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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재택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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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Apr 07. 2024

백수 가족 일기 1

1일 차

무지개달 엿새 엿날(04월 06일 토요일)


남편이 회사를 관뒀다.




"이번달까지 간다고 얘기했다"

"이번달까지 간다고 얘기했다"

"이번달까지 간다고 얘기했다"라는 얘기를 강조하기 위해 3번 쓴 것은 아니다. 석 달이나 퇴사가 미뤄져서다.

그것도 분명히 제 발로 나간다고 했는데 며칠 전에는 "실업급여받는 '잘린 상태'를 만들어 줄 테니 '나랏돈 받고'내가 부르면 일 좀 더 해주러 오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겨우 잘렸다.

이번달에도 백수가 좌절되면 지인들에게 뭐라 변명을 해야 할지 슬슬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다행이다.


뭐라도 하고 싶은가 보다. 남편이 오늘 스케줄을 묻는다. 첫째는 학원 보강을 가고 둘째는 학교 숙제를 위해 '청곡사'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꺼낸 김에 사전 투표를 하기로 한다. 백수라 당일도 별 일은 없을 예정이나 오늘 하기로 한다. 같이 들어가는 것이 얼마만인가?


기억이 없을 만큼 오래되었나?


아, 처음이다. 백수가 되니 새로운 추억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사전투표의 추억.


대통령님께서 백수가족을 위해 대파값을 내려 주셨으나 그 자랑스러운 물건을 들고 들어갈 수 없어 안타까웠다.


백수 가족 일기 1일차 끝



청곡사를 찍었는데 절은 어디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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