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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09. 2022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은 후회하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의 자가격리가 드디어 오늘이면 끝난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는 시간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썩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벚꽃놀이를 가거나 다른 사람과 만날 수는 없었다. 대신 미뤄온 이불빨래를 하고 옷가지를 정리했다.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루를 되돌아보면 내가 무언가를 한 시간보다 흘려보낸 시간들이 훨씬 많았다. 눈을 뜬 뒤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뒹굴거린 시간이 2시간. 빨래를 돌리고 나서 노트북으로 구독한 유튜브 채널 영상들을 봤던 게 대략 2시간 이상. 24시간 중에서 잠든 시간인 8시간을 제외한 16시간 중에서 절반 이상은 그저 흘려보낸 시간들이었다.



시간이 많으면 많다는 핑계로, 부족하면 부족하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들을 미뤘다. 결국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자주 인간은 이유에 목적을 맞추곤 한다. 해야만 하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잘 알지만 무언가를 이유로 그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거짓말이 나쁜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속이기도 하고, 마음을 쉽게 주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그 사람에게 푹 빠질 때가 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동일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그 생각대로 행동한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연애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그들 중 불안한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친구같이 편한 연애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상적인 연애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실제 연애를 하는 모습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누구나 불행해지기보단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을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순간의 선택'이 정말 중요하다. 이 일을 할지 말 지. 이 사람을 만날지 말지. 이 물건을 살지 말 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선택을 잘하는 사람과 후회하는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는 '자기 객관화'에 달려 있다.



사람마다 외모, 체형, 성격, 취향은 제각각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그들이 걸어온 성공의 길을 따라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본받을만한 점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 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이 될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저마다의 자아의 신화가 존재한다. 각각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오마주 하는 것이 그 길을 걷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보폭으로 걸을 순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기 객관화의 본질이다. 세상에는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넓은 인간관계와 진실된 사랑, 참된 우정, 자기 계발을 위한 개인적인 시간 모두를 가지길 원한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냉정히 말해 이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며 살아간다.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포함해,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린 위대한 사람들은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을, 위대한 의사인 알버트 슈바이처는 아픈 환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돌보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내려놓았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한다는 건 결국 무엇 하나 제대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연인과 열렬한 사랑을 하면서 친한 친구들과 끈끈한 우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새로운 업무에 빨리 적응하는 동시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게 가능한가? 자기 객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애매한 선택'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애매한 선택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너려고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이는 반대도 마찬가지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다.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못하는 게 없다고 믿는 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 자신이 가진 부족한 점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을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 자신이 내뱉는 말이 가진 무게를 알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신중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한 주 동안 당신도 애매한 선택을 하는 사람 때문에 남모를 고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끊어낼 수 있다면 빨리 끊어내길 바라며, 만약 끊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신도 당신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사람과 '최대한' 멀어지는 선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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