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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n 21. 2024

키 작은 여인

어디까지 줄어드니?

아이들이 출근한 시간. 루틴은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집에 있을까? 그림 그리기, 글 쓰기. 그 외 직업인으로서의 '일들들'을 할 작업공간, 집에 있을까? 커피 사 먹기, 커피 얻어먹기, 잠재적 고객인 척 책 공짜로 읽기. 빌려주는데도 굳이 그 자리에 서서 책 읽기, 더운데 땀 흘리며 기미 무늬 새겨지는 사진 찍으러 다니기 등등등을 할 수 있는 도서관, 책방, 커피숍 골목길이 점묘로 위치한 밖으로 갈까?

고민하다 집에서 살림 살고, -하고 싶은데도 매일 해야 하니 의무 같은 느낌이 드는 -일련의 작업을 하곤 합니다. 게으름이 주 무기라서 집 나가기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남편은 밖돌이입니다. 집 창문 닦기, 재활용 버리기, 빨래 개기 같은 마누라기 시키지 않아 하지 않는 일을 해도 되는 집에 있지 않고 항상 나갑니다. 어디 가냐 물으면 그냥 나간답니다. 나가면서 갈 곳을 생각하거나 나간 김에 약속을 잡아보는 식이지요. 어제는 어깨 MRI를 찍고 50만 원을 기부하고 왔어요.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되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데 찍어보시렵니까 하며 (새로 다니는)주치의가 말을 하니 -극심한 통증에 이유라도 알 수 있으려나 하는 -환자 마음 에브리바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좋은 일 한 거지요. 선생님이 50만 원 뜯어간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사건 후, "근육은 붙어있으니 안심하시고 주사를 놓아주겠다"며 맞은 주사가 효과는 있는지 또 나간다네요. 며칠 안 본 새 영화가, 신상 출시되었다며 신나 있습니다.

같이 갈래? 묻는데 어제 많이 걷고 밖에 오래 있어 피곤은 하고(자고 싶고) 쓰다만 (저장도 안 한) 글도 데스크톱에 눈을 끔뻑끔뻑 중인데 어쩌지? 깊은 고뇌에 빠집니다.


사실 집에 있으면 또 뻔한 글이나 쓸 테지요. 나는 평범하게 산다. 나는 아줌마다. 둘째는 귀엽다.....하지만 나가면? 집만 나가도 집순이에겐 새롭고 환타스틱한 미지의 세계, 쓸거리가 쏟아지는지라 좀 유혹적이긴 하거든요. '좋다. 나는 글을 쓸 테니 너는 불을 끈 영화 간에 들어가거라' 합의를 보고 출발 준비를 합니다.


(나갈 채비를 하면서도 안 나가련다. 다시 말할지 고민이…. 집 나가기 귀찮다….)언제 어디서나 이쁘기 때문에 화장도 옷도 크게 시간이 안 듭니다(죄송합니다. 망발을….). 화장은 선크림 립글로스 눈썹은 붓으로 한번 빗기 2분 만에 끝. 옷은 지금 그대로 나가도 돼…. 바지만 바꿔 입습니다. 준비가 끝~~~ 같겠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읽다 만 책도 이걸 챙길까 저길 챙길까 하다 "아차 책방 시장조사 간다면서 웬 책?" 하며 겨우 패스. 넓고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영화관 휴게 공간에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게 그림 그릴 종이 물감 붓 물감 펜 연필 지우개 붓 물 닦을 수건 샤프 (다 쓰긴 해요?)가 들어있는 가방을 가방에 넣습니다. 갑자기 글이 미치도록 쓰고 싶을지 모르니 블루투스 자판도 챙겨 넣고요. 글은 손맛이지! 하며 종이에 사각사각 소리 내며 써야만 될지도 모르니 공책도 넣고. 글힘을 30%는 올려줄지도 모를 보라색 중성펜도 쓱 끼웁니다. 목말라 죽을지 모르니 물통. 갑자기 웃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칫솔과 치약도 꼭 챙기고, 그러고 나면 드라큘라에게 피를 다 빨려버려 수혈 필요한 색으로 바뀌어 있을 입술에 색소도 넣어줄 립글로스에 갑자기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으면 나는 오늘 집에 못 가나? 목마름은 해결했는데 휴지가 없어 늙어 죽을지 모르니 휴대용 휴지랑.. 돈은 5천 원짜리 하나 천 원짜리 네 개뿐이지만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카드 30개 들어있는 지갑까지 가볍게 챙깁니다.

 아…. 혹시 옆에 기침 발사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마스크도 목에 걸고, 딸애가 선물한 쇠반지도 끼면 무겁고 쉽게 가방은 다 쌌습니다.


자…. 이제 가벼운 마음 무거운 어깨로 출발해 볼까요? 아아! 왜 어깨가 아프냐? 누가 밑에서 당기는데? 저기요??? 왜 그러시는데요, 저한테요??


이러니 키가 주나? 나이 때문이 아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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