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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09. 2024

해야 할 일을 '덜 힘들게' 하는 방법

하기 싫은 걸 어떻게 즐깁니까


일상 속 해야 할 것들은 대부분 '하기 싫은 것들'이다. 출근, 퇴근 후 회식, 설거지하기, 청소와 빨래 등등. 우리는 해야만 하는 일들과 그것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매일 갈등한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서 싱크대에 쌓인 그릇과 수저를 보면 배부름과 함께 귀찮음이 밀려든다. '설거지는 내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신나게 일탈을 즐기고 난 다음날에 두 배로 쌓인 식기들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쨌든 해야 하는 일, 좀 더 나은 기분으로 할 수 있는 법은 없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을 억지로 한다. 물론 억지로라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건 대단한 것이다.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익숙해져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몇 시간 동안 일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학생 또는 직장인이라면 스스로 엄청난 의지를 갖고 하루를 살고 있음을 먼저 칭찬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억지로 하다 보면 언젠간 탈이 난다. '번아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뿐만 아니라 관계에도 번아웃은 존재한다. 처음엔 애정으로 시작했어도 관계가 한쪽으로 기울어질수록,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점점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거나 누군가와의 관계가 끊어진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해야만 하는 것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이에 대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마음으로 하기 싫은 걸 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인식이 강해질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거지? 내 정신력이 약한 건가?"



솔직하게 인정하자. 하기 싫은 걸 하면서 즐거울 수는 없다. 물론 그런 사람도 존재는 할 것이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당신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기 싫은 마음을 꾹 참고 해야 하는 것을 하고 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할수록 힘든 건 오로지 나 자신이다. 힘든데 힘들지 않다고 감정을 부정한들, 결국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그렇다고 힘들다는 표현을 동네방네 떠들라는 말이 아니다. 모두가 바쁜데도 누군가는 '건들기만 해라. 진짜 가만 안 둔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고, 다른 사람은 큰 표정변화 없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티를 내든, 내지 않든 바쁘면 누구나 힘들다. 자신이 힘든 걸 인정하라는 말은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는 마음을 먹으라는 게 아니다. '힘들다'는 감정을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아, 지금 내가 힘들구나', '나는 이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구나'라며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이 힘들다는 걸 받아들인 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간단하다. 그만큼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을 해낸 자신에게 '보상'을 주어야 한다. 보상은 우리가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원동력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사람마다 원하는 보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연인 또는 부부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와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와 나를 동일시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 사람 또한 좋아하길 바라게 된다. 보상을 줄 때도 마찬가지다. 하긴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한 상대에게 상대가 좋아하는 보상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보상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주 동안 회사 일로 정신없이 보낸 연인이 있다. 당신은 고생한 연인을 위해 주말에 무엇을 해주고 싶은가? 이 질문을 들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주고 싶은 무언가를 떠올린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틀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해주고픈 건 상대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좋아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만약 당신이 혼자서 쉬는 걸 좋아한다면 상대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면, 주말에 연인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힘든 사람이 내가 아닌, '상대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해주는 게 정말로 상대를 위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자신에게도 똑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하고 힘들 때 그것에 합당한 보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진 않아도 자신이 선호하는 것과 비슷한 보상을 주어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만족감 또한 상승하는 것이다.


 




하기 싫음을 인정하는 것. 하고 난 후 자신 또는 상대가 원하는 보상을 주는 것. 이 2가지만 잘해도 억지로 무언가를 한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하기 싫은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이 2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인생은 길다.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혹사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의 의지를 과대평가하고, '남들도 다 그래'라며 억지로 괜찮은 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언젠간 탈이 나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수습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느려도 문제를 만들지 않거나 크게 키우지 않는 게 훨씬 좋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 혹여나 멈추지 않고 쉼 없이 달린 스스로를 자책할까 봐 심심한 위로를 덧붙인다. 힘들었던 자신을 인정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라고. 당신은 충분히 그런 위로를 받을만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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