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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재택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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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Aug 21. 2024

칭찬합시다(재택 백수 19)

벤지민 플랭클린

남편의 부산 대학 친구 모임 날이다.



두 달에 한 번 있는 모임에 가능하면 친정 나들이(친정에는 안 가는) 겸 가족이 가는 편이다. 남편이 저녁 모임에 참석하는 동안 세 모녀는 숙소에서 뒹굴뒹굴하거나 지하철 타고 동네를 쏘다니며 도시를 즐기는 거다. (중3까지 어린이로 쳐준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가야 한다는) 큰아이 친구들 4가족이 부산 키자니아 놀러 갔다 이틀 만에 우리는 부산행이지만 떠나며 피곤보단 또 즐겁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없이 떠드는 둘째 조용히 시키며 바쁘던 첫째가 말을 건다.


엄마 학교에서 배웠는데, 라이벌이랑 친해지고 싶으면 호의를 베풀면 안 되고 호의를 베풀도록 하래 벤저민 프랭클린이 그랬데~


맞아 그렇겠다. 참, 그런 도 있어. 상대를 칭찬하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질문하라. 장점을 이용한 질문을 하는 거지. 그러면 그 사람은 그 질문을 칭찬으로 듣고 나를 필요로 하는 느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나 어쩐다나? 


(키가 큰 첫째에게) 어떻게 하면 키가 그렇게 커지나요?

(얼굴이 흰 둘째에게) 어떻게 관리하면 얼굴이 그렇게 희고 이쁜가요? 이런 식인 거지.

(백수인 아빠에게) 어떻게 하면 백수로 놀 수 있나요?

(아빠에게 큰딸이) 백수로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행복하세요?

(백수에게 아내가) 백수가 가족을 데리고 놀러 가고 조식 주는 호텔에 복층 방까지 잡을 수 있죠?

(백수 왈) 복층은 아니다.

어떻게 관리하시길래 그렇게 뚱뚱하세요?

아빠 뚱뚱해?

아니.


아빠 놀리기 바쁜 와중에도 백수 가족인데 이상하게 갈수록 즐겁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5월부터 공식 백수 시작. 벌써 4개월인데, 딸기 철이 되어야 일을 시작할 텐데도 돈은 나 몰라라. 네 식구가 복작복작 뒹굴고 떠드는 집, 차에선 웃음만이 넘친다.


방학 동안 친정이 있는 부산(남들은 휴가로 가는 휴가지)에 두 번, 시댁인 남해(남들은 휴가로 가는 휴가지)에 한 번 갔다. 물놀이는 산청 계곡에 반나절 놀고 왔다. 남편이 백수지만 나름 휴가도 계곡도 다녀온 거다. 남들은 주말에도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바쁜 첫째 덕에 집이던데, 우리는 백수라도 놀러만 잘 다닌다. 이게 다 공부 안 하는 큰딸 덕인 건지 기사 겸직 아빠가 백수라 시간이 많아 그런지는 모르겠다.


우린 아직 별일 없이 산다.


들가을달 스무날 두날(08월20일 화요일)


오늘의 토박이말


에누리

1) 물건 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 또는 그 물건값 2) 값을 깎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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