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주눅 들거나 흔들리기도 한다. 반대로 주눅이 들거나 흔들리는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 대한 확신은 전보다 줄어든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수록 크게 흔들리고, 크게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줄어드는 것. 한번 이 굴레에 빠져본 사람은 여기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것이다.
누구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건 별 일이 없을 때이다. 특정한 일로 인해 타인과의 마찰 또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어쩌면 내가 틀렸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가까운 사람 또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더욱 많이 하게 된다.
나도 주변 사람들 또는 환경에 꽤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와는 달리,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들은 올곧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누가 뭐라든 그러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나에겐 부족한 모습들을 보며 한때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그들처럼 행동하기도 했었다.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는데도, 강하게 주장을 해서 원하는 걸 관철시키기도 했다. 상대의 부탁을 충분히 들어줄 수 있었음에도 굳이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든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다. 그때는 그러한 불편함이 '전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데서 오는 불편함'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결코 그들처럼은 될 수 없다는 것을.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그렇게 힘을 들이지 않고도 상대가 원하는 걸 내가 해줄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은 해줄 수 있지'란 결론을 내린 적도 꽤나 잦았다. 원하는 대로 상황을 주도하는 대신 상황이 불편해지는 것과,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적인 상황이 원만하게 흘러가는 것. 나는 전자보단 후자를 훨씬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생각을 하려고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나를 표현하기로 말이다. 해줄 수 있다면 해주고, 그러다가도 힘들면 '더 이상 하는 건 제가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어쩌면 나 스스로 이런 것들을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글을 쓰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은 굳이 하지 않으려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나를 바꾸려들기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쓰려고 집중하고 있다.
비단 글쓰기뿐이겠는가.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거부감이 드는 유형을 하나만 꼽으라면, '자신의 감정 또는 상황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못난 자기 자신을 애써 포장하려 들거나, 합리화를 통해 '이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 지금 자신이 별로면 좀 어떤가. 누구나 항상 남들에게 괜찮은 모습으로만 비치는 건 불가능한데 말이다.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안 괜찮으면 어떻게 되는데?'라고. 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불안하다고 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더 이상 나빠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지는 것도 딱히 없다. 만약 당신의 예상대로 정말로 상황이 나빠진다고 한들, 그것으로 인해 당신의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불안하다는 게 반드시 멈춰야 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지금까지도 당신은 잘해왔고, 잘하지 못해도 상황은 해결되어 지금까지 흘러 왔다는 걸 명심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