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형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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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장래 희망을 적는 칸에 발명가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실은 '발견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사람.
다른 소리를 낸다고
다른 박자로 움직인다고
다른 것들에 반응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말한다.
유난을 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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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람들이 어떻게 작업을 끊임없이 할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목표를 설정해두고 거기까지 달려가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단지 과정이 즐거워서 이런저런 것을 하다 보니 미적지근하게 남은 것이 생기고 또 그것을 마무리하고 나면 뭔가 애매한 잔돈 같은 것이 또 남아서 처리하다 보니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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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왜들 그렇게 꽃 앞에서 사진을 찍나 했는데 요즘은 예쁘게 핀 꽃을 보면 먼저 다가가 구경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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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예전의 내가 했던 생각의 세이브,
사진은 예전의 내가 본 시선의 스크린숏,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기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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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따로 떨어진 외톨이 같아서, 몇 개의 카테고리에 자신을 넣오보려고 시도했지만 잘 어울리지 못했다. 나를 위한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기타(etc.) 폴더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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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는 굉징히 똑똑하다. 예전에는 그걸 뽐내며 살았던 적도 있다. 모두 내게 부탁을 하고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며 기뻐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용히 살고 있다. 숨기며 사는 맛을 알게 됐다. 지금, 이 글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쓰고 있다. 일종의 저전력 모드인 셈인데, 요즘 걱정 하나가 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원래를 돌아가는 법을 잊어버렸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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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물건에 하자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가 많다는 이야기...)
자동차 회사에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주거나, 사과의 의미로 제품을 할인해주는 카메라 회사도 있었다. 혹시 어쩌면, 나는 아마도 운이 굉장히 좋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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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들은 볼 때마다 처음 볼 때의 상황이나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몇 번을 봤든 상관 없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 예전의 나를 만나는 느낌도 든다. 게다가 같은 영화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어쩌면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언제나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된다. 어제의 나를 지금의 내가 이해하고, 지금의 내가 내일의 내게 미안해하고 내일의 나는 그다음 날의 내게 격려를 건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