 먹는다. 끝
잘 하고 싶으시면 2~3일 지나 장아찌물만 따라서 한번 더끓여 식혀 넣으시고 냉장보관하면 맛이 조금 더 오래는 갑니다. 몇 달 먹을거도 아니고 귀찮으니 패스합시다. 그럼 또 반찬하나 완성. 양배추 3천원으로 반찬 5개가 완성입니다.
아낀 돈으로 외식하게 알뜰하게 먹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