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불편합니다.

자기 PR시대지만 그런 거 잘 못하는 사람이 한마디 하겠습니다.

by 노사임당

코로나에 걸렸단다.



매일 부르던 레퍼토리가 아닌 새로운 가사로 아프다 노래를 하던 참이었다. '허리 아파 죽겠다. 종아리가 땅겨서 죽겠다'에서 '눈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면서 말이다. 일은 혼자 다 하는 직원이다. 가만 보고 있으면 일개미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자그마한 키로 마트를 동서남북 휘젓고 다닌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바쁘긴 한데 이상하다. 상자를 냉장고 위로 올려놓으면 팀장이 진열을 안 했다며 다시 내리고 썩은 과일을 골라냈다는데 밑에 보면 썩은 물건이 잘 들어앉아있는 식이다.


물론 팀장을 도우려 한 행동이고 과일이든 채소든 그 많은 물건을 보려면 기계라도 오작동할 만한 상황인 건 인정. 나도 실수를 하기에 누구의 실수를 꼬집어 흠 잡거나 평가하려는 생각도 없다. 다만 새로 들어온 언니가 스티커를 위에 붙이지 않고 아래에 붙여 놓았다면 알면서도 굳이 발본색원을 하고 왜 그런 실수를 했냐 캐 물어가며 긴 시간 무안을 주는 게, 앞뒤 맞지 않다고나 할까? 본인이 실수했을 때는 "사람이 실수할 때가 있는 거지" 하며 편안한 것과 달리 남의 것은 끝까지 추궁하고 민망한 분위기 만드는 그 상황. 그게 난 웃기는 거다. 마음에 영 안 드는 거다.


사장님과 십 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했다. 혼자 식당을 운영하며 돈 아까워 배달까지 1인 다역을 하였단다. 건물주인이 바뀌지 않았다면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고도 했다. 식당 사장과 손님으로 시작된 인연. 마침 사장은 두 번째 슈퍼를 시작하면서 사람이 필요했고 자의가 아니더라도 폐업하였으니 좀 도와달라 말도 했단다. 식당을 이용하면서 아마 손님 관리나 매장을 혼자서 매끄럽게 운영하는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리라. 과감하게 새로운 슈퍼를 인수하면서 그전 사장과 일했던 붙박이 팀장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도움을 받으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그녀와 더 친근한지 모르겠다.


사장의 오피스 와이프가 되었다. 그녀가 들어오기 전에는 누가 봐도 팀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맞았는데 갑자기 출연진 교체. 그러고 나서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사장이 없으면 사장에게 또 욕을 한껏 선물한다. 힘들어 죽겠고 물건을 너무 많이 가져와서 썩어 나간다며 일처리부터 사람 쓰는 것까지 몽땅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장이 오면 더 개미가 된다. 더 바삐 움직이며 더 힘들어하며 사장에게 코 막힌 비염환자 흉내를 낸다. "어우, 사장님 힘들어 죽겠어요. 커피 사주세요. 밥 사주시든지요" 그러면 말이라고는 "안녕하세요?"가 다인 사장이 웃으며 대꾸를 하고 누가 봐도 대화가 즐거워 더 있고 싶은 모양새다.


그런 그녀가 코로나에 걸린 거다. 잠깐도 같이 있으려니 불안한 나와 달리 사장은 보란 듯이 그녀를 데리고 외식을 갔다. 25살, 열심이지만 아직은 권력투쟁을 모르는 팀장과 더 어리고 순진한 사장의 친아들까지 대동하고 말이다. 그 행동의 뜻은? 누가 봐도 '내가 아끼는 직원이니 비난하지 말라. 이 직원이 꼭 필요하니 건드리지 마라'가 아니겠는가.


자 밸런스 게임 해보자. 편의상 족발집 출신 직원은 '족이' 나는 '팔이'라고 하자. 둘 중 한 명만 직원으로 써야 한다면 누구? 1초의 망설임도 없다. '족이'다.


경리 업무부터 재고 조사 물건 진열 카운터 대타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팀장과 '족이' 둘 중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솔직히 일을 위해서는 팀장이지만 많은 고뇌가 필요할 것이다. 왜 꼭 한 명만 남겨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므로 밸런스 게임 불가 판정!!


사장님께 "직원에게 그렇게까지 편애의 시선을 보내면 사기 저하된다. 최소한 '족이'에게 밥 10번 사주면 나머지 직원에게는 아이스크림이라도 한번 사주는 게 맞다. 아무리 '족이'가 떼를 써서 그랬다지만 마트에 파는 대용량 커피를 사주면서 같이 마시라는 말도 안 하면 대 놓고 무시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 커피 뻔히 사장님이 사준 거 아는데 본인 돈으로 샀으니 마시지 마라며 굳이 얘기하던 그녀"라고 말을 하며 사장의 시야를 약간은 열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 사람 잘 안 변할 거다. 그리고 그런 얘기하면 내가 잘리거나 미운털 박히지 절대 '족이'에 대한 편애는 옅어지지 않으리라는 것. 그러므로 내가 그만두거나 잘리는 것. 걸어 나갈 결심하고 얘기를 한다는 건 속상함을 풀 수는 있으나 문제 해결은 아니라는 거. 아르바이트하러 와서 혼자 열폭하여 몇 달 만에 뛰쳐나간 모자란 사람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겠지.


옳지 못함을 가만 보고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지인들이 말은 한다. '만지지 마시오' 적어놓은 곳을 만지면 한소리 해야 된다. 안다. 소모적인 행동이라는 거. 그 사람 안 바뀐다. 나만 뚜껑을 일부러 열어야 하고 심장 운동까지 시키는 행동인 걸 말이다.


그래 그래도 정공법으로 가자. 내 스타일로 사는 거다. 사장에게 말하는 거다. 그리고 '족이'에게 매너도 가르쳐야겠다. 코로나면서, 아기부터 면역력 떨어지는 노인분들까지 오는 곳에서 자중하라고.

미운털을 박아놓고 일하련다. 잘리면 잠시 놀지 뭐. 이 정도로 시간대 좋은 일 구하기 쉽지 않은 거 알지만 그렇다고 죽고 살 수는 없다. 내 입은 포도청이지만 보험은 들어놓았다.


"족아! '코로나 요즘 감기예요. 별거 아니에요.' 하는 건 다른 사람이 너에게 괜찮다 너무 미안해하지 마라. 할 때 하는 말이지. 걸린 네가 괜찮다 유난 떨지 마라 하는 건 매너 없는 거다"


"사장님, 비 많이 온다고 저의 안전을 생각해 나오지 마라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안전을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분이 '족이'코로나라는데 일 시키고 주변사람 불안하게 안전 무시하시는 건 앞뒤 맞지 않습니다."


그래, 사람 참 안 바뀐다. 굳이 그런 소리로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어지간히도 누군가에게 '변함없이 참 불편한 사람'인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갑질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