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Apr 25. 2022

누군가를 정말로 아낄 때 우리는 '달라진다'


올해 초 혼자 살기 시작한 후로 주말마다 약속 없는 날이 드물다. 이 말을 들은 누군가는 내가 소위 '인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메신저에 저장된 사람들은 100명 남짓 되지만, 그중에서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성향 자체도 '인싸'와는 거리가 멀다. 낯가림도 심한 편이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내향적인 성향에다 발도 넓지 않지만, 주말에 꾸준히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게 가능한 건 지금 내 옆에 남아있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통화를 하면 주제를 바꿔가며 몇 시간이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 싫어하거나 별로인 것을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것. 현재 내 옆엔 이런 행동들이 가능한 사람들만이 남아 있다.




  




지난 토요일에도 지인 중 한 명의 집에서 대화를 나눴다. 주문한 음식과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곁들인 채 야경을 보며 몇 시간 동안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많은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는 동안 좋았다고 느낀 점 중 하나는 얘기를 듣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대화를 하다 보면 즐거운 주제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주제들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있었던 좋지 않은 일이라던가, 주제 자체가 가볍지 않은 것들도 있지 않은가.




이런 대화를 할 때 나타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다. 낙천적인 부류의 사람들은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처지는 걸 본인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억지로 화제 전환을 하는 하기도 한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상대방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보다, 힘들었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 듣는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인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힘들었겠다"며 상대를 위로하거나 연민의 감정을 담아 바라보기도 한다. 반대로 이성적인 부류의 사람들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듣고, 상대에게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내가 토요일에 지인들과 대화를 하며 좋았던 건, 각자 자신의 성향과 어느 정도 반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소 이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공감이나 위로를 해주려고 하거나, 반대로 감성적인 사람이 나름대로의 조언을 해준다는 등 말이다.



 




사람이 자신의 성향과 다르게 행동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의지를 필요로 한다. 평소 성격과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자신을 위한 것타인을 위한 것으로.




자신을 위해 성향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짝사랑'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내려고 하고,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잘 먹는 사람이 좋다는 말에 억지로 밥을 더 먹으려 한다거나, 비린 것을 싫어하는데도 해산물을 맛있게 먹는 척 연기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일치하고 싶은 욕구는 스스로를 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나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것이다.




타인을 위해 성향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의 대표적인 예는 '봉사'다. 전자의 경우엔 행동을 했을 때 돌아오는 보상이 즉각적이며, 우리가 바로 느낄 수 있다. 비록 내가 좋아하지 않는 행동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것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 오히려 힘든 것보다 기쁨이 더 클 때도 있다. 하지만 봉사는 다르다. 돌아오는 것에 비해 수고로움이 더 크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주말에 봉사를 위해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과 주말 데이트를 위해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신을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다시 지인들과 만났던 얘기로 돌아와 보자. 이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가 가진 문제를 들을 때 공감보다는 조언을 해주는 게 편할 것이다. 스스로 의식할 새도 없이, 이미 메커니즘 자체가 공감보다는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혀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에 만났던 지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감성적인 성향의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누군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것에 특화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주말에 만난 사람 중 감성적인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도 공감보다 나름대로의 생각을, 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못하는 걸 애써 한다는 건 어찌 보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선 그런 행동들이 때로는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꾹 눌러 담은 채, "열심히 해봐"라고 다정하게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그 말 한마디와 토닥임 한 번이 백 번의 조언보다 더 큰 울림으로 상대에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며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가끔씩 자신의 성향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때가 있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행동을,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할 때가 있다.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면, 때로는 당신이 잘할 수 있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 노력해야 한다. '항상'이 아니라 '때로는' 말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스스로가 옳다고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또한, 손절당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라는 것 없이 타인을 위해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때때로 할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은 후회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