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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재택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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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Apr 09. 2024

마트는 가끔 가요(백수 일기2)

전 기분'파'니까요

둘째는 욕심이 있다. 첫째와 달리. 공부든 뭐든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

첫째가 학원을 갔다. 그 시간 동안 우리 나머지들은 책을 사려 길을 나선다. 둘째가 공부해야 하니 문제집을 달라고 해서다. 네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있는데 보충학습 하러 학원을 간 녀석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한다.


"어디가?"

"집에. 책을 안 갖고 왔어"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걸어간다. 역시 첫째답다. 남편이 사라진 어의를 찾으려 내게 묻는다.

"와 저럴꼬?"

"걱정 마라, 남들이 스트레스 주지 않으면 본인은 느긋하고 편안해서 행복한 아이니까, 나 닮아서.... 나야 엄마가 닦달하고 비꼬고 비난해서 불행했지, 천성은 느긋하... 게으르거든"

"끄응"


진주문고에서 수학책 두 권과 한자책까지 5만 원 가까이 돈을 쓰고 물건 사서 주차비는 아꼈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건물을 나온다. 딱히 계획도 없어 건물 앞에 있는 물초울공원에서 놀기로 한다. 몇 시간있었더니 배가 고프다. 집에 가 밥을 안치고 요리할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상태다. 서둘러 출발한다. 첫째가 원한 우리 동네 맘스터치에서 저녁을 먹기로 정하고 집 주차장에 차를 댄다. 콜라를 먹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탑마트에서 주스를 사 와 먹었다. 세트를 안 먹으니 값은 더 들지만 콜라 안 먹인 건강 값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버거 먹으면서 건강 값이라니 웃기지만 정신건강도 계산에 넣으면 뭐 추가 요금은 없지 않을까 마음대로 생각해 본다. 햄버거를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엄마 둘이 얘기 중이다.


"의대 정원 늘리는 건 노=%₩==. 그런데 지금 저러는 거거÷%₩₩=÷%₩"


선거의 계절이구나. 좋은 현상이다. 무관심보단 관심이 낫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 건강한 사회. 그건 개인의 자윤데 소리만 좀 줄이면 좋겠다.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었는데 다들 배가 부른 표정이 아니다. 밥은 냉면기 2그릇도 비우면서 물은 한 컵만 마셔도 불러버리는 나는 콜라 때문에 배가 이미 찼다.

"과일 사 주까?"

"음.. 아니"

"왜 이러냐! 저녁 먹었다고 우리. 어쨌든 우유도 없으니까 가자"

쪼르르 걸어 10 미터 옆 탑마트로 간다.


오렌지가 9개 만원이다. 싸네.

냉동 블루베리가 없는데? 넣어야지.

뭐? 바나나 먹고 싶다고? 요즘 바나나 좋아하네! 담아.

양념 오리고기 먹을래? 내일 저녁으로? 그럼 넣고.

지금 회를 먹겠다고? 세일 중이니 두 개 사겠다고? 어휴.

고메 바싹 통등심 돈가스가 3,980원? 오웃 이건 사야지.

내일 끓일 국에 넣을 소고기 사고.

우유는 무조건 넣고.

소시지 세일하네. 고기 함량 92% 좋아 동원 사고.

지금 훈제 오리고기 먹을 거라고? 헐... 알았어.

빵 5 봉지 4,980원. 뭐 먹고 싶어? 난 파운드케이크~

라면도 없는데.. 너구리? 애들 한 번도 안 먹여본 건데? 그럼 먹어볼까.


"안녕하세요? 우유 사러 왔는데 장을 왜 이렇게 많이 봤을까요?"

"오호호 우유만 사러 오셨어요? 오호호" (마트 언니와 친하다)

"안녕히 계세요"

"잘 가요"


우유만 사러 와서 10만 원 치 샀다.


"장 본거 2주 먹어라~"

"2주는커녕 이틀도 안 가겠다"

"그러게나 말이다. 내일은 회사 가서 점심 얻어먹고 와! 너희들은 학교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고!"


백수 이틀째. 정신 차리려면 한 참 멀었다.


(사진은 진주성 북문 근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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