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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30. 2024

당신의 행복에 필요한 돈은 얼마입니까

모두가 소비한만큼의 행복을 느끼진 않는다


최근 들어 새로운 책을 집중해서 읽었던 적이 거의 없다. 책을 읽고 싶어 신청했던 독서 모임도, 최소 참가인원 미달로 2번이나 취소가 되었다. 평생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해놓고, 정작 일주일에 책을 읽는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다니.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요즘 독서 모임을 신청하려고 해도 읽고 싶은 책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스트가 선정하는 책들 대부분이 재테크와 관련되어 있고, 나머지 책들 또한 자기 계발과 관련된 책들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가던 독서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독서 모임에 온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부분은 '부'를 쌓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일까?'



그래서 물어보았다. 재테크나 경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에 대한 대답이 사람마다 다를 거라는 건 생각했지만, 내가 놀란 건 의외로 대답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반응도 천차만별이었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목표를 확실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자신이 왜 돈을 벌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답변을 하곤 했다. "그래도 뭐... 어쨌든 돈이 많으면 없는 것보다는 좋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이 부족한 것보다는 많은 게 훨씬 좋다는 건 당연한 말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다른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쓸 줄 모른다면,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물건이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다. 아무리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라고 해도, 한번 화장하는데 한 통을 전부 사용하진 않는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산소는 필수지만, 숨을 쉴 때 필요한 산소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도,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양은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도 한계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스의 왕 미다스는 신에게 한 가지 소원을 빌었다.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원이었다. 곧 그 소원은 이루어졌고, 그는 자신이 만지는 물건들이 황금으로 변하는 걸 보며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이내 그 기쁨은 재앙으로 바뀌었다. 배가 고파 빵을 집어도, 목이 말라 포도주를 마시려 잔을 집어 들었을 때도 모든 게 금으로 바뀌는 바람에 그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실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모든 게 빛나는 황금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과연 그는 정말로 행복했을까.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이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지이다. 이미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에 대한 생각이 정말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정말로 돈이 많아서 행복하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돈이 많다고 해서 꼭 행복한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차이가 스스로 소비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와 그에 따른 '행복의 크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소비와 비례해서 행복을 느끼지만, 일정한 금액 이상이 되면 모두가 소비에 비례해서 행복을 느끼지는 않는 것이다.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을 허영심이 많다고 비난하지도, 적게 돈을 쓰는 사람을 구두쇠라고 욕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자신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사는 것이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만 하고, 써야 할 때 쓰지 못하는 사람. 반대로 버는 돈은 적은데 그릇만 커서 돈을 펑펑 쓰는 사람. 적게 버는 만큼 적게 쓰고,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쓰는 사람을 왜 비난해야 하는가.



비단 돈 뿐이겠는가.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아는 편이었다. 자신에게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어떤 유형의 사람과 잘 맞는지, 어느 정도의 금액이 있어야 한 달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는지. 자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을수록, 쓸데없는 부분이 지나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 당신에게도 과거 모임 사람들에게 했던, 똑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의 행복에 필요한 돈은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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