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에 한 번 있는 모임에 가능하면 친정 나들이(친정에는 안 가는) 겸 가족이 가는 편이다. 남편이 저녁 모임에 참석하는 동안 세 모녀는 숙소에서 뒹굴뒹굴하거나 지하철 타고 동네를 쏘다니며 도시를 즐기는 거다. (중3까지 어린이로 쳐준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가야 한다는) 큰아이 친구들 4가족이 부산 키자니아 놀러 갔다 온 지 이틀 만에 우리는 또 부산행이지만 집 떠나며 피곤보단 또 즐겁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쉴 새 없이 떠드는 둘째 조용히 시키며 바쁘던첫째가 말을 건다.
엄마 학교에서 배웠는데, 라이벌이랑 친해지고 싶으면 호의를 베풀면 안 되고 호의를 베풀도록 하래 벤저민 프랭클린이 그랬데~
맞아 그렇겠다. 참, 그런 말도 있어. 상대를 칭찬하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질문하라. 장점을 이용한 질문을 하는 거지. 그러면 그 사람은 그 질문을 칭찬으로 듣고 나를 필요로 하는 느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나 어쩐다나?
(키가 큰 첫째에게) 어떻게 하면 키가 그렇게 커지나요?
(얼굴이 흰 둘째에게) 어떻게 관리하면 얼굴이 그렇게 희고 이쁜가요? 이런 식인 거지.
(백수인 아빠에게) 어떻게 하면 백수로 놀 수 있나요?
(아빠에게 큰딸이) 백수로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행복하세요?
(백수에게 아내가) 백수가 가족을 데리고 놀러 가고 조식 주는 호텔에 복층 방까지 잡을 수 있죠?
(백수 왈) 복층은 아니다.
어떻게 관리하시길래 그렇게 뚱뚱하세요?
아빠 뚱뚱해?
아니.
끙
아빠 놀리기 바쁜 와중에도 백수 가족인데 이상하게 갈수록 즐겁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5월부터 공식 백수 시작. 벌써 4개월인데, 딸기 철이 되어야 일을 시작할 텐데도 돈은 나 몰라라. 네 식구가 복작복작 뒹굴고 떠드는 집, 차에선 웃음만이 넘친다.
방학 동안 친정이 있는 부산(남들은 휴가로 가는 휴가지)에 두 번, 시댁인 남해(남들은 휴가로 가는 휴가지)에 한 번 갔다. 물놀이는 산청 계곡에 반나절 놀고 왔다. 남편이 백수지만 나름 휴가도 계곡도 다녀온 거다. 남들은 주말에도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바쁜 첫째 덕에 집이던데, 우리는 백수라도 놀러만 잘 다닌다. 이게 다 공부 안 하는 큰딸 덕인 건지 기사 겸직 아빠가 백수라 시간이 많아 그런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