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는 6명의 여자아이가 앉아 있다. 커트 머리를 한 학생, 단발머리를 한 학생, 긴 머리를 묶은 아이. 누군가는 키가 크고 또 누구는 작고…. 모두가 다르지만 맞춰 쓰고 온 모자가 그녀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들어오면서도 존재감을 한껏 뽐내던 학생들은 목적의식도 뚜렷해 보였다. 눈을 반짝이며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열정. 세상을 다 녹여버릴 뜨거운 한 덩이의 무엇처럼 보인다. 붉고 노랗고 파란 불덩이.
그렇게 개성 뚜렷한 여섯이 이렇게 또는 저렇게 무언갈 열심히 끼우고 있다.
선생님 여기서 어떻게 해요?
여기 튀어나온 부분을 접고요. 접어진 부위를 종이 구멍 사이로 넣으시면 돼요. 그러고는 뒤집어서 들어온 부위 날개를 펴 주시면 돼요.
선생님, 저는 여기 좀 도와주세요.
네, 제가 도와드릴게요.
자 이렇게 되었습니다.
와~ 끝났네?
벌써 끝났어?
선생님이 도와주셨어.
벌써 다 한 친구가 부러운 듯 말은 하지만 시선을 빼앗기진 않는다. 다 된 친구에게 관심을 주는 것도 잊지 않지만 내가 무엇을 하려 했는가를 떠올린다. 하던 것에 열중한다. 우린 잘하고 못하고, 일등과 꼴등이 정해지는, 승부를 겨루고 있지 않다.
선생님, 자꾸 찢어져요.
아! 자, 여러분. 여러분 15살 때 있었죠?
네.
아니면 아이를 키우실 때나 남편 키우실 때 그럴 때요. 그때처럼 조심스럽게 접고 끼우시면 됩니다.
남편을 키워요?
왜! 남편도 키웠지. 그랬잖아~
맞아 맞아. 까르르르르. 이젠 다 컸지.
열심히 만든 모자를 쓴다. 각자 쓰고 온 모자는 벗고 새로 맞춘 모자를, 각자 머리에 맞춘 모자를 쓴다.
단체 사진 찍자~! 내가 찍을게. 아냐, 선생님께 부탁하자! 선생님 사진 좀 찍어주세요
예. 찍을게요. 자 1, 2, 3, 4, 5, 6, 7 찰칵. 한 장 더. 박물관 보이게 마지막 한 장만 더요. 잘 나왔어요.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칠곡에서 온 중년 여성 6명이다. 어제는 낙동강을 걸었고,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자원봉사를 했다. 경북에서 관광 목적으로만 온 것도 아니고 활동에 체험에 축제 관람까지 지칠만한 강행군 같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숙취 같은 피로는 보이지 않았다. 기운이 가득하다 못해 뿜어져 주위를 채웠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가는 곳마다 눈을 반짝였다. 집에서 밥이나 하고 빨래나 하는 사람 취급받는 아줌마, 중년 여성은 지금 이곳에 없다. 갱년기를 앓는 남편에 대한 걱정도 결혼 또는 취업 걱정 중인 자식도 없었다. 봐줘야 할 손녀, 손자도 없다. 한순간도 나이지 않은 시간이 없다. 나로 꽉 채운 시간은 오늘을 벗어나 어제까지 10년 전까지 소급 적용되는 중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돌릴 수 없다고만 봤던 시절을 채우며 하루를 살 수도 있는 지금. 당신은 4번째 15살을 산다. 정말 이쁜 나이 15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